우물 안과 밖을 모두 보아야 하는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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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물 안과 밖을 모두 보아야 하는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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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05.09.22 10: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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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영설 목사<문래동교회>


정부가 90년대 초부터 세계화를 강조하며 일어난 열풍은 영어공부와 해외여행이었다. 그러나 세계화는 정부가 의도하던 대로 되지 않은 것 같다. 영어를 말하는 사람들이 많아지기는 했다고 하지만 영어를 제2 외국어로 인정하기에는 여전히 장벽이 많다. 해외여행을 통해 새로운 문화에 대한 안목을 넓혔다고는 하지만 역기능적인 측면도 많이 나타났다. 이를테면 추악한 한국인의 모습을 세계에 널리 알리는 계기가 됐다.

필자가 처음 해외여행에 나선 것은 싱가포르를 경유하는 여행이었다. 싱가포르 시내투어를 하면서 세계화에 대한 내 생각이 바뀌었다. 싱가포르는 작은 도시 국가이지만 우리와 다른 측면에서 이미 세계화 시대를 살고 있었다. 그들은 우리처럼 영어를 배우고 외국여행을 하는 세계화 정책이 아니라 싱가포르를 찾아오도록 국가의 시스템이 갖추어져 있었다는 느낌이었다. 
 

세계화를 위해 우리 사회의 개방된 의식을 갖추는 일이다. 외국인들이 공통적으로 지적하는 것은 한국은 폐쇄적이고 배타적인 나라라고 한다. 즉, 한국은 외국 기업들의 투자환경도 나쁘고, 이주 노동자 정책에서도 심각한 문제를 가지고 있다는 것이다.

우리나라는 경제력에 비해 외교력과 국제 사회의 입김에서 항상 소외돼 왔다. 한반도 핵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6자 회담에서 우리 정부는 미국의 입장을 지지하지 않고 북한과 중국의 입장을 대변하는 듯했다. 회담이 미국의 의도대로 성사되지 않자 어느 날 미국의 크리스토퍼 힐 수석대표가 한국에 왔다. 그는 우리 정부가 굴욕을 느껴야 할 만큼 일침을 놓고 돌아갔다.
“한국은 작은 나라라는 것을 알아야 한다.” 

먼저 한반도의 문제를 당사자들인 남과 북이 해결하지 못하고 주변 열강이 자신들의 문제인양 끼어들었다는 점에서 우리는 부끄러워해야 한다. 우리의 문제를 우리가 해결할 수 없는 오늘의 현실이 안타깝다. 남과 북의 지도자들은 이 점에서 책임을 통감해야 한다. 그러나 남과 북의 지도자들은 여전히 민족의 앞날을 생각하지 못한다. 우리가 잊지 않아야 할 것은 한반도가 세계 열강들의 관심을 끌 수 있는 곳으로 염두에 두고 있다는 점이다. 그들은 아무도 한반도를 포기하지 않을 것이다.

지금 우리의 정치권은 모두 다음 권력을 어떻게 잡을까에 몰두해 있다. 지금 대통령의 정치제도 개편 의지를 믿거나 지지하는 사람들이 그렇게 많지 않아 보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대통령은 정치제도를 개편하려고 정치 생명을 걸고 연일 강수를 두고 있다. 그렇다면 정치제도 개편이 대통령으로서 반드시 해 내야 할 국민적 염원이요, 국책 사업이라도 되는 것일까?

현재의 정치제도는 국민들이 목숨을 걸고 투쟁해서 이룩한 국민의 합의다. 과거 우리는 오늘의 제도를 만들기 위해서 너무도 많은 희생이 있었다. 그렇게 만들어준 제도를 성실하게 잘 운영해 나가는 것이 정치권의 의무이자 도리라고 본다.

필자의 결론은 우리가 정신 차려야 할 것은 그런 선거제도 문제가 아니라는 것이다. 이제 쓸데없는 집안싸움 그만하고 세상 돌아가는 것을 똑바로 보고 대처하라고 충고하고 싶다. 제도가 잘못돼서 정치가 잘 안되는 것이 아니라 정치인들의 역량이 부족한 데 더 큰 원인이 있다. 그러므로 정권을 잡기 위한 정치 게임에만 몰두하고 있는 여야의 정치 세력들은 매국 행위인 것을 알아야 한다.

동학농민혁명을 예로 들어보자. 혁명군의 위협을 받은 국가는 청나라에 군사지원을 요청하는 최악의 반국가적인 선택을 했다. 그것은 청일전쟁의 계기가 되었고 일본이 우리나라를 침략하는 발판이 되기도 했다.

혁명의 당위성만을 위해 투쟁하고, 권력을 지키는 일에만 몰두했던 것은 결국 나라의 운명에 치명적인 결과를 가져왔다. 이것이 우물의 안과 밖을 동시에 보아야 하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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