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일 중독’이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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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일 중독’이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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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05.07.27 14: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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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경인 목사<예장통합 기획국장>


매일 30도를 훌쩍 넘는 찌는 듯 한 무더위 속에 아침마다 매미들이 극성스럽게 울어댄다. 냉방이 된 사무실에 앉아서도 덥다는 생각을 할 정도이니 이런 날씨에 밖에서 일하시는 분들의 수고는 이루 말할 수 없을 것이다. 일하는 사람들은 누구나 일하는 만큼의 휴식을 필요로 한다.

우리가 휴식이라고 말할 때 그 의미는 일하지 않는 상태, 즉 쉬는 시간을 말하는 것이다. 이 시간에 우리들은 자기 스스로가 즐거워할 수 있는, 생업과 관계가 없는 일을 하거나 놀이를 함으로서 일이 주는 중압감으로부터 벗어나고 다음에 다가올 일하는 시간을 위한 새로운 활력을 저장하는 것이다. 

휴식을 말할 때 쓰는 단어 중에 ‘recreation’이라는 말이 있다. 재창조라고 직역할 수 있는 말이다. 쉬는 것은 그저 게으름을 피우거나 과제 수행을 회피하는 것이 아니라 다가올 시간을 위한 재창조의 힘을 여축하는 것이라는 의미일 것이다. 이런 의미에서 본다면 우리들에게 휴식은 매우 중요한 시간이 아닐 수 없다. 이렇게 중요한 ‘휴식’, ‘쉼’의 의미를 알면서도 현실적으로 우리들은 일상 속에 매몰되어 자기도 모르는 가운데 ‘일 중독’에 빠져버리는 경우가 많이 있다. ‘일 중독’은 말 그대로 일종의 중독이다.

어떤 종류이건 ‘중독’이라는 것은 정도를 지나친, 광적인 집착과 병적인 의존을 의미한다. ‘알코올 중독’은 술에 집착하고 술에 의존하는 것을, ‘도박중독’은 도박에 빠져버리는 것이고 인터넷 중독, 주식투자 중독, 쇼핑 중독 등등의 병적 증상들이 있다. 이런 유의 중독들이 가지는 어려움들 중의 하나는 자신은 중독되지 않았다고 생각하는 것이다. 자기 스스로가 가지는 의존성과 집착을 인정하기 싫은 상태도 이미 심각한 중독의 초기 증상이라고 볼 수 있을 것이다.

‘일 중독’ 또한 심각한 정신과 질환이다. 일 중독에는 세단계가 있는데 첫째는 집에 와서도 일하는 것, 두번째 단계는 일 중독에 걸렸다고 의심하거나 일부러 취미, 봉사, 여가생활을 하려고 노력하는 경우이고, 세번째 단계는 어떤 일이고 자신에게 맡겨지면 환영하고 주말과 밤에도 일하고 건강이 무너질 때까지 일에 매달리는 것이다.

특별히 대부분의 일 중독자들이 이 세번째 단계에 이를 때까지 자각 증상이 없다는 것이 중독을 치료하기 더욱 어려운 것으로 만든다. 일 중독은 나이, 성별, 직업과 관계가 없다. 일 중독은 실제로 자기 스스로의 삶에서 스트레스를 엄청나게 받고 있다는 증거일 뿐이다. 그리고 이것은 또한 불안, 우울, 두려움, 허전함을 감추기 위한 심리적인 반향이기도 한 것이다. 

어쩌면 우리는 모두 일중독에 이미 걸렸거나, 중독의 후보자들이다. 다행스럽게도 일중독에도 몇 가지 예방법과 치료의 단계들이 있다. 예방을 위해서는 쉬는 시간을 정해놓고 쉬어야한다. 일하는 시간과 쉬는 시간을 구별할 필요가 있다는 말이다.  무작정 일을 하고 있다고 해서 반드시 결과가 좋거나 일의 효과가 나타나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일을 할 때는 집중적으로 계획성 있게 하는 것도 좋은 예방이 된다.

일을 부산스럽게 하지 말고 우선순위를 정해놓고 하라는 것이다. 모든 일을 내가 아니면 안 된다고 생각하며 환영하지 말고 적당한 선에서 거절하는 것도 중요한 예방법이다. 그리고 만일 스스로 일을 조절하는 것이 힘들고 건강을 해칠 지경이라면 주위에 도움을 청하고, 필요하다면 정신과 상담을 받는 것이 필요하다. 

모든 중독이 그렇듯이 일중독도 본인 뿐 만 아니라 주위의 가족과 친구들, 동료들을 괴롭히는 질병이다. 우선 적절히 일과 쉼을 안배하여 이 중독에 걸리지 말아야겠고 걸렸다고 자각되면 치료에 적극적이어야 한다. 독일의 바트츠베스틴의 신경정신과 의사 페터 베르거박사는 말하기를 “일을 중단하거나 미룰 수 있다면 건강하게 일하는 사람”이라고 했다.

지금 나는 일을 중단하고 휴가를 정해서 산이나 바다로 달려갈 수 있을까? 나는 일 중독이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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