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명 창조에 대해 ‘하나님 노릇하는 행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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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명 창조에 대해 ‘하나님 노릇하는 행위’
  • 공종은
  • 승인 2005.06.14 20: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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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독교윤리연구소, 배아복제 기독교적 윤리로 조명



배아복제의 수위는 어디까지여야 하고, 이를 보는 한국 교회의 시각은 어때야 하는가? 창조 질서를 무너뜨리는 행위이며, 하나님의 고유한 영역에 대한 침범이라는 비판에도 불구하고 최근 한 기독교계 포털사이트가 실시한 온라인 설문에 의하면 기독교인 중 58.4%가 배아줄기 세포 연구를 찬성한다는 의견을 보였다. 이런 결과들은 생명윤리 입장에서 이 연구의 성과를 보는 기독교계의 입지를 더 좁게 만든다.
  

문시영 교수(남서울대학교. 사진)는 기독교윤리연구소(소장:노영상)가 ‘황우석 교수의 배아줄기세포 연구 성과에 대한 기독교 윤리적 조망’을 주제로 최근 개최한 토론회에서, 기독교계의 비판이 황 교수가 이룩한 세계적 업적과 발전에 대한 정죄보다는 생명 존엄과 인권 등 공동체적 가치에 대한 올바른 비전을 심어주는 일에 주력해야 한다고 주장, 지혜로운 전략의 필요성을 역설했다.

문 교수는 우선 “언제부터인지 기독교 신앙인을 포함하는 우리 사회 전반적 흐름이 선지자와 윤리를 거부하는 세대가 되고 있는 것은 아닌지 안타까운 마음”이라고 심경을 표한 뒤, “인간이 생명에 대한 조작을 감행하는 것은 생명 창조와 생사여탈의 권리를 수임 받은 것처럼 행세하는 ‘하나님 노릇하기’를 향하고 있는 셈”이라면서 배아복제를 강하게 비판했다.

문 교수는 배아복제를 통한 줄기세포 추출에 대한 찬사 일변도의 사회분위기로 인해 ▲배아복제가 개체복제로 남용되는 문제 ▲대체연구의 가능성에 대해 말하지 않는 것 ▲국가 경쟁력에 집착한 나머지 생명 존엄을 경시하는 등 몇가지 심각한 윤리적 문제점들과 논점들이 묻혀버렸다는 점에 주목, 교회가 강력하게 문제를 제기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배아복제가 오직 치료 목적이라고 말하면서도 치료를 위한 줄기세포의 획득 방법에는 배아복제만 있는 것은 아니라는 점은 말하지 않는다”는 것. 그리고 “이번 사건을 통해 우리나라의 생명공학 수준이 세계적인 것으로 평가받고 있는 지금, 이번 성공의 본질은 일종의 선점(先占)일지 모른다. 느슨하고 모호한 우리의 생명 관련 법규들이 가능하게 해준 결과”라고 문 교수는 꼬집는다. 앞으로 생명 존엄을 위한 명쾌한 법률적 기준이 하루속히 마련돼야 하고, 법제화 과정에서 윤리적 가치를 외면하는 어리석음이 더 이상 자행되지 않아야 하는 것은 물론, 더디더라도 정당하게 가는 길을 모색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문 교수는 한편으로 “(배아복제를 비롯한) 테크놀로지는 우리들 삶의 정황이며 현대인의 존재 규정에서 빼놓을 수 없는 조건”이라고 지적한다. 기독교가 그 발전을 무시하거나 정죄하는 것만으로 무시되거나 정죄되어 멈추어 서는 것이 아니라는 점에 더 큰 우려가 있다는 것이다.

또한 “테크놀로지의 발전을 빌미로 자행될 수 있는 생명에 대한 조작을 비롯해 생명의 수단화 내지는 부속품화의 위험, 또한 상업적 관심에 따라 생명산업의 방향을 그릇되게 이끌어 갈 위험에 직면해 있다”는 것이 문 교수의 설명. “이러한 때야 말로 하나님의 절대적 생명 주권을 재확인하고 생명 존엄과 인권 등 공동체적 가치에 대한 올바른 비전을 심어주는 일이 절실하다”고 말한다. 이 부분이 교회가 배아복제와 관련해 적극 감당해야 할 부분이라는 말이다.

문 교수는 과학기술 발전의 발목을 잡는 ‘딴지꾼’으로 인식되고 있는 한국 교회에 대해서도 경고했다.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테크놀로지에 대한 책임의 윤리이지 무조건적인 반대로 비춰져서는 안된다”는 것. 문 교수는 “기독교가 주장하는 생명 존엄의 가치 함양이 전략적이어야 할 필요를 느낀다”고 주장, “비둘기같이 순결한 윤리를 정립하고 재확인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뱀처럼 지혜로운 전략을 구사할 필요도 있다”는 점을 지적했다.

문 교수의 주장은 “대내적으로는 기독교의 생명윤리에 대한 본격적인 이론 탐구와 생명 교육이 필요하고, 대외적으로는 시민사회에 적중할 수 있는 접근 방식이 요청된다”는 것. 즉, 수정란을 생명체로 보아야 한다는 주장을 전면에 내세우는 외로운 싸움을 하는 것보다는 합리적이고 설득력 있는 반대론자들과의 연대를 모색하는 것이 더 나을 수도 있다는 말이다.

문 교수는 또한 “테크놀로지의 사용을 과학자들만의 밀실 논제로 남겨지지 않도록 하는 것도 포함돼야 한다”고 주장, “이런 효과들을 보다 확실하게 담보하기 위해서는 사회적 장치가 마련돼야 한다”는 점도 아울러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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