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혜의 샘물] 사랑하는 자에게는 잠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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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혜의 샘물] 사랑하는 자에게는 잠을
  • 김기창 장로
  • 승인 2024.05.02 15: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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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기창 장로 / 천안 백석대학교회 원로장로, 전 백석대학교 교수
김기창 장로 / 천안 백석대학교회 원로장로, 전 백석대학교 교수

오늘 새벽기도회 설교 중에 J 목사님이 로완 윌리엄스가 쓴 『사막의 지혜』에 나오는 내용을 소개했다. 몇몇 원로가 압바 포이멘에게 와서 물었다. “하나님께 예배드리는 중에 조는 형제를 보면 우리가 그를 흔들어 깨워야 합니까?” 그가 대답했다. “나는 자고 있는 형제를 보면 그의 머리를 내 무릎 위에 누이고 그를 쉬게 할 것입니다.” 나도 예배 시간에 졸았던 경험이 있던 터라, 그분의 대답이 참 신선하고 흥미롭게 다가왔다.

이것과는 참 대조적인 이야기가 생각났다. 청교도 시대에 미국으로 건너간 사람들 사이에서는 예배시간에 조는 자들을 깨우는 사람이 있었다고 한다. 길다란 막대기에 솜방망이 같은 것을 묶어놓고 예배자 사이를 오가며 조는 자들의 머리나 어깨를 툭툭 쳐서 깨웠다고 한다.

우연한 일일까. 오늘 새벽 설교가 끝나고 각자 기도하는 시간에 내 주위에서 기도하는 한 교우가 코를 골며 깊은 잠에 빠진 게 아닌가. 그 소리가 너무 커서 기도가 되지 않았다. ‘가서 깨워야 할까?, 교역자에게 가서 깨워달라고 할까? 내가 다른 곳에 가서 기도할까?’ 고민하다 일부러 큰소리로 기도를 계속했다. 한참 기도하다 보니 그도 정신을 차린 듯 조용해졌다. 잠시 깊은 생각에 잠기게 한 일이었다.

기도회를 마치고 집으로 돌아오는데 성경 말씀 한 군데가 떠올랐다. “여호와께서 그 사랑하시는 자에게는 잠을 주시는도다”(시 127:2). 

이 말씀을 오해하면 특별히 잠이 많으신 잠꾸러기 신앙인들에게는 성경 66권 가운데 가장 은혜로운 말씀일 수도 있을 것이다. 처음에는 이 말씀의 참뜻을 몰라 여러 번역본을 찾아보았다. 이렇게 이해가 안 되는 본문을 만나게 되면 나는 흔히 다른 번역본을 참고한다. <아가페 쉬운 성경>에는 “그러므로 여호와께서는 그의 사랑하는 자들이 편하게 잠을 잘 수 있도록 하십니다”로, <표준새번역>에는 “그러므로 주께서는 사랑하시는 사람에게는 그가 자는 동안에도 복을 내리신다”로 나와 있었다. 후자가 더 내 마음에 들었다. 곧, 잠을 자는 경우와 같이 전혀 의식하지 못하는 동안에도, 필요한 온갖 복을 받는 것을 의미할 것이라고 내 나름대로 해석했다.

신앙생활을 하면서 가장 속상했던 것은 예배 시간에 졸았던 일이다. 목사님께서 주실 하나님 말씀에 큰 기대를 걸고, 은혜를 사모하는 마음으로 예배 참석을 했는데….

우리 교회의 대학생 중심의 찬양 예배인 캠퍼스 비전 예배 때 흔히 보는 일이다. 설교 전, 찬양단의 인도에 따라 자리에서 일어나 은혜에 도취되어 열심히 찬양하는 학생들이 정작 설교가 시작되면 졸음에 빠지는 것을 더러 본다. 안타까운 모습이다. 하나님의 말씀을 듣는 가장 귀한 시간을 두고 찬양하느라 힘이 다 빠져서 그럴까?

재미있는 일화가 있다. 언젠가 조지 윗필드가 설교를 할 때 한 사람이 심하게 졸고 있었다. 그때 윗필드는 설교를 멈추고 단 아래로 내려가 그에게 충고했다. “지금 졸고 있습니까? 만약에 이 말(설교)이 윗필드 자신의 말이라면 주무셔도 좋습니다만 하나님이 말씀하시는데 어떻게 졸 수 있습니까?” 심하게 꾸중하고 난 다음에 설교를 이어갔다. 졸음에서 깨어난 그 사람은 그 시간에 일생일대의 은혜를 받았다고 한다.

나는 주일 예배를 잘 드리려고 토요일 밤은 일찍 잠자리에 든다. 그래도 걱정이 되면 졸음을 쫓기 위해 박하사탕, 졸음 방지 껌 등을 준비해 가기도 한다. 이런 것을 먹으면 관자놀이 근육이 활동하면서 대뇌피질을 자극해 졸음을 방지하거나 졸음을 이겨내는 효과가 있다고 한다. 더러는 허벅지를 꼬집어 졸음마귀를 내 쫓기도 하고, 호흡법을 쓰기도 한다. 곧, 숨을 깊이 들이쉬고 ‘후〜’하고 내쉰다. 그리고 얼굴이 벌개지고 눈물이 나올 때까지 숨을 참다가 다시 들이쉬는 방법이다. 그러면 어느 정도 효과가 있다.

K목사님은, 예배시간에 조는 것은 하나님 앞에 ‘심각한 신성모독’이라고까지 하신다. 하나님의 말씀을 듣는, 참으로 귀한 시간! 예배를 위한 철저한 준비와 은혜를 사모하는 간절한 마음으로 예배에 참석해야 하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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