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기고] 마닐라 선언(Manila Menifesto) : 복음과 세상 사이 교회의 정체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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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기고] 마닐라 선언(Manila Menifesto) : 복음과 세상 사이 교회의 정체성
  • 최형근 교수
  • 승인 2023.10.25 15: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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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형근 교수(서울신학대학교, 한국로잔위원회 총무)

전세계 복음주의 교회를 하나로 모으고 선교 열정에 불을 붙였던 로잔운동이 내년인 2024년 한국에서 모인다. 인천 송도에서 개최되는 ‘2024 서울 제4차 로잔대회’는 비서구권 기독교의 역동성을 확인하고 포스트 코로나 시대의 선교 전략을 확립하는 연대의 장이 될 전망이다. 이에 본지는 제4차 로잔대회를 기다리며 세계 선교 운동에 막대한 영향을 준 로잔운동의 주요 문서인 ‘로잔언약’, ‘마닐라선언’, ‘케이프타운서약’을 3차례에 걸쳐 소개한다. <편집자주>

1989년 마닐라에서 열린 제2차 로잔대회는 마닐라 선언을 통해 복음과 사회적 책임의 관계를 총체적으로 규명했다.
1989년 마닐라에서 열린 제2차 로잔대회는 마닐라 선언을 통해 복음과 사회적 책임의 관계를 총체적으로 규명했다.

 

제1차 로잔대회가 열린 지 15년 후, 1989년 7월에 필리핀 마닐라에서 170개국 3,000명이 참석한 제2차 로잔대회가 열렸다. 대회 참가자들은 하나님의 말씀을 배우며 로잔언약이 풀어낸 세계복음화를 위한 로잔 정신과 로잔 신학을 급격하게 변화하는 상황에서 성찰하고 친교를 통해 글로벌 선교 네트워크를 구축하는 장을 열었다. 1980년대 말 글로벌 상황은, 냉전이 종식되고 전 세계적인 화해 분위기가 조성되고 있었다. 1989년 동·서 냉전의 상징인 베를린 장벽이 무너지고 철의 장막인 구소련이 해체되었다. 이에 발맞추어 동유럽이 구소련의 지배에서 벗어나고 중국이 개방되고 있었다.

1976년 미국 애틀랜타에서 세계복음화를 위한 로잔위원회(LCWE)가 설립되면서 운동의 활력이 증진되고 복음주의 선교운동이 전 세계적으로 확산하기 시작했다. 특히 제1차 로잔대회에서 랄프 윈터(Ralph Winter)가 제시한 ‘미전도 종족집단’(unreached people group) 개념은 민족과 국가 단위 선교에서 종족 단위로 복음주의 선교전략을 변화시켰다. 이 전략적 개념은 지상대위임령(마 28:18-20)에 대한 새로운 전략적 접근과 함께 10/40 창문 지역 개념과 융합되어 가장 덜 복음화되고 접근하기 어려운 ‘창의적 접근지역’(creative access area)이라는 전략을 낳았다. 제1차 로잔대회 이후 15년 동안 로잔운동은 글로벌 상황에 부합한 선교신학과 선교전략 구축을 위해 신학협의회와 포럼을 열어 로잔 문서를 내놓았다. 이 기간에 로잔위원회는 세계복음화를 촉진하고 확산하기 위해 로잔언약해설서(1975), 무슬림 복음화(1975), 동질집단 원리(1977), 복음과 문화(1978)와 같은 선교 문서를 내놓았다. 특히 1980년 태국 파타야에서 열린 파타야 포럼은 16개의 이슈의 논의를 통해 로잔주제연구 보고서(Lausanne Occasional Paper, LOP)를 통해 로잔의 정신을 확산하고 동력을 증대했다. 파타야 포럼 이후 로잔운동은 ‘단순한 생활방식’(LOP 20, 1980)을 내놓았고, 세계 복음주의연합회(WEF)와 함께 로잔 신학의 총체적 선교 문서인 “복음전도와 사회적 책임: 복음주의의 헌신”(LOP 21)에 관한 그랜드 래피즈 보고서(1982)를 출판했다. 로잔운동의 활력은 일회성의 대회를 통해서 확산되었다기보다 대회 중간에 열리는 다양한 포럼, 지역 콘퍼런스, 협의회, 그리고 이슈 그룹 네트워크를 통해 글로벌과 로컬을 아우르는 이슈를 다루어 왔다.

15년 동안의 다양한 선교적 이슈에 관한 논의의 결과로 마닐라 대회가 열렸다. 제2차 로잔대회 문서인 ‘마닐라 선언’(Manila Menifesto)은 세계선교를 위한 ‘신념과 동기와 의도’를 내포한다. 즉, 급격하게 변화하는 상황에서 로잔언약이 확언한 세계복음화를 위한 신념, 그리고 예수 그리스도의 지상대위임령이라는 선교의 동기와 의도를 재확인하고 천명한다는 의미를 규명한다. 이러한 관점에서, 마닐라 대회는 “그리스도께서 오실 때까지 그를 선포하라”와 “온 교회가 온전한 복음을 온 세상에 전하자”라는 두 개의 주제로 개최되었다. 선언문의 1부는 복음전도에 대한 선언적 의미를 내포하고, 2부는 교회가 세상 가운데서 복음의 본질을 말과 삶으로 담아내려는 노력, 즉 복음전도와 사회적 책임을 총체적으로 규명하려는 의도를 내포한다. 마닐라 선언문은 21개 항의 신앙적 고백과 복음과 교회와 세상에 관한 12개 항으로 구성된다. 마닐라 선언문의 21개 항의 고백은 역사적 기독교 문서들의 특징인 신앙고백을 따른다는 것을 의미한다. 역사적으로 기독교 선교사역이 예수 그리스도의 이름으로 자행한 실수와 잘못을 회개하고 복음의 본질을 변화하는 세상 가운데 선포하고 나타내려는 교회의 자성과 헌신이 21개 항의 고백 가운데 명료하게 드러난다. 특히, 로잔언약을 기초로 성경의 권위와 능력을 확언하고 아버지와 아들과 성령 삼위일체 하나님의 선교를 단언한다. 마닐라 선언문은 고백 21항에서 “우리는 하나님이 온 세상에 온전한 복음을 전하라고 온 교회를 부르고 계심을 단언한다. 그러므로 우리는 주님이 오실 때까지 신실하고 긴급하게 그리고 희생적으로 복음을 선포할 것을 결의한다.”

마닐라 선언문 2부는 온전한 복음(Whole Gospel)을 설명하기 위해 인간이 처한 곤경을 말한다. 인간은 잃어버린 존재이기 때문에 복음이 필요하다는 로잔의 신학적 인간론(theology of anthropology)은 인간의 전적 타락과 소외를 철저하게 규명한다. 복음의 좋은 소식은 예수님이라는 역사적 인격으로서 하나님이 구원의 능력이다. 마닐라 선언문은 다원주의 사회에서 복음의 절대적 진리를 상대화시키는 종교적, 이념적, 윤리적 상대주의에 대해 예수 그리스도의 유일성과 보편성을 확고하게 주장한다. 온전한 복음을 알리는 교회의 과업은 어떤 특정 장소에 제한되지 않고 하나님의 창조세계인 온 세상이며 그 방식은 복음의 선포와 설득/변증, 그리고 삶을 포함해야만 한다. 복음을 전하고 살아내는 그리스도인의 태도는 타협하지 않는 담대한 겸손이어야 한다. 4항(복음과 사회적 책임)은 복음전도의 우선성을 명시하지만, “복된 소식과 선한 행위는 분리할 수 없음”을 단언한다. 즉, 성경적 복음에는 언제나 사회적 적용이 내포되어야 하며, 참된 선교는 언제나 겸손하게 사람들의 삶에 관여하고 참여하며 동일시하는 성육신적인 차원을 담지해야 한다. 온 교회(Whole Church)를 다루는 5개의 항목에서 하나님을 선교사와 복음 전도자(5항)로 묘사하며 교회를 보내시는 하나님이 주시는 성령의 능력을 언급한다. 마닐라 선언은 지역교회(8항)를 예배하며 증거하는 공동체이고 모이고 흩어지는 공동체며 부름받고 보냄받은 공동체로서 예배와 선교의 불가분의 관계를 말한다. 또한, 복음의 증인은 온 교회와 모든 그리스도인을 포함하는 ‘믿는 자의 제사장직’을 말한다. 복음을 전하는 증인의 신실성(6-7항)은 “변화된 삶보다 복음을 설득력 있게 전하는 것은 아무것도 없으며, 삶이 복음과 불일치하는 것만큼 복음을 비난받게 만드는 것도 없다”라고 주장하는데, 이것은 로잔 정신인 겸손과 정직과 단순한 삶과 연관된다. 마닐라 선언의 교회에 관한 이런 접근은 선교적 교회론이 말하는, “모든 곳에서 모든 곳으로,” “공적 영역에서 하나님 나라의 영향력을 미치는 모든 그리스도인” 그리고 선교를 위한 동반자 협력이라는 주장과 일치하고, 제3차 로잔대회 이후 로잔이 추구하는 방향을 제시한 “세계선교를 위해 영향력 있는 그리스도인과 아이디어를 연결하자”(Connecting Influencers and Ideas for Global Mission)라는 표어에도 드러난다. 온 세상(Whole World)에 관한 마닐라 선언의 접근은 시대 상황을 반영하여 현대성(modernity)이 낳은 전체주의, 세속주의, 인본주의, 도시화, 이주 현상, 대중매체가 기독교 선교에 미치는 영향을 다룬다. 또한, 21세기를 내다보며 시대적 상황이 기독교 선교에 제기하는 핵심 이슈인 미전도 종족, 미복음화 된 사람들, 명목상의 그리스도인에 관해 교회의 각성을 요구하며, 사회주의 이슬람권, 힌두권 그리고 동유럽에 일어나는 고난과 박해의 상황에서 인내하며 십자가의 방식으로 복음을 전할 것을 촉구한다.

마닐라 선언은 1980년대 말 급격하게 변화하는 글로벌 사회·경제·정치적 상황에서 로잔언약과 케이프타운 서약을 잇는 가교의 역할을 감당했다. 즉, 로잔언약에 근거하여 복음과 세상 사이에 존재하는 교회가 세상으로 보냄받은 복음의 증인으로 복음을 선포하고 변증하고 살아낼 것인가를 고백적으로 풀어냈다. 더 나아가 마닐라 선언은 케이프타운 서약의 큰 틀을 이루는 복음과 세상과 교회의 역동적 관계를 구축하는데 지대한 공헌을 했다. 한국교회가 처한 상황을 돌아보며, 복음의 정수인 예수 그리스도의 성육신과 십자가와 부활에 근거하여 세상 속에서 증인의 신실함과 담대함 그리고 겸손함으로 교회의 본질이 구현되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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