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기고] 로잔언약(Lausanne Covenant): 교회를 향한 하나님의 음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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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기고] 로잔언약(Lausanne Covenant): 교회를 향한 하나님의 음성
  • 최형근 교수
  • 승인 2023.10.19 09: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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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형근 교수(서울신학대학교, 한국로잔위원회 총무)

전세계 복음주의 교회를 하나로 모으고 선교 열정에 불을 붙였던 로잔운동이 내년인 2024년 한국에서 모인다. 인천 송도에서 개최되는 ‘2024 서울 제4차 로잔대회’는 비서구권 기독교의 역동성을 확인하고 포스트 코로나 시대의 선교 전략을 확립하는 연대의 장이 될 전망이다. 이에 본지는 제4차 로잔대회를 기다리며 세계 선교 운동에 막대한 영향을 준 로잔운동의 주요 문서인 ‘로잔언약’, ‘마닐라선언’, ‘케이프타운서약’을 3차례에 걸쳐 소개한다. <편집자주>

1974년 스위스 로잔에서 열린 제1차 로잔대회의 모습. 이곳에 모인 150개국 2,400여 명의 참가자들은 세계선교를 위한 신학적 기초인 로잔언약을 발표했다.
1974년 스위스 로잔에서 열린 제1차 로잔대회의 모습. 이곳에 모인 150개국 2,400여 명의 참가자들은 세계선교를 위한 신학적 기초인 로잔언약을 발표했다.

 

1974년 스위스 로잔에서 열린 제1차 로잔대회는 ‘온 땅이 그리스도의 음성을 듣게 하자!’(Let the Earth Hear His Voice!)라는 주제로 전 세계 15개국 2,700명이 참가했다. 로잔운동이 세계교회에 내놓은 로잔언약은 지난 50년 동안 전 세계 복음주의 교회와 선교사역의 로드맵으로 그 역할을 감당했다. 로잔언약의 주 설계자이며 로잔언약 해설서(우리가 사랑하는 주님을 위하여)를 저술한 존 스토트(John Stott)는 대회 당시 모든 참가자의 목소리를 반영한 로잔언약은 로잔대회의 정신(spirit)과 분위기(ethos)를 담아냈다고 회상한다. 로잔언약 제6항(교회와 복음전도)에서 “세계복음화는 온 교회가 온전한 복음을 온 세상에 전파할 것을 요구한다”라고 천명하듯이, 로잔 정신은 “온 교회가 온전한 복음을 온 세상에 전하자”라는 표어에 담겨있으며, 로잔 정신의 실천은 예수 그리스도의 본을 따라 겸손과 정직과 단순한 삶의 방식(Humility, Integrity, Simplicity)을 추구하는 것이다.

언약이라는 단어는 “계약을 체결한다”라는 의미로서, 구약 이스라엘 백성이 하나님과 맺은 언약을 상기시키며, 예수 그리스도의 음성을 듣고 순종하며 그의 길을 따른다는 의미에서 “제자도”와 연관된다. 또한, 하나님의 언약 백성이며 예수 그리스도의 제자 공동체인 교회의 능력은 십자가에 달리시고 부활하신 예수 그리스도를 말(word)과 행위(deed)로 증언하기 위해 성령의 능력 안에 거할 때 나타난다. 이 점에서 로잔언약은 삼위일체적 선교를 보여준다. 즉 로잔운동의 출발점인 1974년 제1회 로잔대회는 역사적으로 예루살렘 공의회(행 15장)를 시발점으로 역사적인 기독교 공의회와 연결된다. 따라서 로잔운동은 일회적인 대회나 모임이 아니라 기독교 역사 가운데 나타나는 하나님의 선교를 복음전도와 사회적 책임을 통합하는 총체적 선교(holistic mission)로 풀어내는 로잔언약에 기초한다.

존 스토트에 따르면, 15개 항으로 구성된 로잔언약의 독특한 가치는 오직 성경을 밝히는 능력에 있으며, 진술된 내용 속에 인용된 321개의 성경 구절을 통해 성경 중심적이고 그리스도 중심적임을 보여주는 것이다. 로잔언약은 지난 50년 가까이 전 세계 복음주의 교회와 선교단체에 복음전도와 사회적 책임이라는 동반자적 관계를 총체적 관점에서 제시했다. 복음전도가 우선한다는 주장은 “논리적 우선성”을 말하며 이 둘을 하나로 묶는 것은, 세상으로 보냄 받은 하나님 온 백성이 하나님의 목적을 이루기 위해 전 삶의 영역에서 드러내는 믿음의 순종이다. 즉, 복음전도와 사회적 책임(행동)을 하나로 묶는 통합의 중심은 복음이다. 그 복음은 하나님의 복음이며 예수 그리스도이다. 로잔언약 15개 항을 자세히 살펴보면, 먼저 하나님의 목적, 성경의 권위와 능력, 그리고 그리스도의 유일성과 보편성이라는 복음주의 선교의 핵심 주제들을 진술한다. “복음전도의 본질”을 다루는 제4항은 복음전도에 대한 정의와 함께 복음 전도자가 갖추어야 할 태도와 삶의 방식으로서 “제자도의 대가”와 세상에서 그리스도인의 책임 있는 섬김을 언급한다. 복음전도의 본질은 단순한 말로 하는 선포만이 아니라, 공적 영역에서 행위로 드러나는(displaying) 삶의 방식을 의미한다. 존 스토트가 복음전도에 관한 주제를 담은 제4항과 제6-10항 사이에 “그리스도인의 사회적 책임”을 배치한 것은 복음주의 선교신학의 전환점이라고 부를 수 있다. 제5항 “그리스도인의 사회적 책임”은 복음전도와 사회참여를 상반된 것으로 여겼던 것을 뉘우친다고 고백하며 복음전도와 사회적 책임이 그리스도인의 의무라고 확언한다. 로잔의 신학적 기조는 구원에 관한 예수 그리스도의 유일성과 함께 복음으로 변화된 그리스도인의 개인적 책임과 사회적 책임을 포괄적으로 촉구한다. 이어지는 5개의 주제는 복음전도와 연관된다. 제6항(교회와 복음전도), 제7항(복음전도를 위한 협력), 제8항(교회의 선교협력), 제9항(복음전도의 긴박성), 그리고 제10항(복음전도와 문화)은 로잔언약이 삼위일체 하나님의 선교에 근거하여 하나님의 선교에 참여하는 온 교회와 모든 그리스도인이 복음전도와 사회적 책임을 총체적으로 수행해야 할 것을 강조한다. 즉, 하나님의 선교는 모든 교회가 참여해야 할 과제이며 모든 그리스도인이 예수 그리스도의 대위임령을 말로 선포하고 행위로 하나님의 영광과 복음의 아름다움을 드러내는 과업이다.

로잔언약이 말하는 교회론은 선교적 교회론이며, “십자가 중심의 교회론”이다. 제6항(교회와 복음전도)은 교회는 하나님의 우주적인 목적의 중심이며, 복음을 전파할 목적으로 하나님이 정한 수단이기에 십자가를 전하는 교회는 스스로 십자가의 흔적을 지녀야 한다고 역설한다. 여기서 교회는 단순한 기관이나 제도가 아니라 “하나님 백성의 공동체”이다. 따라서, 바울이 고백하듯이, 로잔언약은 십자가의 능력을 지닌 “연약함” 가운데서 수행하는 교회의 선교사역을 확언한다. 십자가의 능력을 지닌 교회는 성령에 의해 이끌리는 교회이며, 성령 안에서 하나님의 선교를 위해 연합하고 협력해야 할 당위성을 지닌다. 로잔언약은 하나님 나라의 운동을 표방한다. 운동의 특성은 경계선을 담대하게 넘어서는 용기와 위험을 감수하는 삶의 방식, 미지의 세계를 향해 나아가려는 모험과 탐험 정신, 그리고 순례자의 삶의 방식이다. 지난 50년 동안 로잔운동이 추구해온 일관적인 성경적, 역사적 정체성과 기본 정신(basic spirit)은 야훼의 길, 즉 예수 그리스도의 길을 따르는 것이었다. 로잔운동이 주장하는 운동은 삼위일체 하나님의 운동이다. 먼저, 로잔운동은 삼위일체 하나님에 의해 부름받고 세상에 보냄받은 하나님 백성 공동체인 교회를 강조한다는 점에서 사도적/선교적이며, 깨어지고 분열되며 상처로 얼룩진 세상과 시대의 징조를 날카롭게 간파한다는 점에서 예언자적이며, 우상숭배가 만연한 세상 가운데 살아가는 사람들의 삶에 성육신적으로 참여하고 관여한다는 점에서 목회적이다. 십자가의 능력을 상실한 교회는 하나님 나라 운동이 되기보다는 “교회 운동”이 되어간다. 교회 성장이 하나님 나라의 확장을 입증하는 것으로 착각할 경우, 교회는 하나님의 선교라는 교회의 본질에서 벗어나고 사역은 기능적으로 변질된다. 이런 교회가 추구하는 것은, 세속적 욕망의 구현과 우상숭배로 귀결된다.

1974년 제1차 로잔대회는 한국교회 지도자들에게 해외 선교에 관한 관심을 불러일으켰고 학생 선교단체에 지대한 영향을 미쳤다. 로잔언약이 1974년에 나왔지만, 로잔대회에 참가한 대표들이 주로 신학자들로 구성되어 있었고 로잔언약을 단지 신학적 문서로 간주했기 때문에 로잔언약이 다룬 복음주의 선교신학의 다양한 논의들은 지역교회보다는 주로 1970년대 복음주의 학생선교단체에 속해 있는 청년대학생들이었다. 초창기 로잔운동이 한국교회의 저변에 뿌리내리는 어려움을 겪은 주요 원인은 조직을 선호하는 한국교회의 성향에 기인했으며, 그런 이유로 한국교회 안에서 교단 조직에 의존하지 않은 선교운동으로서 활력을 불어넣는 동력이 없었기 때문이라고 볼 수 있다. 이런 상황 가운데 로잔운동이 한국교회 내에서 나름의 영향을 미칠 수 있었던 것은, 로잔언약에 기인한 것이라고 평가된다. 2024년에 열릴 제4차 로잔대회의 주제는 “교회여, 함께 그리스도를 선포하고 나타내자”(Let the Church Declare and Display Christ Together)이다. 이 주제는 50년 전에 나온 로잔언약의 기조와 로잔운동의 정신을 담아낸다. 제4차 로잔대회 한국개최를 앞둔 한국교회가 재발견해야 할 것은 하나님 백성의 순결함과 정직하고 단순한 삶의 방식이다. 교회의 영적 갱신은 교회가 그리스도의 복음을 선포하고 나타내므로 깨어지고 분열된 세상을 변혁하고 하나님의 영광과 예수 그리스도의 아름다움을 고양하므로 가능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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