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교회 부교역자 사례비, 담임목사 절반도 못 미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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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교회 부교역자 사례비, 담임목사 절반도 못 미쳐”
  • 정하라 기자
  • 승인 2015.05.08 17: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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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윤실, ‘한국교회 부교역자를 생각하다’ 주제로 심포지엄… ‘열악한 사례비’에 대한 부정적 인식 드러나

한국교회에도 ‘갑을관계’가 있다. 담임 목회자에 비해 불충분한 사례비와 불규칙한 업무, 심지어 부당하고 비인격적인 대우를 받으면서도 속으로 끙끙 앓으며 침묵할 수밖에 없는 오늘날 한국교회의 대표적 ‘을’ 부교역자의 모습이다.

기독교윤리실천운동(이사장:홍정길 목사, 이하 기윤실)은 한국교회 사각지대에 있는 부교역자들의 실태를 파악하기 위해 2015 교회의 사회적 책임 심포지움을 8일 오후 2시 한국기독교회관 2층 조에홀에서 열었다.

▲ 8일 기독교회관 조에홀에서 ‘한국교회 부교역자를 생각하다’는 주제로 열린 기윤실 심포지엄에서는 전국 개신교 교회 소속 부목사, 전도사 등 부교역자 949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 결과가 공개됐다.

‘한국교회 부교역자를 생각하다’는 주제로 열린 이번 심포지엄에서는 기윤실이 전국 개신교 교회 소속 부목사, 전도사 등 부교역자 949명을 대상으로 지난해 12월 실시한 설문조사 결과가 공개됐다.

#부교역자와 담임목사 사례비 격차 심각

이번 조사에서는 한국교회 부교역자들 대다수가 사례비에 대해 부정적인 인식을 가진 것으로 확인됐다. 이들의 월 평균 사례비는 전임 목사 204만원, 전임 전도사 148만원, 파트타임 전도사 78만원으로 평균 398만원의 사례비를 받는 담임목사와 격차가 큰 것으로 확인됐다.

현 사례비에 대해 ‘불충분하다’는 55.7%, ‘보통이다’ 34.4%가 다수를 차지했으며, ‘충분하다’는 9.9%로 극히 일부에 불과했다. 현제 체감하는 경제 사정에 대해서도 ‘어렵다’가 64.2%로 매우 높았다. 또 ‘만족한다’는 5.2%, ‘보통’은 30.6%가 응답해 낮은 사례비로 인한 부교역자들의 어려움을 파악할 수 있다.

반면 담임목사 사례비는 평균 395만원이었으며, 500만원 이상 26.4%, 400~500만원이 17.4%, 300~400만원 21.6%, 300만원 이하 17.6%로 조사됐다.

부교역자들의 ‘일일 평균 근무시간’은 10.8시간으로 전임목사 11.5시간, 전임전도사는 11.0시간, 파트타임전도사는 9.5시간이었다. 전임목사의 25.3%와 전임전도사의 22.5%는 하루 12시간 이상 근무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근무 시간도 ‘많다’는 응답이 45.8%로 ‘적절하다’(매우 적절 2.5%, 적절 13.8%)는 16.3%와 비교했을 때 매우 높아 업무시간이 길고 느끼는 업무 강도도 상당한 수준임을 파악할 수 있다.

이에 대해 조성돈 교수(실천신학대학원대학교)는 “대학원까지 마친 교회의 부교역자들이 기본적인 생활조차도 보장 받을 수 없는 수준”이라며 “전임 전도사의 경우 부양가족이 평균 2.0명이고 그것을 3인 가족으로 볼 때 148만원은 2015년 법원 기준의 최저생계비(3인가족:204만원)에도 훨씬 못 미친다”고 전했다.

특히 그는 “부교역자와 담임목사의 사례비는 2배 가까이 차이가 났다. 여러 상여금이나 혜택을 고려한다면 훨씬 더 큰 차이가 날 것”이라며, “물론 부교역자들이 청빈한 삶, 자족하는 삶을 살아야하는 것이겠지만, 그것이 강요된 청빈이나 자족이어서는 안 된다”고 진단했다.

담임목사와 부교역자간 임금 격차 문제를 지적한 배덕만 교수(건신대학원대학교)는 “교회가 충분한 재정적 여력이 됨에도 불구하고, 담임목사와 비교해 과도한 사례비 차이가 나는 것은 변명의 여지가 없다”며 “가장 정의롭고 공평해야 할 교회가 가장 기만적 형태의 착취와 억압, 불의를 자행하는 것은 심각한 죄”라고 지적했다.

또 “많은 부교역자들의 ‘일일 평균 사역시간’이 일반 직장에 비해 매우 길고 불규칙하다. 수요일 금요일 주일처럼 정규 예배가 있는 날은 늦게까지 교회에서 일해야 하지만, 야근수당이나 추가 수당이 보상이 이뤄지는 경우는 없다”며 “사명과 헌신이라는 명분 하에 과도한 노동에 무방비로 노출돼 있다”고 우려했다.

#부교역자 문제 다각도로 접근해야

‘4대보험’ 가입 수준도 상당히 취약한 것으로 드러났다. 부교역자 중 4대보험에 모두 가입한 경우는 3.2%에 불과했으며, 부교역자의 73.6%는 어느 것도 제공되는 것이 ‘없다’고 응답했다.

조성돈 교수는 “부교역자들에게 4대보험은 가장 기본적인 보호장치”라며 “특히 재직기간이 짧고 고용안정이 안 되는 부교역자들에게 고용보험 등은 엄청난 혜택을 줄 수 있다. 4대보험도 없고 퇴직금도 없는 이들이 수시로 이직해야 하는 상황에서 교회 차원에서 부교역자들에 대한 인권을 논의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반면 일각에서는 일반 직업과 달리 교회로부터 사택을 제공받는 등의 혜택도 있다는 점에서 이번 결과를 무조건 수용하기는 어렵다는 시각도 존재한다.

설문조사에서 전임목사 54.8%와 전임전도사 34.0%가 사택을 제공받는다고 답했고 ‘전월세 비용 일부 지원’에는 전임목사 20.0%, 전임전도사 10.3%가 응답했다. ‘없다’는 응답은 전임 목사 17.1%, 전임전도사 43.6% 파트타임전도사 94.6%인 것으로 확인됐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부교역자들의 사례비에 대한 부정적 인식은 자신의 학력, 사역의 내용, 근무시간 등을 토대로 다른 직업과 비교할 때 나타나는 열등감도 크게 작용할 것이라는 분석이다.

배덕만 교수는 “부교역자들도 주택을 제공받거나 보조를 받는 경우가 많고(77.7%), 정규 사례비 외에 교통비, 통신비, 학비 등을 제공받는 경우도 56.1%가 된다. 따라서 이를 고려할 때 언급한 상황보다는 어느 정도 호전될 수 있을 것”이라고 진단했다.

아울러 현 부교역자들의 경제상황과 개 교회의 재정상황과 밀접하게 연관되어 있어 획일적으로 평가할 수 없다는 점, 또 교회의 지원과 상관없이 개별 사역자들 가정의 경제적 특수성을 따진다면, 경제적 어려움에 차이가 있을 것이라는 점이 언급됐다.

이번 조사를 토대로 오랜 기간 한국교회 쟁점이 된 목회자 ‘이중직’ 문제에 대해서도 생각해 볼 수 있다. 생활고 때문에 목회 외 다른 일을 한 경험을 물어본 결과 전체 응답자 중 26.8%은 ‘과거에 한 적이 있다’고 답했지만, ‘향후 할 생각이 없다’가 42.0%에 달했다. 목회자의 이중직 활동을 허용한다는 교회는 2.3%에 불과했다.

배 교수는 “대다수의 부교역자들이 과도한 업무와 열악한 사례비로 어려움을 토로했지만, 정작 이 문제의 해결을 위해 직접 일하는 경우는 매우 적었다”며, “교회가 부교역자의 생계를 전적으로 책임질 수 없다면, 그들의 사역의 양과 시간을 축소하고, 별도로 일할 수 있도록 허락하며 부교역자도 적극적으로 방법을 모색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재정적 어려움보다 인격적 모독 더 힘들다

특히 이날 부교역자들의 재정적인 실태와 함께 강조된 것은 ‘부교역자들의 인권 문제’다. 재정적인 문제보다도 인격적인 대우나 사역자로서의 대우를 받지 못하는 경우도 빈번히 발생해 제도적 보호가 시급한 상황이다.

한국교회에서 부교역자 삶의 이미지를 복수로 불어본 결과 ‘종・머슴・노예’이라는 응답이 10.8%로 가장 많이 응답돼 큰 충격을 안겨준다. 이어 ‘계약직・비정규직・인턴・일용직・임시직’, ‘담임목사의 종・하인・하수인’ 등이 다수 응답됐다.

조성돈 교수는 “부교역자들의 문제는 단순히 담임목사나 교회 리더십 각성으로 끝날 수 있는 문제는 아니다. 부교역자를 바라보는 교회나 담임목사의 인식 전환과 함께 교단 차원의 제도의 개선, 그리고 무엇보다 완생이 아니라 미생으로 대우되는 현실을 바꾸어 전문 목회자로서의 역할 전환도 생각해야 할 것”이라고 제안했다.

배덕만 교수는 “부교역자들은 담임목사의 부당한 언행과 권위주의, 부적절한 사례비와 과도한 업무로 고통받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부교역자들의 자기 이해가 대단히 부정적・비관적으로 추락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이러한 실태에 대해 교단 차원의 대책 마련을 강조한 그는 “재정적으로 어려운 교회에서 사역하는 부교역자들을 위해 교단 차원의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 부교역자의 학력, 경력, 역할 등을 고려해 교단 차원에서 각 교회가 부담해야 할 사례비의 한계선을 설정하고, 개 교회가 이를 실행할 여유가 없을 경우 이를 보조할 다양한 방법을 강구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대형교회 쏠림 현상도 간과해선 안 돼

이밖에 많은 사례비를 받는 일부 대형교회 부목사 자리에는 몇 백통의 이력서가 몰리지만, 작은 교회나 농촌 교회의 경우 부교역자를 찾기가 하늘의 별따기와 같다는 점에서 부교역자들의 목회 의식도 간과할 수 없는 부분이다.

실제로 4개월째 부교역자를 찾고 있는 관악구 A감리교회 목사는 “금, 토, 일 사역할 수 있는 파트타임 전도사(월급 80만원)를 구하고 있지만, 쉽지 않다. 대다수가 사례비를 많이 주는 교회를 선호하기 때문”이라며, “요즘 학부생들은 사역 자체에 부담을 느껴, 차라리 마음 편하게 일 할 수 있는 카페에서 아르바이트를 하는 이들이 많다. 소명보다 현실을 많이 고려하는 요즘 세태가 반영된 것”이라고 밝혔다.

한편 이번 기윤실의 설문조사 발표 전반은 목회자를 근로자로 판단함으로써, 소명과 헌신을 바탕으로 해야 하는 목회를 하나의 ‘근로’로 고정화시킬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이러한 인식에 따라 적정한 ‘사례비’의 기준을 정하는 것도 쉽지 않다.

강문대 변호사(법률사무소 로그)는 “각 교단의 헌법 자체는 부교역자를 ‘근로자’가 아닌 것을 전제하는 것으로 보인다. 즉 사역의 동기가 임금이 아니라 헌신과 봉사로 보고 있고, 사례비도 근로의 대가가 아닌, 근로와는 무관한 생활 보조비로 지급하는 것으로 평가하는 것”이라며 “그러나 법원은 헌법상의 규정만이 아닌 실제 근로 실태를 본다. 각 교회가 부교역자를 ‘근로자’로 평가받게 하지 않으려면 성직자로서 상당한 재량을 가진 사람으로 대하고 그 지위를 보장하며 처우 개선에 힘써야 하는 것은 자명한 사실”이라고 덧붙였다. 

한편 이번 조사는 글로벌리서치에 의뢰해 2014년 12월 8일부터 2015년 1월 11일까지 35일간에 걸쳐 온라인으로 실시됐다. (신뢰수준 95% 최대±3.2%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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