굴려진 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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굴려진 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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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14.04.29 21: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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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한호 목사(춘천동부교회)

2014년 4월 16일 476명이 탑승한 세월호가 침몰하는 대형사고가 났습니다. 전해지는 소식으로는 승무원이나 교사들 중에는 학생들에게 구명조끼를 양보하며 탈출을 도우며, 배에 끝까지 남아 있다가 결국 사망하였다고 합니다. 어떤 분은 제주도에 있는 건축회사에 첫 출근을 하던 중 사고를 겪기도 했습니다. 5살짜리 어린이는 부모님과 이사를 가다가 사고를 당하게 되었는데 가족 중 혼자만 구조되었습니다. 너무나도 가슴 아픈 사연들입니다.

이런 가운데 많이 회자가 되었던 것이 에어포켓입니다. 배가 침수되어도 공기가 남아 있는 공간이 있다는 것입니다. 실종자 가족 모두가 에어포켓에 희망을 걸고 학생들이 한명이라도 살아있기를 소망하였지만 점점 가라앉는 배를 보면서 그 마음이 어떠했을까? 사실 가족들만이 아닙니다. 우리나라 모든 사람들은 풍랑 이는 바다를 보면서, 점점 가라앉는 배를 보면서 나의 꿈이 나의 사랑하는 가족이 바다 속에 가라앉는 마음을 동일하게 가졌습니다.

안식 후 첫날 여인들은 예수님의 무덤에 찾아왔습니다. 연약하고 소외된 자신에게 찾아오시고 자매로 삼아주시고 아낌없이 사랑을 베푸신 예수님을 잊을 수 없었기에 이 여인들은 예수님께로 나아왔습니다. 그런데 유일하게 희망이었던 예수님이 무덤 속에 갇히고 돌문으로 막혀 있습니다. 희망이 무덤에 갇힌 것입니다. 여인들에게는 전혀 희망이 보이지 않습니다. 세상의 그 어떤 기술, 장비, 어떤 과학과 정보도 큰 돌을 옮길 수 없습니다. 심지어 군인들이 지키고 있었습니다. '돌, 무덤' 이런 단어들은 매우 절망적인 단어들입니다.

그러나 여인들이 도착했을 때 절망과 같은 큰 돌은 굴려져 있었습니다. 이것은 온전히 하나님께서 하신 일이었습니다. 우리가 슬퍼서 죽겠다고, 바다만 바라보고 무덤만, 돌만 바라보고 있을 때에 하나님은 우리가 슬퍼하는 그 자리에서 일하신 것입니다. 우리가 낙심하고 슬퍼하는 그 자리에 우리 주님도 함께 하신 것입니다.

무덤 문이 열려 놀란 여인들에게 천사가 나타나 주님이 갈릴리에서 만나자고 하신 말씀을 전합니다. 갈릴리는 제자들의 고향이기도 했습니다. 예수님이 제자들을 불러 훈련시키신 곳도 갈릴리였습니다. 3년 동안 거의 모든 시간을 제자들과 함께 보낸 곳이 바로 갈릴리였습니다. 갈릴리는 신앙의 시작점이었습니다.

한 때 그들에게는 주님을 위해서는 목숨까지도 바치겠다는 열정이 있었지만 십자가 사건을 계기로 그들의 꿈은 산산이 부서지고 말았습니다. 그 열정도 이제는 식어버렸고, 지금은 공포로 가득 찬 패배자들이 되고 말았습니다. 그들은 지금 실패한 사람들이요, 스승을 배신한 사람들이요, 꿈과 희망을 잃어버린 사람들이었습니다. 바로 그런 그들에게 주님은 갈릴리에서 다시 만나자고 말씀하신 것입니다. 이제 원점에서 새롭게 출발해 보자는 것입니다.

오늘날 예배의 감격이 사라지고 세속화와 분열, 타락의 모습을 볼 때 한국 교회에 미래가 있을까 많은 이들이 걱정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교회를 향한 세상의 목소리는 매우 맹렬합니다. 더 이상 희망이 없는 것처럼 느껴집니다. 바로지금, 우리는 처음 자리로 돌아가야 합니다. 한국 교회가 순수하게 그리스도만을 따르고 세상을 섬기며 하나님의 뜻을 이루어가던 그 처음 자리, 우리들의 갈릴리로 돌아가야 합니다. 그곳에 우리 주님이 계십니다.

우리의 처음자리에서 우리의 죄를 위하여 십자가를 지시고 무덤에 갇힌 예수님, 그러나 사망과 어둠의 권세, 절망을 깨고 이기신 주님이 계십니다. 이제 희망이 없다고 슬퍼하는 한국 교회를 향하여 부활의 주님은 이제 다시 시작하자고 말씀하고 계십니다. 우리의 처음자리에 계시는 그리스도, 우리에게는 다시 시작할 생명과 소망이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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