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리의 노숙인, 다시 사회 속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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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리의 노숙인, 다시 사회 속으로…
  • 김동근 기자
  • 승인 2013.09.26 13:5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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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실천공동체 두재영 목사 ‘노숙인 자활’을 생각하다

1997년 11월말 우리나라에 찾아온 IMF 경제위기. 이로 인해 우리나라는 정치적, 사회적, 경제적인 혼란을 겪었다. 2002년 한일월드컵을 계기로 안정을 되찾는 듯 했지만, 2008년 세계글로벌 시대의 금융시장의 불황으로 다시금 어려움을 겪었다.

이런 상황에서 개인의 빈부격차는 더욱 심화됐고, 경제적 위기를 극복하지 못하는 계층이 양산되었다. 경제적 회복 가능성을 상실한 계층은 모든 것을 잃고 거기로 내몰리는 실정. 경제적 요인에 의한 노숙인의 숫자는 2005년 13,777명, 2008년 14.288명, 2012년 15,500명으로 계속 증가하고 있다.

‘빅이슈’라는 잡지 판매원, 거리에서 쪽방촌으로 자리를 옮긴 노숙인까지, 자활의지가 거의 없다는 속설과는 달리 이들은 거리에서 벗어나길 희망하고 있다는 것이 사랑실천공동체 두재영 목사의 설명이다. 두 목사가 대학원 박사학위 논문에서 ‘노숙인 선교를 위한 자활 프로그램’을 다뤘다. ‘거리의 천사’인 노숙인들은 반드시 자활을 할 수 있다는 것이 그들을 향한 그의 믿음이다.

성경 속 노숙인
두 목사는 “노숙인에 대한 복지적 보호와 지원은 교회의 중요한 선교적 과제”라며 “성경에서 노숙인은 ‘가난한 자(사회적 약자)’의 한 그룹으로 하나님의 관심이 집중되는 계층이고 예수 그리스도와 그 제자들 사역의 중요한 대상자였다”고 말했다.

또한 “사회적 위기상황에서 약하고 가난하며 병든 자들의 어려움을 해결하기 위해 예수님이 말씀하신 ‘네 이웃을 네 자신 같이 사랑하라’(마22:39)는 말씀을 실천하고 사회의 아픔과 고난을 함께 나누는 섬김의 실천이 절실하다”고 강조했다.

성경에서도 노숙인들을 품어야한다고 강조한다는 사실도 논문을 준비하며 자연스레 알게 됐다. 출애굽기에서는 ‘가난한 자’라는 단어가 등장해 이방 나그네, 고아와 과부, 노예 등의 생존권을 보장한다고 말한다.
그는 “레위기에서는 가난한 자들에 대한 생존을 위해 부자들에 대한 본격적인 하나님의 간섭이 시작된다”며 “자기 땅이라 하여도 모퉁이까지 다 거두지 말고, 떨어진 이삭도 줍지 말 것을 명령하시며, 포도원 주인들에게는 포도원의 열매를 다 따지 말라고 하며 떨어진 포도도 줍지 말라고 하셨다”고 말했다. 늘 가난한 자들을 위한 여지를 남기며 “나는 너의 하나님이라”고 강조하셨다는 것이다.

노숙인 선교의 근거는 신약에서도 나타나고 있다. 먼저 사복음서는 그야말로 노숙인선교의 표본이라고 할 수 있는 부분. 예수 그리스도께서 너무도 자연스레 사회의 취약계층들과 함께 하셨기 때문이다. 가난한 자, 주린 자, 나그네, 헐벗은 자, 병든 자, 옥에 갖힌 자까지 예수님은 이 땅에 오셔서 사회적 약자들과 함께 하셨다.

두 목사는 “구약성경에 반영된 선교의 메시지는 여러 구절이 있지만 예수 그리스도의 교훈은 마태복음 22장 37절부터 39절에 기록된 것이 큰 계명이라고 볼 수 있다”며 “하나님에 대한 사랑과 이웃에 대한 사랑을 분리할 수 없는 가장 첫째 되는 계명”이라고 설명했다.

또한 사도행전에서는 믿는 사람들이 모든 물건을 서로 통용하고 자신의 소유를 강조하는 사람이 없었으며, 자신의 밭과 집이 있는 사람들도 그 소유를 팔아 사도들의 발 아래 두어 각자의 필요에 따라 나누었다. 바울서신, 그 중 로마서에서는 어려운 이웃에 대한 선교를 행함에 있어 실제 어떤 자세로 임해야 하는가를 제시하기도 했다.

세상속으로 가는 길
서울역 13번 출구를 빠져나와 몇 걸음만 걸으면 보이는 ‘따스한 채움터’. 2010년 5월 서울시가 노숙인들을 위해 세운 이 곳에서는 두재영 목사의 ‘거리의 천사’를 향한 사랑이 계속해 이어지고 있다.

물론 사랑실천공동체만의 장소는 아니다. 노숙인들을 섬기고자 하는 많은 단체들이 돌아가며 식사를 돕는 장소가 바로 ‘따스한 채움터’다. 얼마 전 논문을 통해 발표한 노숙인들을 위한 자활 프로그램도 이곳에서 하나, 둘 시도되고 있다.

보통 노숙인 자활 프로그램은 노숙인의 사회복귀와 가정회복을 실현할 수 있도록 지원하기 위한 전인적인 영역을 포괄한다.

여기서 두재영 목사는 “노숙인이 발생하는 원인은 개인적 요인과 환경적 요인도 있지만, 대부분 사회구조적 요인으로 인한 것”이라며 “노숙인을 대상으로 한 자활 프로그램은 제일 먼저 사회구조적인 문재해결을 위한 접근에 중점을 두어야 하고, 개인적 문제 해결을 위한 접근과 환경적 요인 해소 문제 해결을 포괄하는 목표를 설정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그가 자활 프로그램의 시작으로 삼은 것은 노숙인들의 4무(무기력, 무능력, 무소유, 무책임)을 버리도록 돕는 일이다. 특히 하나님의 피조물로서 ‘나 자신이 어떤 존재인가’를 자각하는 것이 프로그램의 시작이다.

단기 프로그램과 장기 프로그램 두 가지로 나뉜 자활 과정은 지적인 변화, 정서적 변화, 영적인 변화를 추구해 사회구성원으로 회복 및 가정을 회복하는데 첫 번째 목표를 두고, 장기적으로는 직업의 전문성을 통한 사회복귀와 가정의 회복을 지나 가정 복귀에 목표를 둔다.

진정한 회복은 ‘복음’
사실 프로그램을 구상하기 전부터 두 목사의 노숙인 자활을 시도는 계속되어왔다. 하지만 스스로 사회복귀를 이루더라도 항성 어려웠던 부분이 가정 복귀 부분.

개인차가 있지만, 각 가정에서 노숙인들을 다시 받아들이기가 힘들다는 것이 그의 설명이다. 또 복귀했다 하더라도 가정불화 등을 이유로 다시 노숙인으로 복귀하는 경우도 적잖은 현실이다.

두 목사는 “노숙인 자활 프로그램의 핵심은 ‘회복’”이라며 “사회로의 회복뿐만 아니라 하나님의 자녀로 회복되어야 한다. 이를 위해 단기, 장기 프로그램, 초급, 중급, 고급반의 모든 프로그램 속에는 ‘말씀’이 들어있다”고 강조했다.

말씀, 즉 복음을 통해 이들의 내면의 아픔을 치료하지 않고는 다시금 사회구성원으로 돌아가기 어렵다는 것이다. 이 때문에 사후관리도 철저하게 이뤄진다. 상담센터를 통해 사회복귀 과정을 밟고 있는 대상자가 지속적인 관심으로 피드백을 계속 해 나가는 것이다.

서울메트로의 직원으로 노숙인을 쫓아내기 급급했던 그가 노숙인들의 삶을 걱정하며 그들의 끼니를 걱정했다. 그리고 이제는 그들의 자활을 돕기 위해 나섰다.

“지금까지도 제가 한 것은 없죠. 모두 하나님께서 하신 일입니다. 논문을 써내려가며 많은 생각을 했고, 많은 기도를 드렸습니다. 하나님께서 만드신 이 자활 프로그램을 통해 거리의 노숙인들이 진정한 거리의 천사로 거듭나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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