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9) 마중물의 경제원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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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9) 마중물의 경제원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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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13.03.06 15: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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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덕 목사 (샬롬교회 협동목사ㆍ경영학 박사)

▲ 이상덕 목사
요즈음은 펌프로 물을 퍼 올리는 우물을 구경하기가 어렵다. 내가 어릴 적엔 대부분의 농촌에서 우물물을 길러다 식수로 사용했다. 보통 두레박을 사용해 우물물을 길러 올렸으나 가끔 두레박을 사용하지 않고 우물에 펌프를 설치해서 펌프질로 우물물을 끌어올려 사용하는 집도 있었다.

두레박보다는 펌프가 한 단계 업그레이드 된 식수 공급원이었다. 그러나 펌프의 원리를 모르면 물을 퍼 올릴 수 없는 경우가 종종 있다. 펌프를 사용하지 않다가 물을 퍼 올리기 위해 펌프질을 하면 바람이 새 나가 헛 펌프질만 하게 되고 물은 올라오지 않는다.

이럴 경우 먼저 물을 한 바가지 정도 펌프에 부은 후에 펌프질을 하면 바람이 새지 않아 물이 빨려 위로 올라오게 된다. 한 번 물이 올라오기 시작하면 그 이후에는 펌프질만 하면 물이 계속 시원스럽게 흘러나온다. 이럴 경우 펌프질을 하기 전에 펌프에 붓는 물을 ‘마중물’이라 한다.

마중물의 원리는 경제에도 적용된다. 경제가 침체되거나 과열되면 중앙은행과 정부에서는 경제가 지속적으로 성장하도록 여러 가지 정책수단을 사용한다. 예를 들자면 경제가 침체될 때 중앙은행에서는 경제를 살리기 위해 금리를 인하시켜 돈이 시장에 풀리도록 한다.

중앙은행에서 금리를 인하할 때는 한꺼번에 크게 인하하지 않고 보통 25bp, 즉 0.25%포인트를 인하한다. 이때 인하 하는 금리 25bp가 마중물 역할을 한다. 금리가 인하되면 시장에서는 자금을 이용하는 사람들이 늘어나고 자금이 풀리면 돈이 돌아 경제가 움직이기 시작한다. 경제는 한 번 살아나기 시작하면 심리적 작용에 의해 점점 더 활기를 띠게 된다.

그러나 금리를 25bp 인하했는데도 불구하고 돈이 돌지 않으면 중앙은행은 다시 금리를 25bp 인하해 시장에 돈이 풀리도록 유도한다. 때로는 중앙은행이 금리를 50bp나 75bp를 인하할 수도 있다. 그러면 시장은 마중물을 부어도 펌프에서 물이 올라오지 않듯이 경제가 지금 빈사상태에 있어 통상적인 금리인하로는 경제가 움직이지 않자 중앙은행에서 충격요법을 쓰고 있다고 인식한다.

금리인하정책이 경제를 반드시 살릴 수 있는 것은 아니다. 금리인하가 침체되어 있는 경제를 살리는 마중물 역할을 하지 못하면 심각한 결과를 초래할 수도 있다. 일본의 경우 1980년대 후반 경기가 양호한 상태였음에도 엔고로 인한 수출가격경쟁력 약화와 이로 인한 경기침체를 우려해 급격하게 금리를 인하하기 시작했다. 그 결과 통화량이 확대되고 물가상승이 예상되자 기업과 가계는 초저금리로 은행에서 대출받은 자금으로 부동산이나 주식 등에 대한 투자를 계속하고 이로 인해 부동산 가격이 급격히 상승해 거품경제가 시작되었다.

금리인하가 투자확대와 건전한 소비 진작으로 이어지는 마중물 역할을 하지 못하고 거품만 일으킨 것이다. 거품(bubble)으로 포장된 경제는 그 거품이 터지기 시작하면 자산가격의 급격한 하락으로 금융이 부실화되고 경기는 장기침체에 빠지게 된다. 이로 인해 일본은 10년 동안이나 경제의 어려움을 겪게 되고 이것이 아직까지도 많은 사람들의 입에 오르내리는 ‘일본의 잃어버린 10년’이 되고 있다. 미국의 경우도 부동산 거품으로 2008년에 모기지 사태를 겪었고 이로 인해 세계경제가 충격을 받아 미국뿐만 아니라 유럽까지도 경제가 무너져 아직까지 고생하고 있다.

이제 세계 각국은 금리로 경제를 살릴 수 있는 수단이 없자 과거에는 상상도 못했던 비상수단을 쓰고 있다. 침체된 경제를 살리기 위해 돈을 막 푸는 것이다. 미국은 이미 세 차례에 걸쳐 양적완화 정책을 시행했고, 유로존에서도 유럽중앙은행이 대규모 국채매입을 통해 돈을 풀기로 했으며, 일본은행도 국채를 매입하는 방식으로 엄청난 돈을 뿌려대고 있다. 돈을 푸는 정책이 경제를 살리는 마중물 역할을 하면 다행이지만 재정건전성만 악화시키고 부실채권 처리와 산업구조조정이 지연되는 결과를 초래하면 세계경제는 지금보다 훨씬 더 큰 혼란에 빠질 것이다.

신앙에서도 마중물의 원리는 작용한다. 지금 우리나라는 세계선교에서 많은 역할을 감당하고 있다. 선교사 파견에서부터 단기선교에 이르기까지 선교활동이 활발하다. 한 사람의 선교사 파견이나 고작 1, 2주에 걸친 단기선교가 무슨 효과가 있겠는가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있을지 모르지만 성령님의 역사로 마중물 역할만 하게 되면 생명수가 끊임없이 흘러나와 그 지역을 복음화시킬 수 있는 것이다.

무지하고 메마르고 어두웠던 이 땅에 기독교가 꽃을 피우고 하나님의 은혜로 세계가 놀랄 만큼 발전하게 된 것도 선교사님들이 복음을 위해 흘린 피가 마중물 역할을 했기 때문이라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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