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성! 군선교 신고합니다] 오늘 뿌린 말씀이 언젠가 열매 맺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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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성! 군선교 신고합니다] 오늘 뿌린 말씀이 언젠가 열매 맺기를
  • 지정순 목사
  • 승인 2024.05.20 16:2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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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 3653부대 예수가온교회 지정순 목사 (하)

그 시절의 아버지와 같은 스무 살의 요즘 병사들은 발전한 나라만큼이나 영양을 잘 챙겨 체격이 번듯하고 연예인 부럽잖은 외모를 갖춘 선진국 대한민국의 청년들이다. 아버지의 스무 살이 변변한 무기 없이 삶과 죽음의 갈림길에 섰던 것과 달리, 오늘의 스무 살은 각 가정에서 부족함 없이 자란 왕자들이다.

그러나 날아오는 총알 대신 쇄도하는 인터넷의 침공 앞에 시간과 마음을 빼앗기고, 그것에 더해 예배 출석에 부여되는 마일리지 같은 당근도 사라지니 부대는 주일 아침이면 인적이 끊겨 적막하다. 그런 중에도 예배당을 향해 중대별로 무리 지어 올라오는 형제들의 발걸음 소리가 적막을 깨운다.

늘 가장 앞자리에 앉아 눈 하나 깜박이지 않고 선포되는 말씀을 스펀지처럼 빨아들이는 S, 고향의 부모님이 모두 질병을 앓고 계셔서 말씀이 간절한 M, 성경을 챙겨 입대한 후 매일 3장을 읽어 군대에서만 3독째인 H, 냉철한 이성의 소유자이면서도 어린 시절부터 연마된 단단한 믿음으로 전도와 봉사에 앞장서는 O, 피아노 초보자임에도 부단한 연습을 통해 찬양 반주의 실력자가 된 J, 밤새 근무하고도 꺼칠한 얼굴로 예배의 자리에 앉는 C, 천주교 세례를 받았지만 말씀을 따라 교회 문턱을 넘은 후 예배에 열심인 Y, 이제 막 하나님을 알아가고 있는 중인 K, 자신을 드러내지 않지만 주일예배와 부대 기도회의 자리에 어김없이 나타나는 다른 많은 용사들…. 떠올리기만 해도 눈물 나는 소중한 청년들이다. 그 형제들이 있어서 나는 여전히 군 교회의 선교사이다.

아버지가 만난 미군 군목이 한 명인지 복수인지는 모른다. 당연히 이름도 모른다. 천국으로 이사하신 아버지께 여쭤볼 수도 없다. 하지만 나는 그분을 영미권의 대표적인 이름을 따 존 목사님이라고 부른다.

존 목사님은 자신으로 인해 어느 한국 병사의 인생이 달라졌음을 알 리 없다. 그 병사뿐만 아니라 병사의 딸까지 인생 행로가 바뀌었음을 존 목사님이 어찌 알겠는가. 그래서 꿈꿔본다. 내가 이름 없이 빛도 없이 뿌리고 있는 이 말씀의 씨앗이 언젠가 누구에게서 싹 터 그 인생이 달라질 것을. 부족하고 미흡하기 짝이 없는 내게도 그 영광과 감사를 허락하실 주님을 기대하면서 다시 마음의 신발끈을 조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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