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부대의 새 술’, 신개념 기독교 대안운동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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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 부대의 새 술’, 신개념 기독교 대안운동 필요하다
  • 표성중 기자
  • 승인 2013.03.05 16: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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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국교회, 이제 비판 넘어 방향 모색하라

▲ (사)새길기독사회문화원은 지난 3일 주일 오후 강남청소년수련관에서 ‘한국 교회의 현실과 대안적 미래’를 주제로 정기포럼을 개최했다.
외형은 ‘성인’이지만 정신과 행동은 ‘유아기’에 머문 교회 현실
희년원리로 맘몬과 싸우며 희생ㆍ사랑으로 사회까지 변혁해야

기독교 신앙에 입각해 한국 사회와 문화에 예수 그리스도의 정신을 실현하기 위해 설립된 초교파 평신도 열린 공동체인 새길교회가 창립 26주년을 맞아 한국 교회 현실을 진단하고, 대안을 모색했다. 새길교회가 만든 (사)새길기독사회문화원은 지난 3일 주일 오후 강남청소년수련관에서 ‘한국 교회의 현실과 대안적 미래’를 주제로 정기포럼을 개최했다. 이날 구미정 교수(숭실대)의 사회로 이오갑 교수(그리스도대), 방인성 목사(함께여는교회), 조헌정 목사(향린교회) 등이 패널로 참여했다.

# 한국교회는 유아기적 상태
이오갑 교수는 한국 교회는 유아기적 상태에 있다고 진단했다. 외형은 성인같이 커졌지만 그 정신이나 하는 일은 여전히 미숙하고 어리석어서 미래에 대해 점점 더 의문이 들고 회의적이라고 질타했다.

최근 이슈가 되고 있는 목회자의 교회 사유화 문제를 지적한 이 교수는 “목회자들이 어리석고 유치하지만 교인들도 그런데 대해 크게 반대하지 않고 동의해주는 것도 이해하기 어렵다”며 “이는 교인들의 미성숙과도 관계된다”고 주장했다. 옳고 그른 것을 가리지 않고 목회자가 하는 것은 순종하고 따라야 한다고 믿고 있다는 것이다.

사실 대다수 교인들은 교육을 덜 받았거나 무력한 사람들이 아니다. 대학들도 다 나오고, 사회경제적으로 안정된 위치에 있고, 심지어는 교수, 박사, 의사, 변호사, 고위 공직자 등 지식층에 속하는 사람들도 많다. 그런데 왜 목회자들의 교회 사유화 문제에 이의를 제기하지 않을까. 바로 유아기 상태에 있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또한 교회의 이기주의나 자기중심성이 쉽게 이해되는 점에서 유아기적 상태에 머물고 있다고 설명했다. 한국 교회는 자기 자신을 위한 교회이고, 자기 자신이 목적인 교회라는 것. 결국 교회는 성도들을 예속시킬 수밖에 없다. 돈과 시간과 마음을 바치고 헌신하게 한다.

그렇다면 한국 교회가 유아기적 상태를 벗어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우선 목회자와 교인들은 과거 유아기적이었던 자신들로부터 벗어나서 자유롭고 자발적인 주체로 성장, 성숙해야 한다. 이 교수는 “이와 같은 변화가 한국 교회가 당면하고 있는 문제들에 대한 근본적인 해결책이고 열쇠”라고 강조했다.

이를 위해 이 교수는 한국 교회의 신학과 정신을 제대로 정립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한국 교회의 신론부터 바로 잡아야 한다는 것. 절대적이고 전능하고, 거룩하며, 의를 사랑하고 죄를 미워하는 심판주로서의 하나님, 법과 규례를 지키면 복을 주고 못 지키면 벌을 주는 율법적 하나님의 상을 벗어나야 한다는 것이다.

이 교수는 “한국 교회의 두려운 아버지에 대한 ‘오이디푸스적 고착관계’가 진정한 신인관계, 진정한 신앙을 대체하고 있다. 기독교는 복음이 주고 율법이 종인데 한국 교회는 주종관계가 바뀌었다”며 “스스로를 낮추시고 아무것도 아닌 존재가 됨으로써 사람들을 유아기적 공포로부터 해방시켰던 전적의 사랑과 은혜의 하나님의 상을 가져야 한다.

구원론도 분명히 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사람을 억압하고 교회에 의존적이 되게 하고, 교회의 노예로까지 만드는 공로주의에서 벗어나야 한다는 것. 이 교수는 “개신교 일부에서 믿음을 강조했기 때문에 사람들이 잘못하게 된 것이라며 행위를 강조해야 한다는 식의 반론이 많다”며 “하지만 믿음은 행위를 부정하거나 약화시키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두려워서 하는 행위, 의무로써 하는 행위, 보상이 있어야 하는 행위에서 구원받았기 때문에 조건 없는 행위, 하고 싶어서 하는 행위, 하나님과 사람들을 사랑해서 하는 행위가 나타나도록 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 교수는 “종교개혁은 믿음을 통한 은혜로 구원받는다고 가르침으로써 사람들로 하여금 교회의 각종 규례들과 율법, 요구들을 상대적으로 보게 했고, 죄의식이나 불안으로부터 해방시켰다‘고 강조했다.

# ‘기존의 것’과 다른 개혁운동 필요
그렇다면 한국 교회의 대안은 없을까. 방인성 목사는 한국 교회 대안운동은 ‘기존의 것’과 조금 다르거나 적절히 타협한 것이 아니라 전혀 다른 ‘새 부대에 담긴 새 술’이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교회운영에 대한 정관 마련, 목사 및 장로 임기제, 이웃사랑 실천, 교회 건물의 지역사회 개방, 희년 명령 실천을 위해 전기나 가스, 의료보험 체납으로 단전이 되거나 병원에 못가는 분들을 위한 대납운동 전개 및 부채탕감운동, 대안교육과 육아 돌봄의 장 마련 등에 관심을 갖는 것부터 대안운동을 시작하라는 것이다.

방 목사는 “희년의 원리로 사회 변혁을 일하는 교회로서의 정체성을 갖는 것이 필요하다”며 “한국 교회의 대안운동은 희년의 핵심인 ‘생명과 평화’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 희년 실천의 주인공인 예수님의 하나님 나라 운동은 다름 아닌 생명과 평화 운동이었다”고 설명했다.

즉, 희년명령을 교회 밖 정치와 교육, 문화와 경제로 적용되도록 해야 한다는 것이다. 하지만 대안운동의 함정은 이론에만 머물 수 있다는 점이다. 따라서 개혁의 대상은 외부보다 먼저 한국 교회 자신이고, 혁명의 대상은 자기 자신이 먼저 되어야 한다는 것을 잊지 말아야 한다.

방 목사는 “대안은 비판을 넘어 구체적이고 희생적인 실천이 따라야 한다”며 “결과를 예측할 수 없는, 아니 실패할 수도 있는 새로운 길이다. 많은 사람이 가지 않으려는 외롭고 험한 길”이라며 “한국 교회가 자신의 것을 내려놓는데서부터 대안운동은 시작된다”고 강조했다.

# ‘예수 따르기’ 십자가지기 운동
기독교 대안운동은 예수님이 꾸준히 설파했던 맘몬과의 싸움이었다고 설명한 조헌정 목사는 ‘십자가지기운동’을 전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남보다 많이 갖는 것이 성공, 큰 것일수록, 비싼 것일수록 좋은 것이자 옳은 것이라는 시장 자본주의적 가치 무효화해야 한다는 것이다.

조 목사는 “‘예수믿기’에서 ‘예수따르기’, ‘예수살기’로 나아가는 십자가운동이 필요하다”며 “진정한 대안이란 대체가 아니라 기존의 구조 밖으로 탈출하는 것으로써 또 하나의 구조 안으로 들어가는 것이 아닌 끊임없이 개혁해 가는 해체운동임을 잊지 말아야 한다”고 당부했다.

특히 조 목사는 기독교 대안운동의 세계적 흐름으로 지역의 가난하고 소외된 약자들의 섬김을 우선시해 온 미국의 세이비어교회와 일체의 사유재산 없이 전원 지역에서 살아가고 있는 독일의 부르더호프 또한 “본 회퍼 목사는 교회를 세례를 통해 그리스도 안에서 변화된 새 인간으로서의 하나, 선한 것과 속된 것이 하나되는 현장, 세상의 죄에 저항함으로 바른 길로 나아가게 하는 타자를 위한 존재 등 3가지로 정의했다”며 “기독교 대안운동은 예수 사랑으로 세상을 변혁해가는 운동”이라고 피력했다.

이어 “어떻게 보면 대안교회 운동은 바로 ‘내 멋대로 해 보겠다’는 운동이 될 수도 있다”며 “두 세 사람이 함께 하는 곳에 내가 함께하겠다는 예수님의 말씀은 곧 목사와 건물이 없는 작은 공동체 교회운동을 하라는 주님의 명령일 수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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