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나된 240km의 길에서 희망을 보다 <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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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나된 240km의 길에서 희망을 보다 <하>
  • 김목화 기자
  • 승인 2013.02.05 21:35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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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멀리 울려퍼지는 교회종소리 좇아 '뚜벅뚜벅' 걸었다
▲ 전라북도문화재자료 제136호로 지정된 금산교회는 1908년 4월 4일에 헌당된 모습 그대로다. 건물 구조는 ‘ㄱ’자 한옥으로 전국에 두 개 중 하나다.


7대 종단 유적지 60곳 품은
전라북도 ‘아름다운 순례길’

여행자들은 다양한 마음으로 여정의 길을 나선다. 마음의 갈등 때문에 나서기도 하고, 자신의 다짐을 새롭게 하기 위해서 떠나기도 한다.
‘순례’는 홀로의 여정이지만 그 안에서 만나는 다양한 종교와 문화의 순례자들과 함께하는 여정을 상징적으로 드러내는 말이다. 전라북도에 가면 여행자들을 위한 순례의 여정, ‘아름다운 순례길’이 있다. 새해의 첫 달을 보내고, 마음을 새로이 잡고자 뚜벅이 여행자(뚜벅뚜벅 걸으며 여행하는 사람)가 나섰다. 아름다운 경치와 순례자의 마음이 있는 길, 그 곳을 직접 걸어 보았다.<편집자주>

교회 뒤에는 절, 성당 앞에는 원불당
서로 다른 종교의 소중한 유산 함께 지켜
길 하나에 모든 종교가 어울리며 웃는다

오르며 내리며 물건너 산건너
자연과 함께 서린 옛이야기 들으며
뚜벅뚜벅 순례하는 길

한국 교회 초창기 모습 보존한
금산교회의 ‘ㄱ’자 한옥 교회
오늘도 열리는 예배

“지금은 참 조용하죠? 그래도 벚꽃철, 단풍철에는 커다란 배낭 매고 겁나게 걸으러 와요.”

전북 김제시 금산면 원평초등학교 옆 한 식당 주인의 말씀. 지난해 세계순례대회를 치룬 전라북도 곳곳은 날 좋은 여름철, 가을철 뚜벅이 여행자 인파로 북적인다. 인적이 드물어 고요한 시골길 사이로 옛 어른의 발자취도 훤하게 보인다. 길목에는 교회, 성당, 절은 물론이고 천주교 순교지와 민족종교 성지도 있다. 오르며 내리며 물건너 산건너 자연과 함께 서린 옛이야기에 귀 기울이며 눈길 고적하게 거닐기 좋다. 전주, 김제, 익산, 완주를 잇는 ‘아름다운 순례길’(240km) 이야기다. 아직도 버스를 타려면 1시간은 기다려야 하는 인적 드문 길이자, 크고 작은 절과 100년 넘은 교회와 성당이 이웃한 순례길이기도 하다.

김제시에 있는 아름다운 순례길 7코스, 금산사~수류 구간은 14.5km로 약 4시간이 걸린다. 아직은 추운 터라 인적이 드문 전북 김제의 금산사. 전북에서 가장 큰 절집이자 599년에 지어진 오랜 절이다. 금산사에 다다르자 새파랗고 맑은 겨울 하늘에 눈발이 날렸다. 눈을 맞으며 손을 호호 불고 이따금 볼에 손을 얹으며 아름다운 순례길 로드맵을 펼쳤다. 그리고 길을 걷기 시작했다.

금산사에서 시작하는 7코스는 9개 코스 중 가장 짧지만 가장 많은 종교성지가 한데 모여 있다. 금산사에서 나와 길을 걷자 함평마을이 나왔다. 함평마을 표지석을 지나자 100년 넘은 금산교회가 나타났다.

▲ 1908년 헌당된 모습 그대로를 보존하고 있는 ‘ㄱ’자 한옥 교회인 ‘금산교회'.

전라북도문화재자료 제136호로 지정된 금산교회는 1908년 4월 4일에 헌당된 모습 그대로다. 6.25때 전란에도 불구하고 불타지 않고 보존된 귀중한 문화재다. 건물 구조는 ‘ㄱ’자 한옥인데, 이것은 한국 교회의 초창기 모습으로, 당시 유교 사회에서 남녀를 구분해 앉히기 위한 것이었다. 초창기 교회에서는 ‘ㄱ’자 구조가 아닌 곳은 흰색 천으로 남녀의 자리를 구분했다. 금산교회는 남쪽 건물은 남자석, 동쪽은 여자 석으로 나누어 예배를 보았다. 상량문에는 성경구절이 적혀 있는데 남자는 한문으로, 여자석은 한글로 써 있다. 현재 ‘ㄱ’자 한옥 교회는 금산교회와 익산의 두동교회만 남아 있다. 지금도 원형 그대로 잘 보존돼 있는 한옥 교회에서 예배가 열린다.

▲ 100년이 지난 금산교회의 'ㄱ'자 한옥 교회 내부. 지금까지도 예배가 드려지고 있다.

1908년 4월 미국인 데이트 선교사가 지역주민의 도움을 받아 건립한 금산교회는 조덕삼과 이자익의 훈훈한 이야기로 유명하다. 조덕삼 집안의 마부였던 이자익 장로는 틈틈이 글을 익히고 성경을 읽어 주인인 조덕삼과 함께 기독교에 입문해 세례까지 받는다. 그 후 금산교회가 교인이 100명이 넘을 정도로 커지자 교인들의 투표로 장로를 뽑게 된다. 이때 주인인 조덕삼을 제치고 마부인 이자익이 장로가 된다. 이에 조덕삼은 마부인 이자익을 힐란하기는 커녕 그를 1910년부터 5년간 평양신학교에 유학까지 시켜 금산교회의 담임을 맡기기까지 했다. 비록 계급이 무너진 근대사회라고는 하나 당시로서는 가히 혁명적인 사고의 전환이었다.

함평마을에서 빠져나와 개울물을 따라, 느바기를 따라 20분쯤 걸었을까. 커다란 백로가 드넓은 저수지 위를 훨훨 날며 맞이한 모악산에서 내려오는 물이 모인 금평저수지다. 풍부한 수량으로 마르지 않는 저수지로도 유명하다. 널찍한 금평저수지를 따라 산책길을 걷다보면 원불교 원평교당이 나온다. 저수지를 지나 길은 원평마을로 이어진다. 원평교당, 원평성당, 원평교회가 모여 있는 마을이다. 혹독했던 일제 강점기, 야학을 운영해 마을 사람을 교육하며 낮에는 마을 농사를 도우며 교회 목사와 천주교 신부, 원불교 교무들이 살아온 사이좋은 마을이다. 완주 송광사의 승려들은 구한말 혼란기 때 절로 숨어들어온 신부를 숨겨주기도 했다.

▲ 나눔과 베풂의 김준기 장로의 이야기를 간직하고 있는 원평교회.
금산교회에서 분립한 교회인 원평교회는 나눔과 베풂의 김준기 장로 이야기를 간직하고 있었다. 부농의 가정에서 태어나 늘 넉넉했던 김준기 장로는 자신의 풍요를 혼자만 누리지 않고 이웃들과 함께 나누는 삶을 실천했다. 교회 내의 어려운 자녀들의 학교 공납금도 대신 납부해 줄 뿐만 아니라 중고등학교 학생들에게 장학금을 지급하기도 했다.

이 외에도 스페인의 산티아고 순례길과 가장 많이 닮은 길, 4코스는 23.6km, 약 8시간을 걷는다. 대부분이 논인 길을 걷다보면 어느새 명상에 젖어든다.

한국 최초의 신부인 김대건 신부를 기리는 나바위 성당은 빨간 벽돌 건물에 기와지붕을 얹은 성당이다. 유리창은 스테인드글라스 대신 한지유리화가 붙어있다.

전주 시내를 지나는 9코스(30km)는 전주와 완주의 종교 성지와 볼거리가 즐비하다. 수많은 천주교인이 박해로 목숨을 잃었던 숲정이 성지, 호남 최초의 교회인 서문교회는 1908년에 만들어진 종각이 예전 모습 그대로 보존되어 있다.

1983년 비행기 격납고로 쓰였던 6백만 원 전세 콘센트 건물에서 첫 예배를 드리면서 출발한 일명 깡통교회, 전주안디옥교회도 있다. 전주안디옥교회에는 없는 것들이 참 많다. 쓰레기통이 없고, 교회를 관리하는 사찰집사도 없고 교인들을 실어 나르는 대형버스도 없다. 주일학교 어린아이들부터 성인에 이르기까지 모든 부서가 자발적이고 자생적으로 자급자족이 체질화되어 운영된다.

▲ 나바위 부락에 주임으로 부임한 베르모렐 신부가 동학농민운동 때 망해버린 김여산의 집을 1천 냥에 사들여 개조하고 성당으로 사용했다. 빨간 벽돌 위에 기와가 얹어진 것이 이색적이다.
완주군 송광사는 1코스의 종착점이자 2코스의 시작점. 봄이면 진입로부터 약 2km에 걸쳐 펼쳐지는 수령 50년 이상의 벚나무에 핀 벚꽃이 장관을 이루어 많은 사람들이 찾는다.

5년 전만 해도 송광사 대웅전 앞에는 프랑스에 가면 가로수로 쉽게 볼 수 있는 커다란 마로니에 나무가 있었다. 나무가 너무 커 버려 대웅전을 가리는 탓에 베었는데 이 나무에 얽힌 사연이 재밌다. 19세기 천주교 박해로 도망다니며 굶주린 천주교인들을 송광사 승려들이 따뜻하게 맞이하고 피할 곳을 내주는데, 이에 고마움을 답하는 의미로 외국인 선교사가 마로니에를 심어주었다는 것이다.

아름다운 순례길 구간 구간마다 듣게 되는 이야기들이 더욱 빛을 발하는 것은, 서로 다른 종교의 소중한 유산을 서로의 존중하기 때문이다. 그 옛날의 베풂이 지금의 아름다운 순례길로 남았다. 금산교회, 예수병원, 서문교회 등 그곳을 지나면 가난한 사람들을 위해 먼 곳에서 온 선교사들의 발걸음의 의미를 알 수 있다. 믿음살이의 깊이를 마음으로 느끼는 길. 전라북도 아름다운 순례길에는 순례자들의 마음이 굽이굽이 녹아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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솜사탕 2013-02-12 22:14:38
유일하신 하나님께서는 천지와 만물을 창조하신 창조주(創造主)이시며, 만물의 생사화복(生死禍福)을 주관하시는 분이시다. 하나님께서 창조하시지 않은 것은 없으며, 창조는 말씀으로 하셨다(창 1장, 요 1:1-4). 7대종단이 하나 될 수 있는 길은 '하나님의 씨'인 하나님의 말씀과 하늘문화로 종교통일이 이루어지면 가능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