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회세습 금지, 모든 교단이 동참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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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회세습 금지, 모든 교단이 동참해야
  • 표성중 기자
  • 승인 2013.01.21 11: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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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계 원로들, 기독교학술원 ‘월례발표회’서 세습 쓴소리

지난해 9월 감리교가 ‘교회세습 방지법’을 통과시키면서 한국 교회사에 획을 긋는 신선한 쾌거라고 평가받았지만 장로교와 같은 여러 교단에서는 현재 교회세습이 계속 이루어지고 있는 상황이다.

감리교 ‘교회세습 방지법’이 통과된 이후  지난해 10월에는 길자연 목사가 왕성교회를 아들에게 세습했으며, 최근 길 목사와 마찬가지로 한기총 대표회장을 지낸 이용규 목사(성남성결교회)도 사무총회를 열고, 아들을 후임 목사로 청빙하는 등 대형교회들의 교회세습이 근절될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하지만 최근 교회 안팎으로 ‘세습’에 대한 반대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고, ‘세습금지’라는 시대정신을 거역하면 교회로서의 존재가치를 상실하게 될 것이라며 공교회성 회복을 위해서도 모든 교단이 교회세습 금지에 동참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이런 가운데 기독교학술원(이사장:이영엽 목사, 원장:김영한 박사)이 지난 18일 오전 7시 신반포중앙교회에서 ‘한국 교회 영성과 세습’을 주제로 개최한 월례발표회에 참여한 학계 원로들은 한국 교회는 세습금지에 대한 시대의 소리를 경청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이날 ‘감리교 세습’을 주제로 발표한 박봉배 박사(전 감신대 총장)는 “교회세습 문제는 초대교회에서부터 그 흔적을 찾아볼 수 있다”며 “4세기에 이르러 교회세습이 문제가 되자 이를 엄격히 금지하는 금령이 나타나기도 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소위 성직매매나 감독직의 세습은 초대교회때부터 문제가 됐기 때문에 이것을 어떻게 근절할 수 있느냐 하는 것이 교회의 큰 과제였다”며 “성직자의 독신주의를 제도화한 것도 이러한 역사적 사실과 무관하지는 않다”고 강조했다.

박 박사는 “감리교는 지난해 입법의회에서 세습을 근본적으로 제재하는 법이 제정돼 세습은 도저히 불가능한 형편이 됐다”며 “그러나 어떤 방법으로 이것이 실천돼 나갈지는 의문으로 남아 있다”고 피력했다.

특히 세습 방지법이 결정되고, 공포되기 전 여러 교회가 편법을 사용해 세습을 결정했다는 사실은 얼마나 우리로 하여금 웃음을 자아나게 하는지 모른다고 안타까움을 토로한 그는 “사회의 지탄을 받고 있는 교회세습이 사라지는 것이 하나님의 뜻”이라고 강조했다.

‘장로교 세습’에 대해 발표한 오영석 박사(전 한신대 총장)는 “교단과 교파를 초월해 교회를 세습하는 것은 개신교의 신학사상에서 볼 때 개혁교회 목회자의 이상과 자질에 완전히 배치된다”고 주장했다.

오 박사는 “한국장로교단에서 자행된 교회세습은 교회를 설립자의 전유물로 착각하고, 공적인 가시적인 재산과 불가시적인 영적인 자원을 편취하는 범죄행위”라며 “교회세습은 개혁자들의 사상을 이어받은 개신교회의 의의 정신, 공공정신, 예언자적 정신과 사도성을 파괴하는 반동적 행위이며, 하나님의 주권에 대한 불법적 쿠데타를 감행한 자들”이라고 비판했다.

이어 “대형교회 세습은 목회자의 타락상을 극명하게 보여준다”며 “예언자적 이상을 지니지 않고 실천하지 않는 자를 우리는 목사라고 부르지 말자”고 쓴소리를 내뱉었다.

오 박사는 “목사들이 예언자적 의의 정신을 회복하고, 교회의 사도성과 이웃을 위한 교회의 본질과 공공성을 확인해 실천하면 교회세습은 사라질 것”이라며 “교회와 교단 차원에서 세습을 막을 수 있는 강력하고 효력 있는 법과 제도를 마련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한국 교회의 윤리와 세습’을 주제로 발표한 손봉호 박사(고신대 석좌교수)는 “한국 교회 윤리적 타락을 가장 전형적으로 표현해주는 것이 대형교회의 목회세습”이라며 “목회세습은 당사자들이 아무리 순수한 동기에서 시행하는 것이라고 변명해도, 무의식적으로 스스로를 속이는 것이며, 교회 재산을 사유화한다는 비난을 피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특히 교회세습을 하는 교회가 윤리적인 삶에 대한 교육과 훈련을 제대로 수행할 수 있겠는가라고 반문한 손 박사는 “한국 교회가 돈, 권력, 명예 같은 세속적인 가치를 무시하지 않는 한 결코 윤리적이 될 수 없다”며 윤리가 회복되지 않으면 한국 교회는 소망이 없다고 덧붙였다.

김영한 박사는 “교회 목회권은 혈육적인 세습이 아닌 영적 계승으로 소명자에게 주어진다”며 “세습관행은 교회 공동체보다는 자기 혈육 위주로 생각하는 세상적 사고로써 ‘사교회화’의 전형”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감리교가 ‘세습 방지법’을 통과시킨 것은 한국 교회의 자정능력을 보여준 것”이라며 “소위 장자교단이라는 장로교의 통합, 합동, 기장, 고신 교단은 공교회성 회복을 위해 교회세습을 반대하는 시대적 요청에 응답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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