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금은 이윤창출이나 자리를 사는 수단이 되어선 안 된다
상태바
헌금은 이윤창출이나 자리를 사는 수단이 되어선 안 된다
  • 이현주 기자
  • 승인 2011.06.22 18:0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 특별기획 // 헌금이 샌다 (3)

담임 목회자 전권으로 사용하는 헌금, 사회적 투명성 기준에 어긋날 경우 ‘약점’
목적헌금은 반드시 원뜻대로 사용해야 … 교회 헌금 집행 공통된 기준 마련해야

바른교회아카데미가 지난 2008년 전국 개신교인 493명을 대상으로 ‘헌금에 대한 개신교인 의식조사’를 진행한데 따르면 성도들이 사용되길 바라는 부분으로 △사회봉사 및 구제 △교회 운영과 유지 △예배 및 교육활동 등 3가지 내역이 70%를 차지했다. 즉, 전체 성도의 절반 이상이 십일조를 내는 상황에서 자신이 낸 헌금이 ‘좋은 일’에 쓰이길 바라는 마음이 고스란히 담겨 있었던 것이다.

그러나 최근 일어난 일련의 사건들은 교회의 재정 사용에 상당한 ‘누수’가 있다는 점을 드러내고 있다. 목회자가 헌금으로 100억대 펀드에 투자한 A교회. 바자회 수익금을 목적대로 사용하지 않고 담임목사 개인이 임의적으로 사용한 B교회, 재정장부 공개를 통해 수십억의 횡령 의혹을 받고 있는 C교회 등 이 세 교회의 공통점은 담임목사의 재정사용 전권이 문제가 됐다.

# 발목 잡은 각종 목적헌금
최근 사회법 소송으로까지 확대 조짐을 보이고 있는 B교회의 경우, 여선교회 바자회와 카페 수익금을 목회자가 영수증 처리 없이사용한 것이 화근이 됐다. 사실 이 헌금의 목회지원비 활용은 전임 목사 때부터 있어왔던 일이었다. 문제는 후임자와 교회 구성원의 갈등이 생기면서 ‘꼬투리’로 작용했다.

사건 당사자인 H목사 역시 “돈 문제는 없지만, 과거 관행에 따라 해온 것이 문제라면, 그것이 사회통념에 어긋난다면 잘못된 것이다. 그러나 그것을 지금 와서 전부 영수증 처리하라는 것은 이해할 수 없다"고 반박했다.

A교회의 경우는 어떨까. 대외협력비 중 4천만 원이 목사 활동비로 사용됐고, 교회 특별기금이 펀드에 투자된 것이 밝혀졌다. 다행히 기금의 손실은 없었지만 성도들 모르게 교회헌금이 펀드에 투자된 것은 아찔한 일이 아닐 수 없었다. 만일 손실이 크게 났다면, 선교를 위한 목적 헌금이 순식간에 사라지는 결과가 나오기 때문이다.

현재 재판 중에 있는 C교회는 교회 재정 가운데 30억이 넘는 돈이 한 선교활동에 사용됐다.

이 과정에서 교회측 변호인은 “원래 교회는 재정관리 및 자금 집행 절차가 투명하지 못하며, 예산이 책정되지 않은 경우 추후 공동의회에서 승인하면 된다”고 주장한 것으로 알려졌다. 목회자의 특수한 사역에 교회재정이 우선지출 될 수 있다는 설명이다.

# 성도들은 모르는 ‘선거비용’
교회 헌금이 빠져 나가는 또 다른 곳은 바로 ‘선거비용’. 사실 헌금의 불투명한 사용이 마치 교회 전체의 이야기인 것처럼 비쳐져서는 안 된다. 일부 대형교회 혹은 쓸만한 여유가 있는 곳의 이야기일 뿐 70%에 가까운 교회들은 목회자 사례비를 지급하기조차 빠듯한 상황이다. 그러나 선거비용을 짚고 넘어갈 수밖에 없는 것은 천문학적인 금액이 이 일에 사용되기 때문이다.

제비뽑기를 시행하는 예장 합동을 제외하고 최근까지 교단 임원 선거에서 돈을 쓰지 않은 곳은 드물다.

최근 금권선거 논란에 빠진 한기총의 경우 ‘돈선거’가 공공연한 사실이었다. 당락 여부를 떠나 대표회장 후보라면 누구나 최소 1억 이상은 투자해야 하는 금권의 ‘늪’이나 다름 없었다.

수년 전에는 탈락한 모 후보가 실행위원들에게 20만원 돈봉투를 뿌렸다는 소문이 돌았고, 특정 후보의 경우 6억, 또 다른 후보는 3억 등 엄청난 비용이 불법선거에 사용됐다. 그나마 일부 후보들은 자신의 승리를 위해 당회에서 선거비용 사용을 승인받기도 했다. 모 교회에서는 담임목사의 한기총 대표회장 선거를 지지하며 ‘1억’이라는 거금을 선거비용으로 집행했다. 교회가 담임목사의 명성을 위해 ‘불법의 단초’를 제공한 셈이다.

교단장 선거 역시 마찬가지. 많던 적던 돈은 들어가게 되어 있고, 길게는 노회부터 선거운동을 시작하기 때문에 노회 추대를 따내는 것부터 총회까지 수억 원의 밑돈이 필요하다고 한  교단 관계자는 귀띔했다.

선거운동 과정에서 선거권을 가진 총대들이 한번 받는 돈봉투가 평균 20만 원이라고 할 때, 그 돈은 결코 적지 않다. 한 성도는 “십일조를 내기 위해 한 달 동안 열심히 일한다. 월급에서 10%를 떼어 내는 것이 결코 쉽지 않은 결심이지만 이 헌금이 선교를 위해, 복음사역을 위해 사용된다는 생각에 기쁨으로 헌금한다”고 고백했다. 그러나 이 헌금이 선거비용으로 사용되면서 검은 거래를 부추긴다면 어떨까. 이 성도는 “생각만 해도 아찔하다”며 “피땀 흘린 번 성도의 소중한 헌금이 총대들의 주머니를 채우는데 들어간다면 아마 헌금을 안 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선거 때 뿌려지는 수십만 원의 작은 돈봉투들이 성도들에게는 한 달을 성실히 일하고 하나님께 드리는 감사의 예물이라는 사실을 되새겨야할 시점인 것이다.

# 대형교회 ‘씀씀이’도 크다
더 많이 버는 사람이 많이 쓰는 것은 소비사회에서 어쩌면 당연한 일이다. 헌금 수익이 많은 대형교회가 더 많은 사역을 하는 것은 ‘순기능’ 중 하나다.

그러나 대형교회가 원칙과 기준 없이 사용하는 헌금이 중소형 교회와 교단에게는 버거움을 줄 수 있다는 사실을 과연 알고 있을까?

몇 년 전 교단 간 강단교류가 활성화 됐을 당시, 모 교단 총회장이 같은 장로교 산하 대형교단 총회장의 교회 강단에 초청받았다. 늘 하던 강단교류였지만 ‘봉투’에 든 사례비는 상상을 초월했다. 받기만 했다면 문제가 없었겠지만 강단교류를 통해 작은 교단에서 큰 교단 총회장을 초청했고, 고민은 여기서 시작됐다. 받은 만큼 사례비를 주자니 교단에서 전례가 없었고, 총회장이 시무하는 교회에서는 감당하기 어려운 수준이었다. 웬만한 교회 한 주 헌금보다 큰 사례비는 결국 한 교단을 시험에 빠뜨렸다. ‘받은 만큼 주는’ 관례가 부담으로 다가온 것이다.

목회자에 대한 존경심을 넉넉히 담았던 ‘통큰 사례비’는 작은 교회 성도들에게는 ‘사치’였고, ‘낭비’였다. 목회자들의 사역을 돈으로 평가할 수 없지만 작은 나눔에도 기꺼이 서야할 강단이 돈으로 치장되는 것은 아닌지 심각히 우려되는 상황이었다.

대형교회의 큰 씀씀이는 저작권 시장에서도 나타났다. 한 대형교회가 음원 사용에 있어 한국 교회 현실을 고려하지 않은 채 ‘큰 비용’을 지불한 것이다. 이 교회로서는 저작권 사용에 있어서 정당한 대가를 지불해야 한다고 생각했지만 결국 이 교회가 낸 금액은 ‘기준가’가 되고 말았다.

큰 교회의 능력이 작은 교회의 발목을 잡는 일이 일어나게 된 것이다. 저작권의 중요성과 가치를 모르는 것은 아니지만 한국 교회 현실에서 작은 교회들이 일일이 저작권료를  법대로 지급하기란 쉽지 않다.

작은 교회를 중심으로 “교회를 보호할 수 있는 저작권료의 새로운 기준을 마련해야 한다”는 소리까지 나오고 있는 상황에서 먼저 낸 대형교회의 기준가는 평균을 높이는 결과를 낳았다.

# 헌금은 목적대로, 재원창출은 불가
지금이라도 교회의 재정투명성이 확보되고 명확한 기준이 세워져야 하는 것은 비단 성도들을 위해서만은 아니다. 인터넷이 발달하고 사회적 기준이 높아지면서 ‘모르고’ 집행한 헌금이 목회자의 약점으로 다가올 수 있기 때문이다. 목회활동을 위해서 목사들이 재정 집행의 자율적 권한을 가져야 하는 것도 인정하지만 그마저도 이제는 ‘기준’이 있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교회 내부에서 일어나는 분쟁과 갈등 속에서 목회자들에게 ‘헌금의 사용’은 순수한 목적과 투명한 집행에도 불구하고 보기좋은 ‘족쇄’가 될 수 있다. 이제는 성도 뿐만 아니라 목회자를 위해서도 투명한 교회재정 집행 원칙이 공적으로 마련돼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목적 헌금의 집행은 상당히 중요하다. 한 교단에서는 재해헌금을 총무 사택 구입비로 차입해 문제가 된 바 있다. 재해헌금은 재해를 위해 사용하라고 규정된 돈이다. 그 이외의 목적이 사용되면 배임이나 횡령 의혹을 받을 수 있다. 교회 재정도 마찬가지다. 제일회계법인 최호윤 회계사는 “특정한 개인의 생각과 주장에 영향을 받으며 재정이 관리, 사용되는 것은 공동체 파괴의 우려를 낳을 수 있다”고 지적한 바 있다.
최 회계사는 “특히 교회의 경우 헌금이 본연의 목적 이외에 사용되는 것은 절대 안 된다”며 “수익사업을 금하고 무리한 차입도 제한해야 한다”고 경고했다.

그나마 교단은 행정조직으로 기준을 갖추고 있다. 예장 합동의 경우 모든 예산 집행은 영수증 첨부가 필수적이며 연간 2차례의 감사를 받고 있다. 합동 재정 담당자는 “비영리단체의 예산 운용원칙에 따라 집행되고 있으며, 내부통제 시스템이 갖춰져 있다”고 설명했다. 즉 교단의 예산은 홀로 집행할 수가 없고, 집행과 기록 등이 여러 단계를 거치게 되어 있다는 것. 연중 중간감사와 총회 직전 정기 감사가 이뤄지고, 원하는 경우 일부항목에 한해서는 회원 누구나 열람할 수 있도록 시스템을 갖추고 있다.

그러나 이런 제도적 장치에도 불구하고 간혹 교단에서 터져 나오는 헌금 비리는 무엇일까. 역시 이 또한 목적헌금에 집중되며, 수시로 사용할 수 있는 재해와 구호, 행사비용이 한시적 조직에 의해 집행될 경우 일어날 수 있는 사례로 보인다.

목적 헌금 사용의 투명성을 강조한 한 연합기관 실무자는 “부활절 연합예배와 같이 교단과 교회의 분담금으로 운영되는 경우, 자체적으로 합의된 지출구조에 의해 집행된다”고 설명했다. 부활절연합예배의 경우 10원 단위까지 영수증을 확인하고 감사보고서를 첨부해서 재정보고를 마치는 절차를 밟아왔다. 이 관계자는 “특수한 목적으로 치러지는 연합행사에서 재정의 투명한 운용은 필수적”이라고 강조했다. 그렇다면 교회는 어떨까? 교회에서 재정 문제가 터지는 것은 당회가 재정 집행을 결정하고 연말 공동의회 승인을 받는 허술한 구조에서 비롯된다.

최근 한 교회 재정관련 소송에서 재판부는 “교인들이 모은 돈은 합당하게 합리적으로 나눠서 써야 하는 것이 아니냐?”고 교회측에 반문했다. 재판부는 또 “교인들이 모은 돈을 교회 대표라고 해서 절차를 무시하고 마음대로 쓰는 것은 아니다. 비록 자신을 위해 쓴 게 아니라 선교를 위해 썼더라도, 다른 사람의 동의를 얻어서 절차에 맞게 정상적으로 집행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최호윤 회계사도 “개인의 생각으로 보고내용을 조정하는 것이 아니라 사용한 결과를 주인이 알기 쉽게 있는 그대로 요약하여 보고하되, 재정보고는 수입과 지출을 총액으로 보고하는 총액주의 원칙을 따라야 한다”고 조언했다. 또 “특별한 목적을 가지고 마련된  재원은 반드시 기도하며 준비한 원 목적으로 사용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성도들이 하나님께 드리는 소중한 헌금, 그 뜻은 하나님 나라를 확장하고, 계명을 실천하는데 있다. 전혀 예상치 못한 곳으로 새어 나가는 막대한 헌금을 모아 교육과 선교, 봉사에 투자한다면 그 결실 또한 상당할 것이라는 기본적인 사실에 교회가 뜻을 모아야 한다. 또한 교회의 재정 투명성을 위해 사회적 기준에 부합하는 원칙을 공론화 할 시점이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