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회 건축, 밑 빠진 독에 물 퍼붓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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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회 건축, 밑 빠진 독에 물 퍼붓기
  • 공종은 기자
  • 승인 2011.06.15 14:2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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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기획 // 헌금이 샌다(2)

과도한 차입으로 교회 파산 맞기도
목회자간 경쟁 심리도 교회 건축에 작용
건축에 대한 부담 ‘교회 옮기기’로 표출

‘교회 건축’. 목회자들에게 있어 이른바 ‘숙원사업’으로 인식된다. 유독 ‘내 집’에 강하게 집착하는 한국인들의 생활습성에 비추어 보면 “평생 교회 하나 건축하지 못하고 가면 내가 편하게 눈을 감지 못할 거다”라는 목회자들의 말은 쉽게 이해된다.
 
하지만 만만치 않은 게 교회 건축. 평생에 한 번 있을까 말까 한 대 사역이기 때문이다. 교회에 따라서는 2~3번씩의 건축을 진행하기도 하지만, 목회자 한 사람이 평생 목회하면서 교회 건축을 진행하기란 그리 쉬운 일이 아니어서 그만큼 강한 애착을 보인다. 여기에 더해 재정과 기도, 협력의 삼박자라 잘 맞아야 하기 때문이다.

가장 중요한 것은 바로 헌금. 곧 ‘재정’을 말한다. 교회 재정이 넉넉하지 않을 경우 꿈도 꿀 수 없고, 규모에 따라 백억 대를 웃도는 천문학적인 지출이 뒤따르게 돼 교회가 받는 부담감이 만만치 않다.

# 포화상태이거나 낡았거나

교회 건축은 두 가지 이유에 의해 진행된다. 하나는 성도들의 증가로 인한 ‘포화상태’, 또 하나는 ‘건물의 노후’. 이 두 가지 이유로 교회들은 건축을 추진한다. 그러나 목회자들 간의 과도한 경쟁도 한 부분을 차지한다는 데 심각성이 있다.

포화상태에 이른 교회들의 건축은 흔한 경우. 안산 동산고등학교를 설립해 운영하는 동산교회(담임:김인중 목사)는 폭발적인 교회 성장으로 밀려드는 성도들을 감당할 수 없어 20여 분 거리에 떨어진 동산고등학교에 강당을 짓고 몇 년 동안 예배 처소로 이용했다. 하지만 이도 잠시 별도의 새 성전을 건축해야 했다.

노후된 교회를 허물고 짓는 교회들도 상당하다. 주위에서 흔히 발견되는 교회 건축의 상당 부분이 이런 유형. 신축을 비롯해 리모델링과 증축, 교육관 건축 등 기타 부대시설을 포함한 건축이 함께 진행되기도 한다. 선교 초기 건축된 교회들이 노후성을 견디지 못하는 데다 비좁은 공간으로 인해 새 성전 건축의 요구가 급상승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무리한 건축으로 인해 파산하는 교회 또한 심심찮게 등장한다. 경기도 A 지역의 A 교회. 건축 3년여 만에 건물을 다른 교회에 넘긴 경우다. 교회 건축 당시 출석 교인은 1백여 명. 이 교인들로 5층 규모의 웅장한 고딕풍 교회를 건축한 사건으로 인해 일대에서 유명세를 탔다. “우리가 이 인원으로 해냈다”며 담임목사를 비롯한 교인들은 환호하고 감사했다. 인근 지역의 교회들 또한 1백여 명의 교인들이 이루어낸 교회 건축에 아낌없는 축하를 보냈다.

이 기쁨도 잠시. 불과 3년 뒤 이 교회는 교파가 다른 교회로 넘어가고 말았다. 교회 건축 이후 자금 압박에 시달린 나머지 담임목사를 비롯한 전체 구성원들이 교회 매매를 결정, 결국 다른 교회에 되팔고 말았다.

문제는 ‘교회 건축이 꼭 필요하느냐’는 것. 꼭 필요하지 않은 건축이 강행되기도 한다는 관계자들의 증언은 이 같은 교회 건축이 불필요한 ‘경쟁의식’에서 출발하기도 한다는 점을 상기시킨다. 이런 교회들에게 교회 건축은 그야말로 ‘밑 빠진 독에 불 퍼붓기’. 건축 재정이 확보되지도 않은 상태에서 인근 교회와의 경쟁 때문에, 목회자의 자존심 때문에 앞뒤 가리지 않고 건축에 뛰어들다 곤경에 처하게 된다.

어지간한 규모의 교회 건축에 소요되는 건축비는 기본이 백억 원대. 10억 대 단위를 넘어선 지 이미 오래다. 이 정도 규모면 도심에도 번듯한 건물을 올릴 수 있는 비용이다.

# 교인들의 헌금이 결국 ‘건축 기금’

십여 년 전 할렐루야교회가 건축을 시작할 당시 건축비 규모는 4백억 원대. 하지만 건축이 완공된 후 밝혀진 액수는 8백억 원대로 2배나 늘어났다. 당시로서는 교회 건축 비용으로는 막대했던 비용. 액수의 어마어마함에 입을 다물지 못했다. 하지만 불과 10여 년이 지난 후 이 놀라움은 사랑의교회로 인해 그저 평범함에 그치고 말았다.

사회로부터 집중포화를 맞았던 사랑의교회가 밝힌 건축비는 2천2백억 원 규모. 할렐루야교회 건축 비용의 3배 가까운 액수에 한국 교회는 물론 사회 또한 놀랐다. 사랑의교회의 경우 건축비 중 절반 정도인 1천2백억 정도가 토지 구입 비용이긴 하지만 천문학적인 교회 건축 비용으로 인해 앞으로도 상당 기간 논란은 끊이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경기도 안산의 모 교회. 3년 전부터 교회 건축을 결정하고 현재 골조가 올라가고 있는 상태. 건축비는 4백억 원 규모. 잦은 설계 변경으로 건축비가 상향 조정되는 교회 건축을 감안할 경우 5백억~6백억 원 규모로 건축이 끝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하지만 이런 교회들의 경우 교회 재정으로 건축비를 어느 정도 충당할 수 있는 경우. 그렇지 않은 교회들의 경우 가장 시급한 것은 ‘건축 기금 마련’. 그렇다고 대형 교회나 형편이 나은 교회라고 해서 건축 기금에서 자유로울 수 있는 것은 아니다.

문제는 바로 헌금. 교회마다 건축 재정 마련을 위한 다양한 방안들을 내놓는다. 때에 따라서는 특단의 조치들이 동원되기도 한다. 교회 건축을 위한 바자회가 열리는가 하면 릴레이 금식기도, 작정기도, 성경 읽기 등 온갖 기발한 아이디어가 쏟아지기도 하지만 결론은 ‘작정헌금’. 교회 건축을 위한 건축헌금 작정을 독려하게 된다.

가장 모범을 보이는 사람은 담임목사. 사례비 전부를 내놓기도 하고, 외부 활동을 통해 들어오는 수익금 전부를 아낌없이 헌금한다. 이런 움직임은 부교역자들에게로 고스란히 내려간다. 무언의 압박. 담임목사가 모범(?)을 보인 이상 따라가지 않을 수 없다. 경기도 하남에 새로 교회를 건축한 B 교회에서 부교역자로 사역하는 B 목사. 교회 건축이 진행되던 당시 한 달 사례금 전부를 건축헌금으로 바쳤다. 설날 보너스도 고스란히 내놓았다.

이렇게 되면 성도들도 가만히 있을 수 없게 된다. ‘작정헌금’ 또는 ‘약정헌금’을 하게 된다. 이 경우가 교회 건축을 위한 재정을 마련하는 가장 빠른 길. 담임목사가 광고를 통해 건축 기금 마련을 위한 헌금 작정을 요청하기도 하지만 성도들의 자발적 참여도 상당 부분을 차지한다. 교회 건축을 ‘신앙의 표현’으로, ‘하나님에 대한 사랑’으로 인식하는 성도들의 신앙 때문이다. 이런 성도들의 자발적 참여는 건축이 빠르게 진행되게 하고, 교회 건축을 위한 튼튼한 기초석이 된다.

지난 2009년 새 성전 건축을 발표한 사랑의교회 또한 교회 건축을 위한 약정헌금을 실시했다. 당시 사랑의교회가 진행한 명목은 ‘평생감사 건축헌금’. 헌금에는 전체 1만4천259 가정이 참여해 1천3백억 원을 약정했다. 경기도 안산에서 4백억 원 규모의 새 성전을 건축하는 C 교회도 작정헌금을 실시했다. 작정된 금액은 150억 원 정도. 이런 이유로 교회들은 헌금 작정이라는 방법을 선택한다.

# 건축만이 능사는 아니다

교회 건축을 위한 기금이 어떤 형태로 조달되든 결국은 교인들의 ‘헌금’. 그리고 교인들의 헌금으로도 재정을 확보하지 못할 경우 결국 기댈 수 있는 곳은 은행권. ‘차입’이 진행되게 된다. 교회 건축을 앞두고 있는 교회들은 은행권에서는 VVIP. 앞 다투어 교회를 찾아든다. 매 주일 현금이 들어오는 데다 떼일 염려가 없기 때문이다. 하지만 대출이 결정되고 건축이 시작되면 교회는 헌금에 손을 댈 수가 없다. 매 주 은행 직원들이 교회를 방문, 소중한 헌금을 모두 가져가기 때문이다.

교회가 대출을 갚고 헌당에 소요되는 시간은 약 5~10년. 교회마다 상황은 다르지만 길게는 10여 년 동안 교인들의 헌금을 은행에 고스란히 떼어줘야 한다. 이런 부담감이 증가할수록 인해 교회를 옮기는 성도 또한 상대적으로 늘어난다.

그렇다고 교회가 건축에만 열을 올리는 것은 아니다. 교회 건축을 포기하고 사회적 환영을 받는 교회들도 많다. 용인에 위치한 향상교회(담임:정주채 목사). 교회가 급성장하면서 교회를 건축할 수 있었지만 과감히 ‘교회 분립’을 선택, 중형 교회를 유지하면서 교회 부지도 매각, 시세 차익을 사회에 환원하기로 결정하면서 ‘건강한 교회’의 표징이 됐다.

남산 숭의여대 강당을 빌어 교회로 사용했던 높은뜻숭의교회 또한 유형의 교회 건축을 지양함으로써 사회적 반향을 불러일으켰다. 대신 이 교회는 교회 건축에 사용될 헌금을 탈북자들의 자립과 지역사회를 위한 기금으로 사용, 눈에 보이지 않는 무형의 교회도 성장할 수 있다는 생생한 사례를 보여주었다.

교회 건축과 관련한 사회적 비판은 이제 대세. 교회가 건축되는 곳에는 의례 사회적 비판이 뒤따르게 됐다. 사회적 비판이 아니더라도 이제 교인들의 헌금을 무분별한 경쟁적 교회 건축에 쏟아 붓는 일은 지양돼야 하다는 것이 교회 구성원들의 한결같은 지적이다.

사회적 비판이 고조되자 모 교회 관계자는 “공사 자체만을 갖고 판단하지 말고 공사 후 교회가 어떤 역할을 할지 관심 있게 지켜봐 달라. 예배당이 완공되면 지역 주민과 한국 사회를 위한 사업을 할 것”이라고 말했지만 사람들의 가슴을 여는 열쇠로 작용하지는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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