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족한 사람, 목사로 대우한 교우들에게 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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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족한 사람, 목사로 대우한 교우들에게 감사
  • 백영민 목사
  • 승인 2010.11.17 13: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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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영민 목사 / 전 나섬교회. 기독교환경연대 집행위원장

교회 개척을 한 지 20년이라는 기간을 채웠다. 처음 내 자신과 한 약속대로 교우들의 아쉬움을 뒤로 하며 교회를 사임했다. 교회 사임한 목사가 ‘추수감사주일’을 맞아 그동안의 삶을 되돌아보게 된다.
 
목사라서 그런지 먼저 떠오른 것은 레위기에 있는 성경 구절(19:9~10)이 떠올랐다.

“밭에서 난 곡식을 거두어들일 때에는, 밭 구석구석까지 다 거두어들여서는 안 된다. 거두어들인 다음에, 떨어진 이삭을 주워서도 안 된다. 포도를 딸 때에도 모조리 따서는 안 된다. 포도밭에 떨어진 포도도 주워서는 안 된다. 가난한 사람들과 나그네 신세인 외국 사람들이 줍게, 그것들을 남겨 두어야 한다. 내가 주 너희의 하나님이다.”

언젠가 지역 신문에 칼럼을 쓸 기회가 있었는데 ‘까치밥이 있는 풍경’이라는 제목으로 차창 밖으로 보이는 시골의 가을을 이야기 한 적이 있었다. 감나무 이파리가 다 떨어지고 난 후에 노랗게 달려 있는 감들, 저는 그 풍경에서 우리 조상들이 자연과 더불어 살아가는 여유와 지혜를 보았다.

그 모습처럼 레위기의 말씀도 푸근한 마음을 갖게 만든다. 나는 결실을 거두는 추수하는 마음에 이런 여유로 시작되는 나눔과 배려가 깃들어 있어야 된다고 생각한다. ‘가난한 이들과 나그네가 주을 수 있도록 남겨두는 마음, 까치가 먹도록 남겨두는 함께 사는 지혜’ 말이다.

다음으로 떠오른 건 내가 섬기던 교회의 교우들이다. 부족한 사람을 목사로 대우하며 참아주던 교우들을 생각하며 고마운 마음이 피어오른다. 이어서 그들을 만나게 해 주신 하나님께는 더욱 감사를 드린다. 우리는 추수감사예배를 10월 셋째 주에 드렸다.

국악 찬송과 연주로 찬양을 드리고 교우들 가정마다 식구들이 함께 나와서 한 해를 보살펴 주신 주님께 감사하는 마음을 담아 준비한 기도문을 읽고 헌금을 드린다. 그리고 예배를 마치고는 가정별로 준비한 음식을 한 데 내놓고 잔치를 벌인다.

그 잔치는 저녁 자리까지 이어지고 서로의 생활을 나누는 시간을 갖는다. 그리고 그 주에 모아진 절기헌금 가운데 10%~20%는 지역의 어려운 이웃들, 시민단체에서 연대하는 대책활동에 지원을 한다. 20년 간 비록 재정적으로 넉넉하지는 않지만 소년소녀가장, 공부방, 해고 노동자, 경인운하 반대, 계양산시민공원조성운동 등의 이웃들의 아픔과 환경현안에 마음을 모아서 지원해 왔다. 이런 행동을 함께 기뻐하며 참여했던 교우들의 넉넉한 마음에 고마움을 전하고 싶다.

이런 추수의 넉넉한 마음을 한국 교회가 함께 나눌 수 있으면 하는 바람이 있다. 올해 여름은 유난히 비가 많이 왔다. 지난 8월 한 달 동안 비온 날이 20일이나 된다고 한다. 기후 온난화로 인해서 지구는 점점 더워지고 있고 이에 따라 우리나라는 온대에서 아열대 지역으로 바뀌고 있다고 한다. 이에 따라 자연이 변화되고 있다. 아직까지는 우리 세대는 적응하고 견딜 만 하지만 우리 다음 세대는 기후 변화가 재앙으로 다가올 것이다.

이런 현실에 대해서 그동안 파괴되는 환경문제에 대해서 안타까워하며 한국 교회를 대신하여 열심히 활동해 왔던 기독교환경운동연대에서 ‘추수의 기쁨으로 탄식하는 창조 세계에 희망을’이라는 제목으로 후원의 밤(25일)을 한다. 나는 이 단체가 지구온난화를 막기 위해 한국 교회와 함께 행하는 생활실천운동이 의미 있다고 생각한다.

이들이 더욱 더 열심히 활동할 수 있도록 힘을 모아주기를 바라는 마음이다. 한국 교회가 추수 감사의 마음을 하나님의 창조 질서를 보전하는데 함께 나누기를 기대하며 나의 감사의 경험을 나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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