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기획10] 불교의 웰빙 마케팅 전략과 전통종교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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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기획10] 불교의 웰빙 마케팅 전략과 전통종교론
  • 최창민 기자
  • 승인 2010.08.25 13: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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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 미래 교회 보고서’ 종교계 이미지 전쟁 - (2) 불교

▲ 불교는 건강한 종교 이미지를 구축하는데 성공했고, 전통문화를 계승하는 종교 임을 부각시키고 있다.

‘건강한 종교’ 이미지 선점

21세기는 이미지 전쟁(Image War) 시대다. 빠른 속도로 변화하는 시대 속에서 어떤 이미지를 각인시키느냐에 따라 상품의 성패는 물론, 기업의 존속에도 영향을 미친다. 멀티미디어 시대에 3D 산업의 급속한 성장, 스마트폰 시장의 빠른 확대는 이미지를 통한 마케팅의 영향력을 분명하게 보여준다. 고화질의 영상은 더욱 자극적이고 직접적인 각인을 가능하게 하고, 스마트폰 또한 정보의 무한 확장을 실현시키고 있다. 이제는 사람이 이미지를 만드는 것을 넘어, 이미지가 사람을 만들고, 이미지가 사람을 모은다. 기업은 물론 사회, 종교마저도 바람직한 이미지를 구축하기 위한 보이지 않는 숨 막히는 전쟁이 치열하게 벌어지고 있는 것이다. 한국이라는 한정된 공간, 제한된 상황 속에서 보다 평화적인 종교, 보다 보편적 진리, 보다 생명과 인권을 존중하는 종교로 비춰지기 위한 소리 없는 경쟁이 시작된 것이다. 이에 본지는 세 차례에 걸쳐서 천주교(1)와 불교(2)의 치열한 이미지 전쟁의 실례, 개신교(3)의 이미지와 과제 등을 짚어볼 예정이다.                                                                  <편집자 주>

절밥, 사찰 생활 등 불교문화 보급 성공
종교편향 주장 이후 정부지원 되레 증가

현대 사회에서 웰빙(Well-being)에 대한 관심이 높다. 경제 수준이 높아지면서 건강을 위해서라면 좀 더 비싼 값을 지불하더라도 몸에 좋은 식품, 기구, 운동에 사람들이 몰리고 있다. 제로콜라가 등장하고 다이어트 피자도 있다. ‘유기농’, ‘건강식’ 등이 붙어 건강에 좋다는 소문만 나면 그것이 음료수든 약이든 불티나게 팔린다.

# 108배 의식 절운동으로 각광
이런 가운데 일반 대중들 사이에서 불교 수행 가운데 하나인 108배가 ‘절운동’, ‘108배 건강법’ 등의 이름으로 각종 언론매체를 타고 큰 호응을 얻고 있다. 108가지 번뇌를 떨쳐버리기 위해 행한다는 불교의 수련이 종교를 떠나서 108배 운동법으로 각광받고 있는 것이다.

지난 2007년 4월 8일 SBS스페셜은 ‘0.2평의 기적, 108배 절을 하는 사람들’을 방영했다. 방송에서는 지난 2001년 모 부장판사가 이 절운동을 통해 건강을 회복했다는 소식이 전해지면서 법조인들 사이에서 인기를 끌었던 사연이 소개됐다. 이어 미국과 유럽 등 서양에서 마음의 평화와 질병을 고쳐주는 웰빙 프로그램으로 108배를 주목하고 있다며 절운동이 뇌 건강과 심장 질환 등에 효과가 있다고 소개하고 있다.

지난 2008년 1월 15일 건강한 삶에 대해서 다루는 KBS 다큐멘터리 ‘생로병사의 비밀’에서도 신년특집 제2편 ‘뇌를 깨우는 108배’이란 제목으로 절운동을 소개했다. 특히 108배 운동 전후의 근육, 뇌파, 스트레스 호르몬 등 인체 내 수치 변화를 측정해 운동이 주는 과학적 효과도 입증했다.

이 외에도 장애 치유, 당뇨병 극복 등을 소개하며 108배가 마음을 치유할 뿐만 아니라 몸에도 좋다고 말한다. 스트레스가 극심해지는 현대인에게 불교의 절운동이 마음의 평화와 질병을 고쳐주는 웰빙 프로그램으로 주목을 받고 있는 것이다.

# 절밥, 건강식으로 인식
또 최근 불교 음식 문화인 사찰 음식, 절밥이 건강식으로 알려지면서 인기를 끌고 있다. 20대에서 50대까지 주부들도 사찰 음식을 배우기 위해 가까운 절을 찾고 있다. 승려들이 산에서 채취한 나물이나 식물을 위주로 식단을 꾸려 먹는 사찰 음식이 인스턴트식품이나 조미료에 익숙한 현대인들에게 별미로 다가오는 것이다. 이 또한 음식 소개 프로그램이나 주부들이 자주 시청하는 아침 방송 프로그램을 통해 여러 차례 건강식으로 소개되면서 알려지고 있다.

이 같은 바람을 타고 최근에는 정부가 국가 이미지 개선을 위해 추진하고 있는 ‘한식의 세계화’와 맞물려 사찰 음식 문화가 각광받고 있다. 자극적이지 않고 담백한 절밥이 맛과 영양에서 세계 어느 곳에 내놓아도 뒤지지 않는다는 것이다.

# 사찰 체험, 템플 스테이 확산
절운동, 절밥에 이어 사찰 생활도 현대인들의 휴식처로 떠오르고 있다. 불교의 사찰 체험 프로그램인 템플 스테이는 최근 정부의 지원에 힘입어 휴가철을 맞아 전국 거의 모든 사찰에서 시행되고 있다. 2004년 36개에 불과했던 템플 스테이 운영 사찰이 지난해에는 109개로 3배 이상 증가했다.
템플 스테이 참석자들은 사찰 음식, 예불, 참선, 선체조 등 불교 문화를 체험하면서 자연스럽게 불교와 가까워진다. 그 형태도 휴식형, 문화 체험형, 생태 체험형에서 최근에는 구직자 무료 프로그램, 단체나 기업의 연수 프로그램 등으로 확대되고 있다.

이 같은 성장과 발전에는 정부의 지원도 한몫했다. 템플 스테이는 2004년 18억 원을 시작으로 꾸준히 늘어 5년 만인 2009년 185억 원으로 10배 이상 껑충 뛰었다. 올해도 185억원을 지원 받았다. 지원 내용은 국제 템플스테이 건립지원, 권역별 거점 템플스테이 센터, 국내외 박람회 개최와 홍보비용 등이다.
이처럼 정부가 템플 스테이에 대한 지원을 아끼지 않은 것은 외국인 관광객을 타깃으로 하는 ‘전통 문화 체험’이라는 관광 상품화 목적 때문이다. 그러나 실제로 얼마나 외국인 관광객을 유인하는 효과가 있는지는 정확히 알려진 바가 없다.

이 같은 불교의 템플 스테이에 대한 정부 지원에 대해 개신교계는 반발하고 있다. 불교계를 겨냥해 한국교회언론회는 지난 13일 논평을 통해 “종교계가 종단 운영을 국가 재정에 의존하지 말고 스스로 해결하려는 태도를 가져야 한다”고 비판했다.

이에 대해 서울신대 박명수 교수는 한 포럼에서 “정부가 전통문화의 보존이라는 명목으로 불교에 막대한 예산을 투입하고 있다”며 “특정 종교를 위한 편향적인 지원”이라고 비판했다.

# 종교편향 주장과 반사 이익
불교계는 현 정부 출범 이후 ‘장로 대통령’이라는 프레임을 설정하고 개신교 편향적인 정책을 중단하라고 요구했다.

지난 2008년 7월 서울 시청 앞 광장에서 스님 천여 명 등 3만여 명이 모인가운데 ‘시국법회’를 개최하면서 당시 미국산 쇠고기 수입 반대 집회 등으로 위기에 있던 정부를 ‘개신교 편향’을 주장하며 압박했다. 당시 이들은 “노골적인 종교편향행위를 서슴지 않고 있는 이명박 정부에 경종을 울려야 한다는데 의견이 모아졌다”며 집회의 취지를 밝혔다.

당시 종교편향 의혹이 곳곳에서 제기됐고, 정부도 일부 국정운영 과정에서 종교편향적 사례가 있다고 판단, 공무원들에게 종교편향 방지 지침을 하달하고 교육을 실시하는 등의 조치를 취했다.

그러나 한국교회언론회는 정부가 2010년 종교 문화재 보호 예산으로 천주교는 12억5천여만 원, 개신교는 9억3천여만 원을 지급한 반면, 불교는 화장실 개축과 보수에만 25억2천여만 원을 지급했다고 주장했다.

이어 “불교계에 문화재 보수비로 정부가 지원한 금액은 지난 2001년부터 2008년까지 연평균 425억 원 정도”라며 “MB 정권이 들어선 이후 2009년과 2010년에 지원된 금액의 연평균이 6백억 원이 넘는다”고 밝혔다. 지난 노무현 정부보다 이명박 정부 들어 오히려 정부의 불교 지원이 늘었다는 것이다.

이 외에도 최근 대구기독교총연합회가 팔공산 불교테마공원 건립을 반대하고 나선 것도 정부의 불교 지원에 대한 반발이다. 이처럼 불교계는 표면적으로는 정부와 종교편향 논란으로 대립각을 세우면서 이면에서는 전통문화 유지 및 보수, 템플 스테이 관광 상품화 등의 명목으로 정부 지원을 이끌어내는 데 성공하고 있다. 종교편향 주장이 오히려 정부의 배려로 돌아온 셈이다.

사찰 음식과 사찰 체험 등 불교문화는 물론, 108배 종교의식까지 현대인의 삶 깊숙이까지 들어오면서 불교는 ‘건강한 종교’라는 이미지를 형성하고 있다. 또 3대 종교 중 유일하게 전통문화 계승, 문화재 보존 등의 국가 정책적 사업과 연계해 ‘한국의 대표적인 전통 종교’라는 인식을 확산시키는데 주력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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