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에 버림받은 대신, 하나님께 구원 받았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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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에 버림받은 대신, 하나님께 구원 받았어요”
  • 현승미 기자
  • 승인 2010.07.13 16:3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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왕따 극복하고 ‘대한민국 인재상’으로 뽑힌 심 현 주 씨

IMF로 인해 집안의 어려움이 시작됐다. 친척 보증을 서준 것이 잘못 됐고, 가족 모두 쫓기듯 부산으로 이사를 갔다. 부모를 만나기 힘들자 빚쟁이들이 학교까지 쫓아오기도 했다. 추운 겨울 난방은 물론 제대로 씻지도 못하던 중학교 1학년 여학생에게는 가난도 죄가 됐다.
 

“하나둘 아이들의 시선이 따가워지면서 점점 위축되는 제 자신을 발견했습니다. 당연히 성적은 신경 쓸 겨를도 없었죠. 학교에서 저는 지저분하고, 공부 못하고, 빚쟁이까지 쫓아다니는 아이. 친구들은 물론 선생님조차 관심 갖지 않는 그런 버려진 아이였습니다.”
 

심현주 씨(부산외대 교회)는 결국 자퇴를 결심했다. 그러나 그는 해방감보다 더 쓰디쓴 좌절을 경험해야 했다. 학생도 아니고 그렇다고 어른도 아닌 사람. 그는 패배의식과 자격지심에 더욱 안으로 움츠려들기만 했다. 사람이 무섭고, 싫었던 그는 집에서 2년 동안 칩거 생활을 해야만 했다.
 

“엄마가 열심히 일하셨지만, 빚을 갚고 저희 동생과 세 모녀가 생활하기에는 턱없이 부족했죠. 그 즈음 지방에 가 계시던 아빠도 점점 연락이 뜸해지셨어요. 심지어 빚쟁이들 때문에 동생까지 학업을 중단해야 했습니다. 애초에 행운 따위는 없다고 생각했지요.”
 

희망이 없었다. 가족들은 세상에서 고립됐다. 아무리 발버둥쳐도 삶이 나아지기는커녕 더욱 더 수렁 속으로 빠져드는 것만 같았다.
 

“그때 제게 아무 것도 없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아니었지요. 언제나 든든한 힘이 돼 주시는 엄마가 계셨고, 제가 무슨 일을 하든지 믿고 응원해주는 동생이 있었습니다. 그리고 제 길을 예비해주시고, 인도해주신 하나님이 계셨지요.”
 

자신의 인생에서 하나님을 만나지 못했다면, 그리고 너무나도 인격적이고 놀라운 그 분의 은혜가 없었다면 지금의 자신은 없었을 것이라고 고백하는 심현주 씨.
 

아무 것도 가진 것이 없던 그를 하나님은 ‘영어’를 통해 세상에 나오게 해주셨다. 학교 자퇴 후 1년여 정도 지난 어느 날 우연히 잡지에서 특별전형으로 대학에 간 사례를 발견했다. 배경이나 형편, 상황 모두 달랐지만, 그들의 공통점은 딱 한 가지 ‘영어’였다.
 

우리의 하나님은 간절히 구하고 노력하면 반드시 이뤄주시는 하나님이시다. 책상, 의자, 텔레비전 등 영어실력이 그야말로 중학교 1학년 수준에 그쳤던 그는 인터넷과 영어사전, TV 교육채널을 보면서 공부하기 시작했다. 점점 자신에게 맞는 학습법을 개발했고, 학원도 과외도 없이 토익 985점을 획득했다. 불과 1년 만에 중졸과 고졸 검정고시에 합격했고, 영어 특별전형으로 오히려 또래들보다 1년 먼저 대학에 들어 갈 수 있었다.
 

그야말로 ‘꿈’이자 ‘희망’의 상징이었던 대학입학. 그가 대학에 들어갔다고 해서 특별히 생활이 달라지지는 않았다. 여전히 끼니를 걱정해야했고, 집안 형편도 어려웠다. 그는 비록 주일 점심을 해결하기 위해 대학 교회에 다니기 시작했지만, 하나님은 그렇게 그를 십자가 앞으로 인도했다. 그리고 그가 꿈을 이룰 수 있도록 적극적으로 개입해 주셨다.
 

“어느날 갑자기 교회 목사님한테서 전화가 왔어요. 교회에서 영어예배를 준비하신다고 도와달라고 하셨죠. 처음에는 저 나름대로의 계획을 세우고 바쁘게 지내던 중이라 조금 난감했는데, 약속 장소가 아웃백이라는 말에 저도 모르게 흔쾌히 대답을 하고 말았어요.”
 

식사 한 끼가 아쉬운 상황이었다. 앞뒤 보지 않고 영어 예배 준비모임에 동참하게 된 심현주 씨는 자신의 영어 실력을 키워 줄 수 있는 외국인 친구와 더 넓은 세계를 꿈꿀 수 있게 도와준 멘토를 만나게 됐다.
 

그리고 4년 뒤, 세상에서 버려진 왕따 소녀는 더 이상 존재하지 않았다. 아니 ETS 장학생, 유엔 청소년 대표, 풀브라이트 장학생 선정, 대한민국 인재상 수상 등 하나 이루기도 힘든 엄청난 꼬리표들이 그에게 붙어있었다.
 

그는 미국 정부 장학금인 ‘풀브라이트 장학금’을 받아 올 8월 대학 졸업과 동시에 미국 미주리주 워싱턴세인트루이스대학으로 유학을 떠난다. 학비와 생활비로 연간 4만 달러(약 4천440만원)를 2년간 지원 받게 됐다.
 

생활비까지 지원해 주는 덕분에 이제 먹고 살 걱정도 할 필요가 없다. 오로지 공부에만 전념할 수 있게 됐다. 대학시절 영어공부와 아르바이트 두 마리 토끼를 쫓다 찾아간 곳에서 ‘노인학자’라는 자신의 비전을 찾은 심현주 씨는 2년 동안 세인트루이스대학에서 ‘노인학’을 공부한 후 유엔 노인기구에서 일하기를 기대하고 있다.
 

누구보다도 어렵고 힘든 좌절의 시간을 보냈지만, 그 누구보다도 강한 의지와 노력으로 긴 터널을 지나온 고시소녀 심현주 씨. 그의 파란만장 영어공부 이야기는 ‘14살 세상 끝의 좌절, 23살 세상 속으로의 도전’(좋은인상)을 통해 만나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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