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세 수단 NO, 기독법조인 사명이 먼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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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세 수단 NO, 기독법조인 사명이 먼저다”
  • 최창민
  • 승인 2010.02.03 17: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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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나님의 법 지키는 기독법조인 양성에 나선 기독법률가회

“로스쿨 제도가 소명 의식을 가진 기독법조인 양성에는 획기적인 전기가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습니다.”

소위 출세의 수단이자 부와 명예 획득의 방편이었던 사법고시 제도가 변화의 바람을 맞고 있다. 치열한 경쟁을 뚫은 소수 엘리트들만이 진입할 수 있었던 법조인의 길. 로스쿨을 통해 이제는 다양한 분야 전문가들에게 기회의 문이 열린 것이다. 로스쿨 제도를 위해 수년 전부터 기도로 준비해온 기독법률가회(Christian Lawyers Fellowship)는 이 같은 변화의 바람이 반갑기만 하다.

새내기 기독법조인들이 한자리에 뭉쳤다. 지난 28일 저녁 6시가 가까워지자 서울 서초구에 위치한 법무법인 소명 지하 식당에 로스쿨 2기 합격생들이 한사람씩 모여들었다. 기독법률가회가 마련한 2010년 2기 로스쿨 합격생 축하모임에 참석하기 위해서다.

전국에서 모여든 생기 넘치는 젊은 기독법조인들은 ‘하나님 나라의 선교’라는 큰 꿈은 같았지만 방법은 저마다 달랐다. 다양한 전공과 사회적 경험을 가진 이들이 법조인이 되기에 앞서 공부를 위해 같은 출발선 상에 선 것이다. 이날 모인 이들은 하나같이 하나님이 각자에게 주신 당당한 비전을 밝히며 남다른 미래를 그려보였다.

“경영학을 전공했기 때문에 사주와 노동자의 역할에 대해 깊이 이해할 수 있었습니다.” 로스쿨 2기 최지훈 학생(전남대·25)은 학부 때부터 한국 사회와 언론에 대해 공부하며 인권변호사의 꿈을 키워왔다. 그녀는 “사주가 법을 악용해 이주노동자들의 임금을 체불하거나 권리를 침해하는 사례를 접하면서 인권변호사가 돼야겠다고 마음먹었다”며 “공권력에 의한 탄압받는 사람들, 경제 구조 안에서 부당하게 권리를 침해받는 이들을 위해 일하고 싶다”고 말했다.

올해 법대를 졸업하자마자 로스쿨 2기에 합격한 장일홍 학생(연세대·25)은 “행정법, 의료법 등의 분야에서 법을 제정하고 개선하는 일을 돕고 싶다”고 말했다. 그는 “국가의 입법과 정책 사이에서 공법, 행정법 관련된 활동을 하고 싶다”며 “해외 유학 등을 통해 공부를 더 해서 최종적으로 UN산하의 국제형사재판소나 국제인권재판소와 같은 국제기구에서 일하고 싶다”는 포부를 밝혔다.

 후배들의 야무진 비전을 듣고 있던 선배들도 가세했다. “해외에서 선교의 자유를 확대할 수 있도록 제3국의 법제 정비를 도와주는 일을 하고 싶습니다. 세부적으로는 해외 법 제정을 통해 통관 철자 등에서 선교사들 도울 수 있을 것입니다.”

지난해 합격해 로스쿨 1기 선배가 된 한경태 학생(전남대·31)은 선배답게 전문적이고 구체적인 부분까지 비전을 밝혔다. 통일 이후에는 북한 법 제도 정비 분야에서 일하고 싶다는 말도 덧붙였다. 북한 인권 문제 등에도 관심을 갖고 있다고 말했다.

이날 모임에는 전국 26개 대학 로스쿨에서 1기 21명, 2기 25명 등 40여 명의 예비 기독법조인들이 참석했다. CLF 소속 변호사도 14명이 참석했다. 특히 1기 선배들이 로스쿨 생활과 공부 방법 등을 조언하며 모임을 이끌었다. 식사 후 소개와 비전 나눔이 이어졌고 5개 소그룹으로 나눠 친밀한 교제의 시간을 가졌다. 참석자들은 대부분 이날 처음 만난 사람들이었지만 오래전부터 알고 지냈던 것처럼 반가워했다.

이날 모임에는 미래 법조인을 꿈꾸는 유명지 학생(한동국제중 3학년·16)도 참석했다. 방학을 이용해 CLF를 견학한 유명지 학생은 변호사가 꿈이다.

그녀는 “CLF 선배들을 보고 법률가들의 삶에 대해 배우고 꿈에 대해 구체적으로 알고 싶었다”며 “사회적으로 소외되고, 누릴 수 있는 권리를 누리지 못해 불이익을 당하는 약자들을 돕고 싶다”고 말했다.

멀리 강원도에서 서울까지 올라와 CLF 모임에 참석한 2기 김종철 학생(강원대·30)은 “크리스천 법률가는 어떤 생각으로 이 길을 가야하는 지 조언을 듣고 싶었다”며 “내가 가지고 있는 소명의식이 맞는지 점검하고 동역자들을 만나고 싶었다”고 말했다.

세상의 법을 다루면서 하나님의 법을 지키기 위한 싸움을 시작한 로스쿨 2기 합격생들. 고난의 길을 스스로 찾아온 이들은 다양한 분야의 많은 동역자를 만났기 때문에 그 걸음이 한결 수월해보였다. 이날만큼은 세상의 법을 선교의 도구로 삼으려는 이들의 열정이 모인 빛나는 하루였다.

CLF 상임위원장 전재중 변호사는 “세상 사람들은 법조인이 되는 것을 출세의 수단이나 돈을 벌기 위한 과정으로 생각하지만 그것은 엉터리”라며 “성공과 보수에 신경 쓰지 않고 때로는 위험을 감수하는 법조인이 되어야 한다”고 조언했다. 이어 “로스쿨을 통해 소명을 가진 예비법조인들이 들어오길 기다렸다”며 “우리가 왜 그 길을 가야 하는지를 함께 찾아보자”고 도전했다.

CLF 예비법률가위원회는 2월 말에 1기와 2기 로스쿨 학생들을 대상으로 한 연합 MT를 준비하고 있다. 1999년 기윤실 법률가 모임에서 시작된 CLF는 기독변호사와 판·검사, 기독교수 및 예비법률가들이 법의 영역에서 기독교적인 가치를 선포하고 실천하는 운동으로 발전해왔다.

현재 CLF는 연구위원회, 사회위원회, 생활공동체위원회, 선교위원회, 예비법률가위원회 등을 두고 활동 영역을 점차 확장해 가고 있다. 특히 예비법률가위원회는 사법연수원 사역, 고시촌 사역, 법대 사역 등을 통해 기독법률가로서의 삶을 미리 경험하고 배울 수 있도록 돕고 있다. 특히 로스쿨을 통해 새로운 소명의식을 가진 법조인들을 발굴하고 육성할 수 있도록 준비하고 있다.  

“성공과 보수 떠나 때로는 위험 감수 해야”


● CLF 상임위원장 전재중 변호사 인터뷰


CLF는 예비 기독법조인 양성을 위해 다양한 활동을 준비하고 있다. 특히 이날 2기 로스쿨 합격생 축하 모임을 통해 CLF의 비전을 소개하고 예비법조인들이 동역자들을 만나도록 도왔다. 또 각자 로스쿨에서 하나님 나라의 운동에 초점을 맞춘 그리스도인들의 모임을 가질 수 있도록 구체적인 자료도 제공했다. 방학 중에는 로펌에서 인턴 활동을 통해 실무교육을 받을 수 있도록 돕고 있다.

상임위원장 전재중 변호사는 “오는 2월로 예정된 1기와 2기 MT, 여름의 CLF 전국수련회, 분기마다 열리는 다양한 주제의 세미나를 통해 기독법조인으로서의 소명과 정체성을 찾아가게 될 것”이라고 기대했다.

전 변호사는 로스쿨 제도가 CLF에게는 기회라고 말한다. 기존의 법조인 양성 방법에 대해 그는 “법률가의 길이 매우 좁고, 따라서 주로 사회 기득권층으로 들어가는 출세의 길이라는 인상이 강했다”고 꼬집고 “로스쿨 제도를 통해 상대적으로 그 문이 넓어지고 졸업 후에 대한 보장이 약해진 반면에, 다양한 분야 전문가들이 법조인을 선택하는 경우가 많아졌다”고 평가했다.

특히 “그동안 극소수만이 사법시험에 합격해 기득권 의식이 많았고, 상향성 경쟁이 치열했기 때문에 사역에 어려움이 있었다”며 “법조인의 길을 자신의 출세의 길, 사회적 안정을 얻기 위한 길이 아니라 소명으로 바라볼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했다. 소명 의식을 가진 기독법조인을 배출하기 위해 노력해온 CLF로서는 로스쿨 제도가 적합하다는 것이다.

지난해 제1회 CLF 전국대회에는 250여 명의 법조인들이 모인 가운데 성대하게 치러졌다. 로스쿨 시대의 시작과 함께 역동적인 사역이 펼쳐져 예상외의 성과를 거둔 것이다. 전재중 변호사는 “법률가로서의 부르심과 공동체 의식, 그리스도를 닮은 하향적 삶에 대한 도전, 다른 기독법률가들의 도전적인 삶을 보고 들으면서 많은 변화를 경험하게 됐다”며 “한국에서 법조인 250여 명이 함께 잠을 자면서 새로운 분위기의 대회를 가질 수 있었던 것은 역사적인 사건으로 평가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향후 3, 4년간 이 전국대회가 잘 정착할 수 있도록 전력을 기울이고, 3년 후에는 아시아지역 다른 기독법률가들도 초청하는 수련회를 준비하고 있다”고 밝혔다.

CLF는 지난 11년간 활동을 통해 기독법률가 운동의 대표성 있는 단체로 성장했다. 초창기 사회적 책임을 강조하는 소수의 개혁적 변호사들이 주도하던 모임에서, 최근 로스쿨 제도의 도입과 함께 성장의 계기를 맞이한 것이다. 전 변호사는 “10년 이내 CLF 사역을 핵심적으로 지원해온 법무법인 소명과 같은 기독법률사무소가 전국적으로 세워지는 것이 과제”라고 말했다.

사법 분야의 개혁과 관련해 전 변호사는 “의사들을 위한 의료가 이상하듯이 법률가를 위한 법조계는 매우 이상한 것”이라며 “현재 법조직의 이해관계가 왜곡돼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법률도 하나님이 만드시고 법조인도 하나님께 속한 직업이므로 그 목적대로 사용되고 원형을 회복해야 하는 사명이 기독교 세계관의 요구”라며 “고아와 과부를 더 사랑하시고 보호하셨던 하나님의 마음을 가진 기독법률가들이 이제 일어서야 할 때”라고 말했다.

전 변호사는 또 “그리스도인으로서 하나님의 법을 실현할 영역은 매우 넓다. 모든 법의 권원은 하나님께 있다”며 “기독법률가들은 법의 해석이나 판단을 통해 최대한 그 정신을 반영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예비 기독법조인들에게 그는 “누구를 위하여 왜 법률가가 되려는 것인지 정립해야 한다”고 조언하고 “아무리 위대한 꿈도 혼자서는 결코 이룰 수 없다. 경쟁사회 속에서 생존을 넘어 소명으로 나아가기 위해서는 함께 같은 길을 가는 공동체가 필요불가결하다”며 많은 기독법조인들이 CLF를 통한 하나님 나라 확장과 선교에 동참할 것을 권면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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