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경진의 신약읽기(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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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경진의 신약읽기(14)
  • 승인 2005.01.12 17: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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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교수·천안대 기독신학대학원


 

예수님이 메시아로서 그 공적 사역을 시작하기에 앞서 겪은 두 사건은 수세(收稅)와 시험인데, 둘 다 예수님의 공적 사역을 위한 준비로서 그 의의가 매우 크다.

광야 시험 이야기에 있어서 마태와 누가는 공동 전승(말씀 자료)에 의지해 서술하고 있는 것으로 보이는데, 두 기자(記者)  모두 예수님과 마귀 사이에 오간 세 번의 도전 및 응전을 기록하고 있다는 점은 동일하지만, 그것을 제시하는 순서에 있어서는 차이가 난다. 즉, 마태복음의 두번째 도전, 즉 성전 꼭대기에서 뛰어내리라는 시험이 누가복음에서는 세번째 시험으로 등장한다. 아울러 마태가 ‘거룩한 성’이라고 기록한 것을(마 4:5) 누가가 ‘예루살렘’이라고 구체적으로 언급하고 있다는 점(눅 4:9) 또한 차이가 난다.



우선 이 차이에 대하여 마태는 세번째 시험에서 주님이 마귀에게 떠나라고 명하였기에 아마도 연대기적 순서를 따랐을 것으로 보이고, 누가는 복음서의 마지막을 예루살렘으로 끝내고 있기 때문에(눅 24:47, 52) 지리적 강조에 보다 비중을 두었을 것이라고 말할 수 있다. 비교하여 드러나는 차이의 이유를 해석하는 것이 우리의 과제라고 생각된다.


결국 거룩한 성과 예루살렘이라는 용어를 놓고 볼 때 사실 둘 다 같은 장소를 지칭하는 것임에도 불구하고, 누가가 구체적인 지명인 예루살렘을 사용한 것은 이를 특히 부각시키고자 하는 의도가 있음을 시사하는 것이다.


예루살렘에 대한 묘사와 관련하여 공관복음을 비교할 때 드러나는 현저한 특징은 누가의 예루살렘에 대한 긍정적 이미지이다. 즉, 누가는 주님의 수난과 죽음의 장소로서 부각시키고 있는 마가복음의 매우 부정적인 이미지를 거의 완화시켜 긍정적 이미지로 바꾸어 놓았다. 그리고 광야 시험 이야기는 예루살렘에 대한 누가의 긍정적 이미지의 한 증거이다. 그러면 왜 누가는 예루살렘을 특히 강조하는가?


누가복음은 사도들을 통해 확장되어 나가는 교회의 이야기를 기록한 속편(사도행전)이 있음으로 하여 다른 복음서들과 구별된다. 따라서 요한복음이 나타나기 전까지는 한 권으로 묶여 있었다고 한다. 그렇다면 두 권의 책 사이에는 당연히 연속성 및 통일성이 있음이 당연한 이치이다. 그 연속성 가운데 하나는 복음전도를 중요한 기록 목적으로 하고 있는 누가-행전의 지리적 구도인데, 그것은 사도행전 1장 8절에 기록된 대로, 갈릴리→ 예루살렘→ 로마인 것이다.


이런 구도에 의하면 누가복음에서는 예루살렘으로의 주님의 여행(약 40%)이 중요하게 부각되고, 사도행전에서는 로마의 사도 바울의 여행(약 50%)이 중요하게 부각된다. 즉, 예루살렘과 로마가 두 권의 책의 중심축이 되는 것이다. 그렇다면 아마도 누가는 시험 이야기를 기록하면서 그의 두 권의 책의 중심축 중 하나인 예루살렘을 다음 책인 사도행전의 첫 머리와 연결시킴으로써 복음 전도의 주제를 보다 강조하고자 했던 것으로 이해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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