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미·행복’ 추구하는 시대정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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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미·행복’ 추구하는 시대정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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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08.05.21 11: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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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철재 목사<기독교한국성서하나님의교회 감독>


21세기의 핵심가치는 ‘재미’다. 노동기반사회의 핵심원리가 근면, 성실이라면 지식기반사회를 구성하는 핵심원리는 재미다. 지금 우리사회가 힘들어 하는 것은 물질의 빈곤이나 정치적 억압이 아니라 내 일상의 삶이 재미가 없어서이다.

산업사회의 근면, 성실을 미덕으로 요구하는 노동집약적인 일들은 대부분 기계가 맡아주고 있고 남은  3D업종은 외국인 노동자들이 채워주고 있다. 이제 관심은 재미와 행복이다.

일에는 두 종류가 있다. 하고 싶은 일과 해야 하는 일이다. 20세기 개발시대 사람들은 해야 할 일에 최우선 가치를 두었다. 그러나 21세기 지식정보화의 신 유목민들은 하고 싶은 일에 최우선 가치를 두고 있다. 우리사회의 세대 간 갈등도 바로 이런 가치관의 차이 때문이다. 인내는 쓰지만 열매는 달다. 전자의 가치관이다. 인내가 달아야 열매도 달다. 후자의 가치관이다.

미국의 문화는 프로테스탄트 정신의 산물이다. 천국의 보상을 믿고 현실에서 참고 인내하며 현실의 직업을 하나님의 소명으로 받아들이는 근면과 성실이 잉여가치의 축적을 가능케 하면서 자본주의의 성장이라는 열매를 맺은 것이다. 그러나 21세기의 미국사회는 다르다. 오락과 재미가 함께 있는 산업이 미국 산업을 이끌고 있다. 그 대표적인 산업이 스포츠다. 공산주의가 무너진 것도 마찬가지 원리다. 1989년 11월 9일 동독 공산당은 동독주민들의 재미와 행복에 대한 욕구불만을 달래기 위해 여행자유화 법안을 통과시킨다.

그리고 다음날 10일 이 법안을 공표하려고 했다. 그러나 그 시간 마침 동독 공산당 언론 담당 정치국원인 퀀터 사보보스키가 언론 브리핑을 하던 중 법안통과에 관한 메모를 전달받고 무심결에 여행자유화 법안통과소식을 발표했다. 흥분한 기자들이 언제부터이냐고 묻자, 지금부터라고 대답했다. 이것이 기폭제가 되어서 동베를린 사람들이 떼를 지어 베를린 장벽으로 몰려갔고 베를린 장벽은 무너졌다. 참으로 우연한 역사적 해프닝 같지만 그것을 가능하게 한 힘은 개인의 재미와 행복을 최우선적 가치로 여기는 시대정신이 있었기 때문이다.

2002년 한일 월드컵 때의 시청 앞 광장과 광화문거리의 붉은악마의 집단응원도 바로 이 집단적 재미의 시대적 에너지의 폭발인 것이다. 이 재미의 축제가 곧바로 노사모의 물결로 이어지면서 좌파정권을 탄생시켰다. 그러나 노무현 정권은 재미와 행복이라는 집단적 에너지를 사회적 국가발전의 에너지로 승화시키지 못하고 낡은 이념의 논쟁으로 신물 나게 함으로써 다시 보수 세력의 집권을 가능케 한 것이다.

그런데 새 정부가 산업사회의 근면 성실의 가치로 후퇴하려는 조짐이 보여 실망하던 차에 때마침 미국산 쇠고기 문제가 터진 것이다. 그러자 어린 학생들의 휴대폰을 통해 촛불이 점화되면서 시청 앞 광장과 광화문거리가 다시 불타고 있다. 거대한 촛불집회의 물결 속에는 미국산 쇠고기 문제와 개인적 재미와 행복이라는 에너지가 함께 타고 있는 것이다. 그냥 타게 두어야 한다. 이 촛불의 에너지는 반미니 쇠고기니 하는 구시대적 이념과는 관계가 없는 것이다. 재미와 행복이라는 21세기의 시대정신이 미국산 쇠고기 문제를 매개체로 어린학생들의 손에 잡힌 촛불시위로 타오르고 있을 뿐이다. 촛불시위의 에너지는 재미다. 바로 이 재미를 국가발전의 동력으로 승화시켜야 한다.

교회는 어떤가? 어떻게 이 재미의 맛을 복음전파의 촛불이 되게 하여 세계로 세계로 타오르게 할 수 있을 것인가. 촛불아 타거라. 재미와 행복의 꽃이 되어 타거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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