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활절예배 충돌사건 결국 수면위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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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활절예배 충돌사건 결국 수면위로
  • 이현주
  • 승인 2006.04.20 22:0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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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회협 20일 실행위, 교회측 사과문 접수 거부

지난 16일 잠실운동장에서 열린 부활절연합예배에서 일어난 모 교회 담임목사 수행원과 교회협 일치위원장 김광준신부와의 충돌사건이 결국 공론화됐다.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는 20일 제2차 실행위원회를 열고 이 사건에 대한 경위보고를 받은 뒤 이 문제를 교회와사회위원회에 맡겨 처리키로 했다. 그러나 부활절연합예배에 대한 평가와 한기총과의 이듬해 연합예배 준비의 건은 일치위원회가 계속해서 진행해 나가기로 했다.


각 프로그램위원회의 보고로 시작된 교회협 실행위원회에서는 김광준신부의 부활절연합예배 진행 보고가 끝난 뒤 충돌사건에 대한 질의가 이어졌다.


이 자리에서 김광준신부는 "많은 것은 양보해서라도 일치정신을 이어가자는 생각으로 부활절연합예배의 성사에 중점을 두었지만 공동설교문 합의가 지켜지지 않는 등 크고 작은 문제들이 발생했다"고 밝혔다.


김신부는 "공동설교가 순서지에 공동메시지로 격하된 것과 단상에 서로 앉아 얼굴을 내밀려는 관행을 없애기 위해 단 위에는 순서자만 앉도록 합의했지만 이러한 합의들이 모두 무시당했다"고 지적했다.
이어 김신부는 예배 시작전 일어난 논란에 대해 "갑자기 정체불명의 의자가 등장해 항의를 했고 이 과정에서 검정 옷을 입은 사람들이 양팔과 허리춤을 잡고 경기장 밖으로 끌고 나갔다"고 당시 상황을 설명했다.


수행원들의 행동이 문제가 된 교회측은 지난 18일 화요일에 사과공문을 접수했지만 교회협은 사과문을 접수하지 않기로 결정했다.


교회측은 "교회협의회에서도 폭언이 오갔고 서로에 대한 이해가 부족한 상태에서 일어난 상호 다툼"이라고 사건을 해명했다.

교회측은 사과문을 통해 "이 사건이 더 이상 확대되기를 바라지 않으며 교회연합과 일치를 저해하는 일이 없기를 바란다"며 사과의 뜻을 밝혔다. 하지만 일부 실행위원들과 사건 당사자인 김광준 일치위원장 등은 대표성과 진정성이 결여된 사과는 받아들일 수 없다는 입장을 거듭 확인했다.


교회협은 실행위원회를 열기 전 임원회로 모여 ▲사과문을 접수하고 ▲부활절연합예배 주관단체인 한기총이 해결에 나설 것과 ▲교회협과 한기총, 교회측 등 3자 대표가 만나 합의할 것 ▲당사자는 직접 사과할 것 등을 결의했다.


그러나 실행위원회는 임원회의 결의 사항이 미약하다고 판단, 부활절연합예배에 대한 평가와 추후 논의는 일치위원회가 계속 주관하되 이 사건에 대한 부분은 모두 교회와사회위원회가 맡아 처리하도록 했다. 또 한기총에 정식으로 공문을 보내 이 문제에 대한 사과와 진상조사 등을 촉구키로 했다.

이같은 결정이 나기까지 실행위원들은 한 시간이 넘도록 의견을 조율했다.


김상근목사와 박춘화목사 등 온건파 일부는 "한기총과 교회협의 연대사업 과정에서 일어난 일이며 이것이 연합의 틀을 깨는 일이 있어서는 안 된다"고 주장하면서 "사건의 해결을 한기총에게 모두 맡기고 진상조사와 경과보고, 사과까지 모두 한기총이 책임져야 한다"며 교회와의 대립은 피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입장을 밝혔다.


그러나 오충일목사와 정지강목사 등 강경파는 "성직자에 대한 폭행은 묻어둘 문제가 아니며 사과의 통로가 한기총이 될 수는 있겠지만 이런 일이 거듭되지 않도록 형사고발하는 것이 최선"이라고 주장했다.

한편 기하성 실행위원으로 참석한 박정근목사는 "교단 소속 교회에서 이러한 문제가 발생한 것에 대해 진심으로 사죄드린다"고 말했다. 박목사는 또한 교회협이 조용기목사가 공동설교문 내에서 설교한다는 합의를 지키지 않은 것에 대해 지적하자 "목회자의 설교는 영감으로 하는 것임을 인정해달라"고 요청했다.

한편, 사건 해결의 열쇠를 한기총이 쥐고 있는 가운데 아직까지 한기총은 공식적인 대응을 아끼고 있다. 일치위원장 손인웅목사의 거듭된 사과에도 불구하고 한기총은 문제의 심각성을 느끼지 못하는 분위기다.

교회협은 다음달 초 열릴 평가회를 기다리고 있지만 한기총이 보다 빠르게 대처하지 않는 한 한기총이 주관한 부활절행사의 성공을 위해 성심껏 협조한 교회협과 해당 교회측과의 갈등과 상처의 골만 깊어질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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