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목회진단: 이멀징교회 출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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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목회진단: 이멀징교회 출현
  • 윤영호
  • 승인 2005.08.30 17: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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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장침체 타개 위해 만들어낸 ‘인위적 교회’    

전통교회와 결별을 선언하고 새 시대에 맞는 교회설립을 천명하며 출현한 ‘이멀징교회’는 21세기 개신교회의 위기가 어느 정도나 심화돼 있는지를 드러내 준다.


이멀징교회에 참여하는 젊은 목회자들의 공통된 생각은 ▲전통에 얽매어 경직되고 있는 교리와 신학 ▲미리 짜여진 예전적 순서에 따른 형식화된 예배 ▲지역사회에 빛과 소금의 역할을 감당하지 못하는 현대의 교회상 ▲젊은 세대의 상상력을 주도하지 못하는 기성세대의 가치관적 한계성 등 전통교회가 더 이상 기독교회의 모델이 될 수 없다는 것들이다.


따라서 이멀징교회 출현은 최근 기독교회의 한계를 극복하고자 하는 새로운 시도 가운데 이루어진 것으로, 특별히 우리가 주목하고자 하는 부분은 이멀징교회가 담고 있는 시대적 특성들이다.


이멀징교회를 주도하는 브라이언 맥라렌목사 등 지도그룹은 현대 21세기가 포스트모더니즘이 휩쓸고 있는 만큼 이같은 흐름을 무시할 수 없다는데 인식을 함께하면서 시대사조의 특성을 기독교회가 수용하며 이 세대들에게 복음을 전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강조했다.


이멀징교회 주도그룹은 전통교회가 젊은층을 중심으로 한 교인수의 감소를 경험하고 있으며 더구나 성직자 수에 있어서도 갈수록 줄어드는 상황을 목격하고 신학적인 진보/보수 간의 갈등을 유지, 양극화 경향을 청산하지 못하는 한계를 보여주고 있다는 점을 손에 꼽고 있다.


즉, 20세기의 문화적 환경에서는 전통교회의 스타일이 복음을 전하는데 주효한 요소일수는 있어도 21세기 포스트모더니즘적인 환경 아래서는 이미 신학적으로 교리화된 전통교회 스타일로는 복음을 전하기 어려운 것이라는 게 맥라렌목사를 비롯한 이밀징교회 주도그룹의 강조점이다.


사실 포스트모더니즘이라는 거대한 가치관의 흐름은 이미 전통교회 안에 스며든지 오래다. 따지고 보면, 셀 목회로 대변되는 소그룹목회는 포스트모더니즘이 추구하는 ‘권한위임’, ‘중앙집권 해체’, ‘성직자 중심에서 평신도 중심으로’의 한 요소를 충족하는 것이 사실이다.


특히 높은 강대상을 낮추고 예배중심적 강단을 경배찬양의 무대로 변모시킨 것은 지금 우리 교회들이 전통교회와 얼마나 간격을 두고 있는지를 눈으로 확인시켜 주는 사례 중 하나다.


이같이 전통교회의 변화 가운데 미국교회에서 가장 먼저 나타난 이멀징교회가 우리나라교회에 영향을 끼칠 것은 당연한 예상이다.

전통적으로 교리와 신학에 민감했던 한국교회가 이 사실을 어떤 시각으로 받아들일지 주목된다.

부흥과 성장을 가져온다면 모든 것을 차용했던 과거를 회고한다면, 이멀징교회의 한국도입은 단지 시간의 문제일 뿐 신학적인 문제는 논의대상에서 제외될 것으로 생각된다.


신학적인 얘기가 나왔으니 이멀징교회가 전통교회의 신학과 어떤 점이 다른지 한번 집고 넘어가자.

원으로 그려보면 전통교회의 경우, 가장 밖의 큰 원은 하나님의 은혜로 얻은 구원의 감격이며, 중간원은 이 감격을 갖고 교회에서 봉사하는 부분이고 가장 작은 원은 세상에서 역시 하나님의 구원감격을 갖고 복음을 전하고 일하는 삼중구조로 나타낼 수 있다.


그런데 비해 이멀징교회는 이와 완전히 다른 삼중구조를 갖는다. 가장 큰 원은 세상을, 중간 원은 교회를, 그리고 가장 작은 안쪽의 원은 ‘나 자신’을 의미한다는 것이다. 이것의 의미는 간단하다.


전통교회에서 교인은 교회 안에서 열심히 기도하며 구원을 부르짖지만 세상 속에서는 기도대로 살지 못한다는 점을 이멀징교회 그룹은 지적한다. 즉, 그들은 복음의 중심이 그동안에는 나 자신(성도)이었지만 이제부터는 세상이 복음의 중심이라고 주장한다. 세상에 복음을 전하는 도구요 수단으로서 교회만이 참 교회상이라는 게 이들의 강조점이다.


따라서 이멀징교회 주도그룹은 교회를 세상에 복음을 전하는 도구로서 파악하며 교회야말로 사회봉사에 있어서 최선을 다하는 역할을 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멀징교회가 전통교회와 구별되는 또 다른 점은, 신학적인 문제에 대한 ‘침묵’이다.

이들은 전통교회가 교리문제나 신학의 문제 등을 이유로 진보와 보수로 구분됐다고 보면서 교회분열은 어떤 이유로도 납득할 수 없는 것으로 간주한다.

그래서 이멀징교회는 신학적으로 예민한 문제, 이를테면 성경의 무오성이나 동성애문제 등 교회 간 입장이 다를 수 있는 부분에 관해서는 입장을 유보한 채 ‘침묵’하는 것이다. 오로지 사회 속에서 교회의 역할을 중시하기 때문에 진보/보수와 구별되는 제3의 입장(침묵)을 유지하곤 한다.


미국 교계는 이같은 현상을 바라보며, 흑인신학 해방신학 세속화신학 등 당대에 유행하는 일종의 상황신학에 근거한 교회형태로 분류하고자 한다.

부흥과 성장의 길이 협소해진 최근 한국 기독교계가 이멀징교회 출현을 어떤 눈으로 바라볼지 주목할 만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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