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회의 건강성 점검 위한 ‘체크리스트’ 제시
정기 포럼 통해 토론하고 지향 목표 정리
부흥의 시대는 갔다. 교인 수 100명 이하의 교회가 60%, 범위를 200명 이하로 넓힐 경우 78%에 이른다는 2015년 예장 통합총회의 조사 결과나, 지난 해 대비 5.67% 감소세를 기록했다는 기독교대한감리회의 최근 발표가 아니더라도, 이제 작은 교회의 시대다. 하지만 건강성을 담보로 한 ‘건강한 작은 교회’를 지향해야 하는 시대.
건강한작은교회동역센터(공동대표: 이진오 목사, 오준규 목사) 설립을 앞두고 있는 이진오 목사(세나무교회)는 “이런 작은 교회들이 한국 교회의 근간이며 기둥”이라고 단언한다. 하지만 작은 교회라고 모두 건강한 것은 아니라는 것 또한 분명한 명제. 그래서 건강한 작은 교회, 그리고 ‘원칙’의 중요성을 강조한다.
# ‘크지 못한 교회’가 될 것인가?
이 목사는 작은 교회 목회자들이 한편으로 큰 교회, 크기에 대한 비교에서 오는 열등감에 사로잡혀 있다는 문제점을 지적한다. 그리고 작은 교회만의 가치와 방향으로 목회하고 운영할 때 큰 교회에 대한 열등감과 비교의식에서 벗어날 수 있다는 돌파구를 제시한다. 이것이 작은 교회가 지향해야 하는 원칙. “끊임 없이 큰 교회를 지향하고, 큰 교회의 가치와 방향을 쫓고, 큰 교회가 되기 위해 행정과 프로그램을 운영하다 보면 교회는 그냥 작은 교회가 아니라 ‘크지 못한 교회’가 되고 만다”는 이유에서다.
목회자들이 뭔가를 더 배워야 한다고 생각하는 것에 대해서도 “지금까지 배운 것만으로도 충분하다. 특정한 교회처럼, 그 목회자처럼 목회해야 한다는 생각을 버리라”고 말한다. “동네에서 수십에서 백여 명을 섬기면서 10년, 20년 이상 섬기고 버텨온 목회자들이야 말로 진정한 목회의 달인이며 진짜 교회”라는 것이 이 목사의 생각. 오히려 동네에서 목회하는 작은 교회들이 더 많아지는 것이 한국 교회가 나아갈 방향이라고 생각하는 인식의 전환도 필요하다.
이 목사는 “교회를 성장시키기만 하면 된다는 논리 때문에 투명성과 합법성, 민주성들을 모두 상실시켜 버렸다”고 우려했다. 세대가 변했고 계속 변하고 있는 지금은 가르친다는 의미 또한 바뀌어야 한다고 말한다. 그래서 ‘교육 공유’를 강조한다. 목회자와 교인들이 서로 가르치고 배워야 한다는 것. 신앙 또한 교인들이 가정과 직장, 사회에서 어떻게 반응해야 하는지를 가르치는 것이어야 한다는 생각이다.
목회자의 개념 또한 아버지, 지도자의 개념에서 코치, 스승으로 전환돼야 한다면서, “신앙생활을 잘하게 하는 코치여야 하지, 신앙을 감독하게 해서는 안 된다”고 지적한다.
# 신대원생 ‘멘티장학프로그램’
건강한작은교회동역센터는 철저하게 작은 교회의 건강성을 위한 동역을 목표로 한다. 교회는 작은 교회를 지향해야 하지만, 규모가 작다고 해서 건강한 것은 아니라는 인식 위에서 출발한다. 그리고 건강해야 하지만 한 교회만 건강해서는 안 되며, 교회의 건강성이 지속 가능한 것이어야 한다는 것에 강조점을 둔다.
지향점은 세 가지. 첫 번째 지향점은 ‘정기 포럼’. 한 달에 한 번 모임을 갖고 건강한 교회가 지향해야 할 가치와 실질적인 내용들을 고민하고 정리해 제시한다는 방침이다. 이 목사는 이와 관련 “우리 시대의 고민은 신학보다는 목회 방법에 있다”면서, “안팎에서 요구되는 것, 교회의 민주적인 운영, 재정의 투명성을 넘어서는 적절성, 목회자 윤리 등 지금 시대가 요구하는 건강성에 부응하는 지표를 정리해서 제시할 필요가 있다”고 설명한다.
두 번째는 ‘체크리스트’ 제시. 건강한 교회를 지향하는 교회들이 점검해야 할 항목들을 마련해 스스로 점검하게 하겠다는 것이다. 이 점검 항목들은 교회 내 구조와 행정, 교육과 신앙 등 교회 전반을 하나 하나 짚어가면서 건강성을 체크하고 부족한 점은 보완할 수 있게 한다.
세 번째 항목은 ‘다음 세대 지원’. 교회학교 다음 세대가 아니라, 목회 다음 세대인 신학대학원생들에 대한 지원이다. 40대 이상 목회자들의 목회에 대한 생각을 바꾸는 것이 쉽지 않다는 이유에서다. 그리고 신학생들이 대형 교회, 성장 지향적 교회를 지양하는 대신 복음적이고 목회 지향적인 마인드를 갖게 하기 위해서다.
이를 구체화시키는 것은 ‘멘티 장학프로그램’. 신학대학원생들이 1년 동안 개 교회에서 교육전도사 생활을 하지 않고 멘티로 목회에 참여하도록 하는 것. 한 기수에 10여 명 정도를 선발한다. “이 기간 동안 크고 작은 교회들을 두루 경험하면서 격주로 모여 서로 토론하고 공부하면 목회에 대한 생각과 관점이 달라질 것”이라고 이 목사는 확신한다.
멘티 장학프로그램은 결국 사람을 키우자는 것. 목회에 대해 새로운 시각으로 접근할 수 있는 사람을 키우고 이것을 통해 목회 패러다임을 바꾸자는 것이다.
이런 지향점들을 토대로 7일, ‘건강한작은교회동역센터 설립 기념 포럼’을 열고 ‘건강한 작은 교회’라는 새로운 플랫폼을 가동시키려고 한다. 가치 지향적 네트워크를 기반으로 하는 지속 가능성이 담보된 교회들을 위해서다.
# 작음에 대한 의도적 지향
이 목사는 건작동이 말하는 ‘건강한 작음’이 새로운 개념이 아니라고 말한다. 늘 세상이 요구했던 것. 이런 이유로 “동네에서 고유하게 살아있는 교회를 세워야 한다”고 말한다. 작은 교회 그 자체로 충분하다는 자존감의 회복도 강조한다. 큰 교회를 흉내 내는 것이 아니라 작은 교회 그 자체로 충분한 건강한 교회 말이다. 그리고 “크지 못한 교회의 딜레마를 극복하고 의도적으로 작은 교회, ‘작음’을 지향하는 교회로 방향을 바꾸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옥성득 교수 또한 최근 개인 SNS 계정에 올린 글을 통해 “한국 교회 역사상 여섯 번째 쇠퇴기”라고 진단하고 “작은 교회가 영성과 생명력을 가지고 사람들을 살릴 수 있느냐가 관건”이라면서, “현장에 있는 30~50대 목회자들이 해답을 가지고 있다”고 말했다. 또한 “교회는 숫자가 아니며, 그 곳에서 사람이 자라고 사랑의 수고가 있고 삶이 나누어지면 된다. 그것이 교회”라고 강조하고, “그곳(작은 교회)에 이미 한국 교회를 살리는 새 운동이 시작되고 있다. 한국 교회는 희망이 있다”고 낙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