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회협, 중국 통해 대북지원 “법보다 기독교 정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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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회협, 중국 통해 대북지원 “법보다 기독교 정신”
  • 최창민 기자
  • 승인 2011.05.19 14: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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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양에 밀가루 172톤 보내...통일부 허가 없어 논란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이하 교회협)가 정부의 승인을 거치지 않고 중국을 통한 대북 식량지원에 나섰다.

지난 18일 중국 단둥에서 신의주를 거쳐 평양으로 밀가루 172톤을 보냈으며, 대북 지원 참관을 위해 지난 17일과 18일 양일간 중국으로 대표단을 파견해 북한 식량 상황을 조사하고 돌아왔다. 교회협은 19일 오전 기독교회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대북 지원 배경과 향후 일정에 대해 설명했다.

▲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는 지난 18일 정부의 승인을 거치지 않고 중국 애덕기금회를 통해 북한 조그련에 밀가루 172톤을 지원했다.
이날 한국기독교장로회 평화공동체운동본부 공동대표 한기양 목사는 “예수 그리스도의 사랑은 배고픈 자에게 밥 한 숟가락 주는 것이고 목마른 자에게 마실 물을 주는 것”이라며 “배고픈 사람에게 밥을 주는 것은 아무 이유가 없다. 가만히 있는 것 자체가 죄악”이라고 말했다.

지난 3월 15일 교회협은 중국 북경에서 조선그리스도교련맹(이하 조그련)과 만나 북한 식량 상황에 대해 듣고 인도적 지원을 요청 받았다. 이후 교회협은 해외 기관을 통한 인도적 지원을 준비해 중국 애덕기금회(Amity Foundation)를 통한 지원을 결정했다.

정부는 지난해 천안함 사건 이후 5.24 조치를 발표하고 대북 인도적 지원을 차단한 상태다. 북한의 식량난에도 불구하고 정부는 영유아 등 취약계층을 대상으로 하는 대북 인도적 지원을 선별적으로 허용하고 있다. 이번 중국을 통한 대북지원은 정부의 승인을 받지 못한 상태에서 이뤄져 논란이 일고 있다.

통일부는 18일 브리핑을 통해 “교회협이 북측 인사를 접촉하고 정부와 협의 없이 대북지원에 나선 것은 바람직하지 못하다는 입장”이라고 밝혔다. 또 “향후 상황을 보면서 교류협력법적용 등 필요한 조치를 계속 검토해 나갈 것”이라며 “접촉 승인을 받지 않은 상황에서 북한 주민을 접촉할 경우 100만 원 이하의 과태료를 물도록 규정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 김영주 총무는 "정부가 승인을 거부할 경우 계속 중국을 통해 지원할 수밖에 없다"고 밝혔다.
그러나 교회협은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교회협 총무 김영주 목사는 “정부에 지속적으로 대북지원을 요청했고 구두로도 여러 차례 이야기 했다. 문서로 불허한다는 통보를 받은 적은 없으니 묵인한 것”이라며 “법률적 검토보다 더 중요한 것은 인간의 생명이라는 기독교 정신”이라고 주장했다.

김 총무는 또 “민족의 평화와 통일, 화해를 위해 필요한 법인지, 모든 사람에게 평등하게 적용되고 있는 것인지, 자의적인 해석은 없는지 따져봐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종교 기관의 특수성도 근거로 들었다. 김 총무는 “필요하다면 정부에 경종을 울릴 수 있는 위치에 있는 것이 종교기관”이라며 “현실 정치에 있어서 지나치게 정치적 잣대로 인도적 지원을 막으면 준엄하게 꾸짖을 수 있는 것이 교회”라고 말했다.

지난 2월 21일 교회협은 대통령과 통일부 장관에게 대북 인도적 지원 재개를 촉구하는 공개서신을 보내는 등 정부의 대북정책 기조 변화를 촉구해 왔다. 이후에도 종교계와 함께 민간 차원의 대북 지원 허락을 지속적으로 요청해 왔다.

교회협 화해통일위원회 위원 전용호 목사는 “보낼 것인지, 말 것인지 논쟁하는 사이에 수많은 사람들이 죽는다. 일단 살리고 봐야 할 것 아니냐”며 “앞으로도 정부가 인천항에서 원산으로 보내는 것을 허락하지 않으면, 해외 기관을 통해 대북 인도적 지원을 할 수 밖에 없고, 계속 그 일을 진행할 것”이라고 밝혔다.

교회협 화해통일위원회 위원 노정선 박사는 “천안함 사고, 연평도 포격 등 전쟁의 수위가 올라가고 있다”며 “전쟁으로 가게 할 것인가, 사랑을 실천함으로 평화를 관리하고 전쟁을 막고, 남북한이 서로 발전할 수 있는 방향으로 갈 것인가 선택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교회협은 기자회견문을 통해 “우리는 이번 대북 인도적 지원을 계기로 정부와 사회의 인식이 변화되기를 기대한다”며 “전쟁 중에도 부상당한 적군을 치료하고 보호하는 것이 옳은 일이라고 한다면 하물며 굶주림에 고통당하고 있는 우리의 이웃을 돌보는 것은 선택의 문제가 아니라 당연히 해야 할 의무”라고 말했다.

세계식량기구(WFP)는 지난 4월 북한의 식량난이 매우 심각하다고 판단해 북한 주민을 대상으로 인도적 지원을 시작하겠다고 밝히는 등 북한의 식량난은 매우 심각한 수준에 이른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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