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 1. 깊어가는 목회현장 갈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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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 : 1. 깊어가는 목회현장 갈등
  • 윤영호
  • 승인 2005.01.19 13: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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갈등유형과 목회자의 처신
 

"서로 비난하는 구렁에 빠지지 않도록 주의하라"


한경직목사로 대표되며 한국교회와 사회로부터 주목받아온 영락교회가 최근 담임목사와 장로의 갈등을 이기지 못하고 결국 동반사표라는 최악의 결정을 내리며 문제를 마무리하려고 했지만 그것도 여의치 않다는 소식이다. 영락교회 교인들까지 이패저패로 나뉘는 상황에서 교회를 옮기는 성도가 늘어난다고 한다. 또 원로목사와 담임목사의 갈등을 보인 최근 광성교회의 사태는 사실 오래 전부터 존재했던 한국교회의 고질적인 병폐 중 하나일 뿐이다. 다양한 갈등형태가 나타나고 있는 최근 한국교회 속에서 이 문제를 풀어야할 책임과 의무를 지고 있는 사람은 바로 목회자들이다. 우선 첫 번째로, 미국의 정신과 의사 ‘루이스 맥버니박사’(미국 콜로라도 주 마블요양원 설립자)가 말하는 목회자들의 갈등유형과 해법을 알아본 이후 두 번째로, 목회자의 치유되지 않은 분노의 갈등에 대해 살펴본다. /편집자 주 



12명의 제자들로 시작한 예수님의 목회를 실패한 목회로 보는 시각이 있다. “결과적으로 복음을 전하는 사도직 수행을 성공적으로 했으니 무슨 실패냐”고 항변할지 모르지만 그것은 결과만 보고서 하는 말이라고 이들은 주장한다.


수석제자였던 베드로는 스승인 예수님을 세 번이나 부인했고, 심지어 이스라엘이 회복되면 높은 자리에 먼저 오르겠다고 싸움질하던 제자도 있었다. 무엇보다 실패를 각인시킨 것은 가룟 유다의 배신행위였다. 불과 12명을 놓고서 그것도 3년간이나 함께 숙식을 하던 제자들을 예수님은 그렇게 매우 힘겹게 목양했던 것이다. 2천년이 지난 오늘날, 그 위대하신 예수님조차도 일사불란한 사역에 힘겨워했다는 사실은 무엇을 의미할까.


오늘날 한국교회에서 보이는 목회갈등은 이상한 일이 아니다. 예수님도 직면했던 일들이 현대 21세기 한국의 상황에서 반복돼 나타나는 것뿐이다. 죄의 유산을 물려받은 우리들은 하나님나라가 도래하기까지 이같은 갈등을 피할 수는 없을 것이다. 따라서 교회 안의 각종 갈등은 반드시 좀 더 나은 상황으로 진전만 시킬 뿐이지 완전한 해결의 답은 없을 것이란 얘기다. 목사 장로 모두가 공동사표를 낸다고 목사 장로갈등이 완전히 사라지리라고 믿는 사람은 아마도 없을 것이다. 


미국 콜로라도 주 소재 마블요양원을 설립한 정신과 의사 루이스 맥버니박사 △사역자를 비난하며 자기의 의(義)를 내세우는 성도 △뺀들거리며 일을 회피하는 무책임한 성도 등을 목회자가 해결할 교회 내 갈등의 두 유형으로 꼽고 대응책을 소개하고 있어 관심을 끈다.


자기 의(義)로 사역자를 비난하는 교인

루이스 맥버니박사는 사역자를 비난하면서 자신만이 옳다고 주장하는 사람을 ‘성격이 불안정하며 엄격한 자기 의를 개발해 놓은 상태이므로 자신의 인간성에 대해 다루는 것을 회피한다’고 설명한다. 이들은 자신만의 율법을 만들어 그 속에 안주하면서 사역자들의 실수를 인정하지 않고 곧 바로 비난하는 유형이라고 밝힌다. 


루이스 박사는 “이런 사람들은 사역자들을 격노하게 할 뿐만 아니라 사역자를 궁지에 몰아 넣을 수 있으며 사역자 스스로 하여금 화를 잘 내고 남을 통제하며 독설을 퍼붓는 사람으로 생각하도록 한다”고 말한다.


많지는 않지만 교회 안에 이런 류의 교인을 발견하는 것은 어렵지 않을 것이다. 이런 교인은 사역자 외에도 다른 교인들마저 힘들게 하는 유형이다. 성경과 기독교에 대해 잘 알고 있어서 자기 나름대로 율법적 가치관을 만들어 주변 사람들을 힘들게 한다는 것이 루이스 박사의 설명이다. 동질감을 느끼는 다른 교인보다 목회자가 이들의 표적이 되는 것은 단순히 자기의 의를 드러내고픈 저급한 집착 때문이다. 


루이스박사는 이런 유형의 교인과 갈등을 해소하기 위해 목회자들이 이성과 인격적인 방법으로 설득하려는 것을 “좌절감만 더욱 느끼게 될 것”이라고 경고한다. 그는 목회자들이 버려야할 가장 위험한 자세에 대해 “목회자 스스로 자신의 과실을 인정하며 그 교인을 달래려고 하는 자세”라고 밝히고 있다. 


루이스 박사가 제시하는 모범 답변은 바로 이렇다. “당신이 그렇게 생각하고 있다니 정말 유감이군요. 하지만 그런 일은 없었습니다. 당신이 말하는 그 문제 관련 당사자들과, 그리고 교회기관 회원들과 함께 이 문제를 자세히 이야기해서 사실을 밝히는 게 좋겠군요.”


그러면서  루이스박사는 세 가지 주의점을 잊지 않았다.

첫째, 서로 비난을 주고받는 구렁에 빠지지 않도록 주의하라. 둘째, 대화에 대해서 이를 지켜볼 증인을 반드시 확보하라. 셋째, 목회자가 그에 대해서 직접적인 반응을 할 때에 결코 비난하거나 당사자에게 불명예를 안겨주지 말라. 미국의 특수상황에서 말한 것이지만 루이스박사는 소송을 좋아하는 현대의 풍토를 반영하며 법률적인 자문을 구해보는 것도 좋다고 충고를 아끼지 않았다.


일을 회피하며 뒤로 험담하는 교인

교인 중 함께 사역을 진행하다 보면 맡겨진 일을 할 것처럼 하다가도 아무런 이유없이 뒷걸음질치는 교인이 있다. 촉박한 일정 속에서 꼭 했어야 하지만, 그 교인은 누가 봐도 불완전한 상태로 일을 방치해 놓는다. 문제는 일을 이렇게 만들어 놓고도 목회자 뒤에서 불평을 늘어놓으며 험담한다는 데 있다.


이런 유형에 대해 루이스박사는 “그들의 부정적인 감정은 수면 아래 있어서 좀처럼 간파하기 어렵다”고 분석했다. 그는 “설사 그들은 의견이 목회자와 다르더라도 목회자 당사자와 단호하게 대결하기를 거부한다”면서 “이들은 늑장부림과 지각, 비협조적인 거동, 혹은 다른 사람들에 대한 막후조종 등으로 표출 될 수 있다”고 밝혔다.


이런 유형을 ‘수동적이며 호전적인 유형’이라고 이름을 지은 루이스 박사는 △단호하게 대결할 것 △굳건히 방어망을 치고 그런 사람을 멀리할 것 등 두 가지 방법을 소개하면서도 ‘단호한 대결’을 추천했다. ‘단호한 대결’의 방식은 매우 단순하다. 목회자의 시각으로 그 사람을 파악하고 목회자가 받은 느낌을 솔직히 말해주며 그런 비효율적인 방식에는 어떤 도움도 줄 수 없음을 분명히 밝히라는 것이다. 또 그 교인이 발생시킨 모든 문제에 대해서 책임을 지도록 요구하라고 충고했다.


언제나 존재하는 목회갈등

앞에서 예수님의 12제자 목회를 결과만 보아서는 성공이었겠지만, 과정을 살펴볼 때는 무수한 갈등과 고민들이 반복되어 나타났음을 보았다. 이는 교회에서 일어나는 다양한 갈등은 아무리 훌륭한 목회자의 지도하에 교회가 있다고 하더라도 정도의 차이일 뿐 과거에도 있었도 현재에도 있고 미래에도 있을 것임을 암시하는 기록이다. 완전하신 예수님도 불완전한 제자들을 양육하는데 이토록 어려웠거늘 불완전한 목회자가 하는 목회는 당연히 갈등으로 점철될 것이란 얘기다. 


할렐루야교회 담임 김상복목사는 아예 “이같은 갈등의 존재를 모두가 처음부터 인정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교훈을 준다. 지상에서 완전한 교회를 기대하거나 교회의 지나친 순수성을 요구하는 교회는 반드시 실망할 것이라 게 김상복목사의 생각이다.


그는 목회갈등의 의미를 이렇게 진단했다. “문제는 갈등을 어떻게 미리 예방하고 생겨난 갈등을 지혜롭게 처리하는가를 배워, 갈등이 있어도 그 갈등을 통해 온 교회가 성숙해지는 기회로 삼을 수 있느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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