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기고 // 감신대 박충구교수 배아줄기세포복제 반대입장 표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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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기고 // 감신대 박충구교수 배아줄기세포복제 반대입장 표명
  • 승인 2004.11.14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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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지 희망이 있다는 이유로 생명파괴를 허용해선 안된다

슈퍼맨으로 하늘을 날며 악의 무리들을 섬멸하던 크리스토퍼 리버가 말에서 떨어지는 사고로 척추신경세포에 손상을 입은 후 거의 전신이 심각하게 마비되는 고통을 겪다가 얼마 전 세상을 떠났다. 미국 공화당 대통령으로 미국 국민의 사랑을 받던 레이건 미국 대통령도 퇴임 후 뇌세포가 붕괴되는 질병을 앓으며 자기존재와 의식을 잃은 사람이 되어 말년을 불행하게 보냈다. 이들 뿐 아니라 많은 이들이 재생 불가능한 세포에 손상을 입어 불치의 병을 앓다가 세상을 떠나고 있다.

불치의 병이나 재생불가능한 세포손상, 유전자 이상으로 태어나 평생을 불행하게 살아가는 우리의 이웃들을 위한 대안적 치료방법 개발 가능성은 없는 것일까? 여기에 대한 대답을 찾으려는 의학적 노력이 바로 줄기세포 치료 방법의 개발이다.

줄기세포의 만능성, 복제능력을 이용한다면 재생 불가능한 세포군을 다시 발생시키거나 손상된 유전자 군을 대체시킴으로써 생명재생과 회복능력을 향상할 수 있다는 가느다란 희망이 줄기세포 연구를 촉진해야 한다는 이유다.

그러나 문제는 그러한 희망을 현실화하기 이전에 넘어야 할 많은 문제들이 있다는 것이다. 우선 줄기세포를 얻기 위한 절차와 과정에서 도덕적이며 법적인 논쟁이 일고 있다. 현재 줄기세포를 얻는 방법을 성체세포로부터 얻는 방법이 있고, 잉여 냉동 배아로부터 얻는 방법이 있으며, 유전자 군의 일치를 기하기 위하여 고의적으로 배아를 발생시켜 그 배아로부터 줄기세포를 얻는 방법이 있다.

성체줄기세포를 얻는 방법에서는 심각한 윤리적 문제가 발생하지 않지만, 잉여배아 줄기세포나 고의적으로 발생시킨 배아로부터 줄기세포를 얻는 방식은 생명의 손상과 파괴라는 심각한 윤리적이며 도덕적인 문제를 제기하게 한다.

생명치료 방법의 연구와 개발을 위하여 인간 생명의 기초단위를 파괴해도 좋은가라는 도덕적인 질문을 초래하기 때문이다. 이런 추정적 선의 가능성을 믿고 생명을 실험도구로 사용해야 한다는 것은 인간 배아줄기세포 연구의 정당성을 의심하게 하는 문제이다. 생명의 기초단위인 배아를 생명치료의 목적을 위하여 연구용 재료로 사용하는 것은 인류의 역사 속에 생명가치를 저하시키고 수단화하는 명백한 생명권 침해이며 도덕적 오류라는 비난이 일고 있는 것이다. 여기에는 기존 생명이 우선권을 가지고, 배아단계의 생명을 희생시키는 논리가 가진 생명파괴의 논리가 담겨있기 때문이다.

기독교 신앙의 관점에서 본다면 인간생명의 시작과 마침은 모두 하나님 안에 있다. 우선순위를 굳이 현실적으로 따져야 한다면 아마도 배아보다는 태아를, 태아보다는 기존의 인간이 생명권의 우선순위를 가진다. 그러나 배아줄기세포연구가 현 단계에서는 배아의 일방적인 희생을 불러올 수 있다는 점에서 생명의 우선순위를 부여할만한 합리적 이유가 없다. 왜냐하면 지금 단계에서는 오직 희망을 현실화하기 위한 실험용으로 쓰여 질 생명의 기초단위인 배아의 생성과 파괴라는 생명공학적인 반생명의 논리를 넘어선 선의 정당성은 없다. 그러므로 단지 그럴 가능성과 희망이 있다는 이유로 인간 생명의 초기단계를 발생시키거나 파괴하는 것을 허용해야 한다는 반생명적인 요구를 들어줄 이유가 없는 것이다.

교수· 기독교윤리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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