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중기획]“생명을 살리는 결심”…계획하지 못한 삶이라도 ‘해피엔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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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중기획]“생명을 살리는 결심”…계획하지 못한 삶이라도 ‘해피엔딩’
  • 정하라 기자
  • 승인 2024.02.27 21:2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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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음에서 생명으로//④‘모든 생명’은 소중한 선물(하)

(사)프로라이프, 임신부터 출산까지 ‘원스톱 서비스’
‘사랑은 성관계가 아닌 책임’…예방과 교육이 우선

계획된 모든 가정의 모습이 다 행복한 것은 아닌 것처럼, 계획하지 않은 임신과 출산의 끝이 모두 불행한 것은 아니다. 이제 갓 스무 살의 나이. 남자친구와의 관계로 갑작스러운 임신 소식을 접한 그에게 축복의 말보다 비난의 말이 먼저 들려왔다. 의지했던 남자친구가 떠나고, 앞날을 망칠 셈이냐며 출산을 만류하던 가족을 뒤로하고 며칠을 눈물로 밤을 지새웠다.

이경인 씨(21‧가명)는 “임신 자체도 무서웠지만, 모두가 반대하는 모습에 세상에 홀로 세상에 남겨졌다는 두려움에 모든 것을 포기하고 싶었다. 그러나 저의 인생을 걸고 지켜낸 생명이 하루가 다르게 자라는 것을 보았고, 엄마로서 본분을 다하기로 결심했다”고 말했다.

생명을 지키기로 결심한 그는 (사)프로라이프(대표:함수연) 단체의 도움을 받아 미혼모 시설의 입소를 결정했다. 생명을 선택한 그의 삶은 온전히 지지받지는 못했지만, 3월의 어느 날 그는 찬란한 봄날의 햇살처럼 따뜻하고 사랑스러운 아이를 품에 안았다. 이 씨는 “아이를 낳아 키우며 인생이란 계획대로 흘러가지 않는다는 것을 배웠다. 하지만 순간순간 최선을 다했더니, 아이는 제 삶의 해피엔딩으로 이어졌다. 아빠의 부재 속에서도 의연한 자세로 엄마가 줄 수 있는 사랑을 마음껏 줄 것”이라고 각오를 다졌다.

(사)프로라이프는 하루에도 몇 번씩 인터넷 상담과 전화상담을 통해 낙태를 고민하는 여성들의 연락을 받는다. 온라인 공간에선 태아의 생명권이 여성의 ‘자기결정권’을 침해한다는 이유로, 낙태를 정당화하는 콘텐츠가 연일 쏟아진다. 하지만 낙태의 여러 부작용에 대해선 간과하거나 온전한 인간으로 잉태된 태아의 생명권에 대한 이해는 배제돼 있다. 그렇기에 막연한 미래에 대한 두려움으로 낙태를 선택하는 이들이 많다.

함수연 대표는 “마치 낙태로 인해 일시적 문제를 해결할 수 있을 것 같지만, 오히려 새로운 갈등을 불러오기도 하며 평생 잊을 수 없는 고통이 된다는 사실을 모르는 이들이 많다. 프로라이프는 위기 임신의 상황에서 태아의 생명과 산모의 육체‧정신을 지키기 위한 상담 서비스와 다양한 지원 프로그램을 제공하고 있다”고 밝혔다.

가족계획이라는 이름으로 자녀의 생명을 더 이상 빼앗아서는 안된다. (출처:포리베)

‘원스톱 서비스’로 미혼모 출산 지원

프로라이프는 상담을 통해 내담자가 처한 상황을 고려해 현실적으로 아이를 낳아 키울 수 있는 다양한 방법을 안내한다. 미혼모 청소년의 경우 국내 17개 미혼모자 시설과 연계된 대안학교를 연결해주고, 교과를 이수해 다니던 학교의 졸업장을 취득할 수 있도록 안내한다. 또 건강한 임신과 출산을 위해 협력병원과 국내 입양기관, 미혼모자 보호기관과 연계해주는 ‘원스톱 서비스’를 제공한다.

“낙태죄가 폐지된 이후로는 위기 임신 상담 횟수가 현저히 줄었어요. 이제는 고민하지 않고 임신중절수술을 선택하는 이들이 늘어났다는 겁니다. 성인의 상담률은 급격히 떨어진 것에 비해 청소년 상담자의 수가 늘어나 집중적인 관심이 필요한 상태입니다.”

성인 여성의 경우 임신 사실을 빨리 알아차리고 대처하는 반면 청소년의 경우 임신 사실을 뒤늦게 알게 되는 경우가 많다. 몸의 변화를 인지한 뒤에는 이미 주 수가 상당히 지나 있을 때가 많다. 프로라이프는 낙태를 고민하는 이들에게 상담을 통해 아이를 출산할 때 받을 수 있는 각종 혜택과 지원을 안내한다. 그렇지만, 이미 낙태를 결심하고 단체의 문을 두드린 사람을 모두 말릴 수는 없다.

함 대표는 “낙태죄가 폐지된 상황에서 이미 낙태를 결정하고 연락하는 이들도 많다. 그러나 우리 기관이 낙태를 선택하기 전, 한번은 고민하게 만드는 기관이 됐으면 한다”며 “일시적인 성과가 크지 않더라도 변화될 미래를 위해 씨를 뿌리는 일을 하고 싶다”고 밝혔다.

특별히 청소년 미혼모들은 아이를 키우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현실적인 문제를 걱정하지 않을 수 없다. 함 대표는 “모든 청소년 미혼모의 삶이 절망적인 것만은 아니다. 아이를 낳은 뒤 공부해 사회복지사나 공무원이 되어 아이를 돌보는 이들도 있다. 또 가정에서 사랑받지 못하고 자란 미혼모가 태어난 아이를 사랑으로 키우며, 오히려 역량 강화의 계기가 되기도 한다”면서 아이를 통해 삶이 오히려 긍정적으로 바뀐 사례를 소개했다.

물론 모든 미혼모가 아이를 낳아 키우게 되는 것은 아니다. 생명을 지키기로 결정했지만, 도저히 아이를 낳아 키울 수 있는 환경이 되지 않는다면, 아이를 입양 보낼 수 있도록 관련 절차를 안내한다. 입양을 보낸 아기가 평생의 마음속 짐이 되지 않도록, 생명을 지켜낸 미혼모들을 격려하는 것도 단체의 역할이다.

이밖에 프로라이프는 생애주기별 성 가치 교육과 위기임신상담을 통해 올바른 성문화 정착과 태아와 여성의 복지를 위해 활동하고 있다. ‘찾아가는 성교육’을 통해 학교에서부터 올바른 성 가치관을 확립할 수 있도록 성교육을 실시하고 ‘생명학교’를 통해 시민들의 생명존중의식을 고취하는 전문강사를 양성한다.

어려운 상황에도 출산을 결심해 미혼모자시설에 입소한 이들은 격려하고 생명교육-성교육을 통해 삶의 역량을 강화하도록 돕는다. 그는 “사람의 생각을 형성하는 것은 어린 시절의 가치와 교육”이라며, “요즘 청소년들은 미디어를 통해 성과 관련된 잘못된 정보를 많이 접하게 된다”며 학교에서 성에 대한 바른 이해를 돕는 교육을 실시한다고 밝혔다.

아름다운피켓은 매년 크리스마스 시즌을 비롯해 어린이날, 각종 기념일마다 젊은이들의 거리에서 ‘생명존중’ 캠페인을 벌이고 있다.
아름다운피켓은 매년 크리스마스 시즌을 비롯해 어린이날, 각종 기념일마다 젊은이들의 거리에서 ‘생명존중’ 캠페인을 벌이고 있다.

“100% 피임은 없다”…성관계엔 책임이 수반

생명을 지키는 것만큼 중요한 것이 바로 ‘예방’이다. 생명의 소중함을 알리고, 미혼 상태의 성관계가 불러올 수 있는 엄청난 여파를 알리는 것이다. 매년 크리스마스 시즌이 되면 낙태에 대한 경각심을 고취하기 위해 생명의 소중함을 알리는 길거리 캠페인이 전개된다.

크리스마스는 예수 그리스도가 생명을 구원하기 위해 이 땅에 오신 날로 기독교인들에게는 큰 기쁨의 날이지만, 많은 사람은 크리스마스를 연인과 함께 시간을 보내며 선물을 주고받는 날로 인식하는 경우가 많다. 그렇기에 크리스마스 시즌이 지나고 연초에 연중 낙태율이 가장 많이 높아진다는 분석이 있다. 아름다운피켓 서윤화 대표는 매년 크리스마스 시즌을 비롯해 어린이날, 각종 기념일마다 서울 신촌과 홍대, 명동, 강남 등 젊은 청춘남녀들이 많은 거리를 돌며 ‘낙태방지 캠페인’을 벌이고 있다.

서윤화 대표는 “크리스마스 캠페인조차도 교회에 홍보와 동참을 요청했을 때 냉담함과 무관심한 반응이 컸다. 그러나 2019년 낙태죄 헌법불합치 판결 이후 교회가 낙태문제에 관심을 갖고 일어나기 시작했음을 느끼고 있었다”며 “그리스도인을 중심으로 생명을 지키기 위한 운동이 더욱 확산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문제의 심각성을 느끼고 2019년 이후 풀타임 사역자로 활동하고 있는 서 대표는 청년층을 대상으로 생명이 소중함을 알리기 위해 바캉스 캠페인과 ‘40일 Days for Life’ 캠페인, 신촌 ‘라이프 페스티벌’ 생명축제 등을 진행하고 있다. 아름다운피켓 캠페인만으로는 한계가 있기에 각 지역의 크리스천들이 자발적으로 피켓을 들고 거리로 나가 캠페인을 벌이며 생명을 살리는 한 알의 밀알이 되길 기대하고 있다.

서 대표는 “생명을 지키기 위해 가장 효과적인 방법은 교회에서부터 ‘생명운동’이 일어나는 것”이라며, “세상 속에서 소금과 빛의 역할을 하는 크리스천들이 먼저 낙태를 반대하고 생명 중심의 가치로 바로 설 때 변화가 있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생명운동이 확산되기 위해 가장 중요한 것은 다음세대를 대상으로 하는 생명교육이다. 어린아이들부터 성경적 가치관의 성교육을 실시할 때 이들이 성인으로 자라나 강력한 ‘프로라이프 그룹’이 될 수 있을 것이란 전망이다.

목회자들이 설교 강단에서부터 생명 존중에 대한 말씀을 선포할 때 성도들의 인식도 변화될 수 있다. 서 대표는 “천하보다 귀한 생명의 소중함을 알고 있는 교회가 낙태문제를 특수사역 정도로 여겨서는 안 된다. 생명으로 잉태된 태아를 대신해 적극적으로 목소리를 내달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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