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중기획]‘태아의 생명’ 구하는 프로라이프 운동, 교회 중심으로 확산돼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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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중기획]‘태아의 생명’ 구하는 프로라이프 운동, 교회 중심으로 확산돼야
  • 정하라 기자
  • 승인 2024.02.20 15: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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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음에서 생명으로//③‘수정 순간’부터 생명이 시작(중)

정부의 산아제한 정책 ‘생명 경시적 사고’ 불러와
“‘돕스 판결’ 이전에 미 전역의 회개 운동 있었다”

“덮어두고 낳다 보면 거지꼴을 못 면한다”

80년대, 두 살 터울의 아이 셋을 둔 기자의 어머니가 아이들을 데리고 버스라도 탈 적이면 사람들의 눈치가 보였다고 한다. 정부의 강력한 산아제한 정책으로 ‘셋부터는 부끄럽습니다’라는 표어가 공영방송을 통해 흘러나올 때였다. ‘애를 낳지 않는 것이 애국’이었던 시대, 다자녀는 곧 부끄러움의 상징이었다.

정부는 6.25 전쟁 이후 빈곤 문제가 대두되자 1960년대 중반부터 인구 증가를 억제하기 위한 강력한 산아제한 정책을 펼쳤다. 이 무렵 ‘낙태 버스’가 마을을 순회하면서 여성을 대상으로 영구 피임 시술과 낙태 시술을 진행하기도 했다.

이러한 정책은 대다수 국민에게 낙태가 죄가 아니라, 국가를 빈곤에서 구해낼 행위라는 착각마저 들게 했다. 정부의 산아제한 정책이 한창이었던 1990년에는 여아 100명당 남아의 성비가 116.5명으로 최악의 성비 불균형을 보였다. 우리나라의 뿌리 깊은 ‘남아선호사상’이 여아에 대한 선택적 임신중절 관행을 불러온 것이다.

정부는 6.25전쟁 이후 빈곤문제가 대두되자 인구 증가를 억제하기 위한 강력한 산아제한 정책을 펼쳤다.

우리나라는 낙태죄는 1953년 제정됐지만, 1995년에 와서야 법에서 정해놓은 사유 이외에 낙태를 한 경우 여성은 물론 수술을 한 의사까지 처벌하도록 형법을 개정했다. 저출산 문제가 심각했던 2009년에는 낙태 기간을 28주에서 24주로 축소하기도 했다. 초저출산 시대, 이제는 출산을 유도하는 내용의 각종 표어가 쏟아지고 있다.

엄밀히 말해 역사 속에서 낙태는 국가적 상황에 따라 ‘죄’가 되기도, 아니기도 했다. 이제는 단순히 인구정책에 따른 낙태죄의 유무에서 벗어나 태아도 하나님이 지으신 고귀한 생명이라는 점에서 논의를 다시 시작해야 한다. 생명에 대한 무지로 무고한 생명을 무참히 학살했던 과거를 회개하고, 죽음의 문화를 ‘생명’으로 바꿀 운동을 일으켜야 한다.

인간의 생명, ‘배아’에서 시작

2020년 개봉한 실화 기반의 영화 <언플랜드>에서는 미국 최대의 낙태 클리닉 가족계획연맹에서 8년간 상담사로 일하고 있는 ‘애비’의 이야기를 다룬다. 낙태 경험자로서 자신과 같은 선택의 기로에 선 여성을 돕기로 결심한 그는 상담실을 찾는 여성들에게 낙태를 적극 권하며, 실적을 쌓고 마침내 최연소 소장 자리에 오른다. 그런 그가 처음으로 수술실에서 낙태 장면을 목격하곤 큰 충격에 휩싸인다.

임신 11주에 불과했지만, 태아는 머리와 손가락, 발이 이미 형성된 모습이었다. 태아가 파이프 관 흡입을 가하자 움찔하더니 팔을 허우적대다가 이내 작은 핏덩이가 되어 자궁 밖으로 배출됐다. 낙태를 고민하는 여성들에게 “태아는 단지 세포에 불과하며, 고통도 못 느낀다”고 말하며 낙태를 종용하기까지 했던 그의 신념이 무너지는 순간이었다.

기독교 윤리에서는 정자와 난자가 만나 수정이 이뤄지는 순간부터 영혼을 가진 인간 생명이 시작된다고 보고 있다. 수정된 배아에서부터 영혼을 소유한 인격체로서 새 생명이 시작된다는 것이다. 실제로 임신한 지 20일이 되면 뇌에 신경세포가 형성되기 시작하며, 7~8주가 되면 이미 뇌와 척수 등 감각기관이 형성되고, 심장이 뛰기 시작한다.

결국 생명에 대한 무지가 무분별한 낙태를 일으켰다는 사실을 인정해야 한다. 우리나라 인구정책의 일환으로 시행된 ‘산아제한 정책’에서 환경과 문화적 흐름에 따라 ‘낙태’를 선택했던 죄를 회개하고 생명의 문화를 일으키는 운동이 교회에서부터 시작되어야 한다. 생명 존중에 대한 도덕적 기준이 해이해진 대한민국 문화 속에서 해결의 실마리를 미국의 프로라이프(pro-life) 단체의 활동을 통해 확인할 수 있다.

미국은 1973년 ‘로 대 웨이드 판결’ 이후 프로초이스, 동성애 등의 이슈로 계속된 문화 전쟁이 이어지게 됐고 정당 간 대립구조를 형성하게 됐다. 그러나 현재는 기독교 생명윤리를 바탕으로 ‘생명권 보호’를 촉구하는 개별 프로라이프 단체의 활동으로 인해 현재는 낙태 클리닉보다 임신 돌봄센터가 많아진 상황이다.

지난 1월 19일 워싱턴 D.C에서는 세계의 프로라이프 운동가들이 모인 가운데 미국의 최대 낙태 반대행진 ‘March for life’가 진행됐다. (출처:March for life)

낙태허용 뒤집은 100만인 ‘40일 기도운동’

단순히 ‘생명은 소중하다’라는 종교적 구호를 넘어 낙태 문제의 실체를 피부에 와닿을 수 있도록 가르치고, 행동의 변화를 일으킬 수 있는 프로그램 마련이 절실하다. 낙태 문제는 결국 생명의 시작과 탄생의 과정, 낙태를 경험한 여성이 감당해야 하는 신체적‧정신적 고통을 알아야 본질을 제대로 파악할 수 있기 때문이다.

미국 연방대법원이 낙태를 허용한 기존의 판례를 49년 만에 뒤집은 ‘돕스(Dobbs) 판결’은 우리나라 프로라이프 운동이 나아갈 길을 보여준다. 지난 2022년 6월 24일 미국 연방대법원은 헌법에서 보장한 여성의 낙태 권리를 폐지했다. 법원의 판결 이후 미국 14개 주에서 전면적인 낙태 금지 조치가 발효된 것으로 확인됐다.

‘돕스 대 잭슨’ 판결이 있기까지는 미국의 복음주의 기독교와 공화당, 프로라이프 단체들의 전국적인 회개 운동과 기도회, 그리고 다방면의 프로라이프 교육행사와 캠페인을 통해 치밀하고 유기적인 활동을 이어왔다.

미국의 프로라이프 운동가들은 ‘로 대 웨이드’ 판결 이후 1974년부터 매년 워싱턴 D.C에 모여 ‘생명을 위한 행진(March for life)’을 벌였다. 또 전 세계 64개국 1천여 개의 도시에서 백만여 명의 기도 봉사자가 낙태 종식을 위해 같은 날, 같은 기도제목으로 기도하는 ‘생명을 위한 40일 기도운동(40 Days for Life)’을 진행했다.

2004년 미국 텍사스에서 4명으로 시작한 기도는 미국 전역과 세계로 확대되어 현재 세계 64개 민족 및 국가에서 전개되고 있다. 이러한 프로라이프 활동을 통해 지금까지 2만여 명의 태아가 낙태로부터 구조됐으며, 132개의 낙태 지원시설이 폐쇄됐고, 247명의 낙태 시설 종사자들이 직장을 그만뒀다는 집계가 있다.

“교단 차원에서 ‘생명운동’ 일어나야”

이처럼 생명을 구하기 위한 프로라이프 운동을 교회에서부터 시작할 때 태아의 생명을 ‘구하는’ 열매를 거둘 수 있다. ‘프로라이프’는 생명을 옹호한다는 뜻으로 반대어로는 ‘프로초이스(pro-choice)’가 있으며, 이는 태아는 여성의 몸 일부로 낙태를 허용하자는 의미를 담고 있다.

성산생명윤리연구소 이명진 소장(명이비인후과)은 “프로라이프 운동의 가장 큰 장애물은 프로초이스 그룹이 아닌, 낙태에 대한 무관심”이라며, “낙태에 무관심한 사람들은 기존 법에 대한 저항감이 없고 알아보고자 하는 의사도 크지 않아 자신을 ‘프로초이스’로 인식하는 경향이 있다. 그렇기에 생명에 대한 지식과 낙태 문제에 대한 정확한 정보와 지식을 제공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성산생명윤리연구소에서는 이를 위해 ‘프로라이프’ 활동과 관련된 기초 지식을 교육하고 지역 활동을 연계해주는 프로그램을 전개하고 있다. 성산생명윤리연구소의 프로라이프 활동가 양성 프로그램 ‘SUFL’(Stand Up for Life)을 운영하며 국내 프로라이프 강사를 양성하고 있다.

특히 크리스천 여성의 낙태율이 비신자 여성과 크게 차이가 나지 않음을 설명한 그는 “정부의 기조에 따라 과거 교회 여성들이 영적 분별력 없이 낙태를 선택한 경우가 많았다. 그렇기에 교회 안에서부터 회개가 일어나고, 생명존중운동이 확산되야 한다”고 말했다.

이를 위해서는 목회자들의 움직임도 중요하다. 실제로 ‘돕스 판결’이 있기까지 교회와 정계, 시민사회가 하나로 힘을 모아 유기적으로 협력을 이뤘다. 남침례교회는 2009년 ‘오바마 대통령에 대한 입장 결의’를 통해 인간 배아 연구기금 증대, 프로초이스 지원 확대, 프로라이프 활동가 처벌 강화 등 프로초이스를 지향하는 입장에 대해 적극적인 반대 의사를 표명했다.

또 남침례교 가정에서 입양을 장려하고 고아를 돌보는 사역을 확장할 것을 촉구하기도 했다. 특히 교육을 통해 대중의 인식을 전환하고 프로라이프를 지지하는 정치인들을 발굴‧후원하는 일도 중요하다.

최근(2020년) 예장 고신 낙태법 방지위원회에서는 <동성애 인권운동과 낙태에 대한 대한예수교장로회 고신교단 주장>이라는 소책자를 만들어 개별 교회에 교육자료로 배포하고 있다. 이러한 활동이 도화선이 되어 다른 교단에서도 일어나야 한다는 것.

이명진 소장은 “성도들이 말씀을 통해 올바른 신앙관을 갖도록 교회가 앞장서야 하며, 법적으로 낙태가 허용되더라도 하나님 앞에 죄를 짓는 일이며 생명을 죽이는 일임을 가르쳐야 한다. 특히 낙태로 인해 가장 큰 피해를 보는 것은 낙태된 태아이고 여성”이라며 “생명을 합법적으로 죽이려는 세상의 사조에 물들어 침묵하면 안 된다”고 호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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