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혜의 샘물] 여호와 이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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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혜의 샘물] 여호와 이레
  • 김기창 장로
  • 승인 2023.09.21 10: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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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기창 장로 / 천안 백석대학교회 원로장로, 전 백석대학교 교수
김기창 장로 / 천안 백석대학교회 원로장로, 전 백석대학교 교수

지난 6월 중순, H 장로님 부부와 전북 부안, 군산 여행을 했다. 초여름의 싱그러운 초록빛 대자연 속에서 하나님의 창조의 세계를 여유롭게 거닐며 심신의 힐링을 마음껏 한 나들이였다.

첫째 날 오후 일정을 마치고, 3년 전 교회 담임목사를 사임하고 제2의 삶을 사시는 S 목사님을 만났다. 그동안 늘 대접을 받아왔기에 이번엔 마음먹고 저녁 한 끼 잘 대접하며 그간 지내온 삶의 이야기를 듣고 싶어 선운사 앞 음식점으로 초청했다. 집도 없이, 수입원도 없이 어떻게 지내셨을까 하는 걱정스러운 마음이 앞섰다. 그런데 식당에 들어오시는 두 분의 표정이 매우 밝아 마음이 놓였다.

그는 대학의 내 첫 제자이다. 경제적으로 어려움이 많아 중학교를 간신히 졸업하고 검정고시를 통해 38세에 만학도로 우리 대학교 선교학과에 입학하였다. 늦깎이 대학생이 된 그는 한시 반때도 놀지 않고 공부에 열중하여 계속 장학금을 받았다. 매사에 솔선수범하는 모범생이었다. 그래서 많은 교수와 직원으로부터 사랑을 받았고, 학생들로부터는 큰형님으로 존경을 받았다. 학부 과정을 마치고, 대학원을 수료한 후 전도사로 사역한 뒤에 목사 안수를 받았다.

그 후, 고향 가까운 곳에서 목회를 잘 했다. 그가 시골에서 목회에 성공할 수 있었던 것은 그의 투철한 신앙심에 늦깎이 학생으로 열심히 공부해 쌓은 실력, 중학교 졸업 후에 쌓은 여러 가지 장사 경험, 취업하여 익힌 전기와 각종 설비 기술로 봉사하기, 부락민과 좋은 관계 맺기, 마을회관에서 전도활동 펴기 등이 함께 어우러져 꽃을 피운 덕이라 생각한다. 또, 모든 일에 적극적이고 사려 깊은, 신실한 신앙을 가진 사모님의 내조 역할도 큰 몫을 했다.

그는 19년 목회를 하고 퇴임을 했다. 20년이 되면 원로목사의 대접을 받아야 하기 때문에 교회에 경제적 부담을 주지 않으려고 일 년 앞두고 은퇴를 했단다. ‘세상에!’ 일 년을 더 채우고 원로목사 대접을 받으려 하는 게 흔히 갖는 생각일 텐데….’

식사 후 차를 마시려고 목사님 댁으로 갔다. ‘와우!’ 그림 같은 집이었다.  마을이 훤히 내려다보이는 산자락, 배산임수(背山臨水)형에 터를 잡고, 예쁘게 지은 집에서 살고 계셨다. 뜰에는 여러 예쁜 꽃이 활짝 피어 있었고 주위의 텃밭에는 각종 과일과 채소가 잘 자라고 있었다. 거주지 조건으로는 더 욕심을 낼 수 없을 만큼 좋았다.
목사님은 퇴임 후, 마침 교회 가까운 곳에 택지가 있어 은행의 장기 융자로 겨우 구입했단다. 시무했던 교회에선 그 동안의 목사님의 공을 생각하여 건축 전문가인 그 교회 장로님을 통해 집을 지어주셨다고 한다. 과연 그 목사님에 그 교회 성도들이다.

퇴임 후, 그 지방의 교육청 관리과 임시직원의 자리가 있어 지원, 합격하여 즐거운 직장 생활을 하고 있단다. 마침 장로 직분에 있는 분이 담당부서의 책임자로 있어 임시직에 있는 목사를 그렇게 잘 섬겨 준단다. 신앙인이 아니면 맛볼 수 없는 아름다운 모습이다. 사모님은 요양보호사 자격을 획득하여 요양원에 근무하고 있다. 모두가 하나님의 은혜요, 강복의 결과다. ‘여호와 이레!’ 하나님께서 하시는 일은 이렇게 계획적이며 주도면밀하시다.

때가 되면 하나님은 당신께서 친히 예비해 두고 계신 그것을 단 한 치의 오차도 없이 우리에게 안겨주심을 확신한다. 지나온 내 삶 속에서도 그런 경험은 한두 가지가 아니다. 하물며, 평생을 하나님 사역을 위해 헌신하신 목사님을 위해 하나님께서 모든 것을 예비해 두시지 않으시겠는가. 우리가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더 좋은 것으로 말이다.
목사님과 헤어지고 돌아오는 우리들의 마음이 그렇게 흐뭇할 수 없었다. 퇴임 후 부족함 없는 삶을 살고 계시는 S 목사님! 늘 건강하고, 후배목사들을 잘 돌봐 주시며, 일상의 삶에서 감사와 기쁨이 늘 충만하길 기도드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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