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하기와 듣기, 함께 춤추는 것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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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하기와 듣기, 함께 춤추는 것처럼
  • 신지영 교수(백석대, 대한심리상담센터장)
  • 승인 2023.07.05 00: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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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지영 교수의 '하나님과 동행하는 부부생활과 자녀양육' (15)
신지영 교수(백석대) / 대한심리상담센터장
신지영 교수(백석대) / 대한심리상담센터장

커플의 갈등이 있을 때 ‘말하기’가 잘 되는 사람도 있지만 평소 말로 마음을 표현하기를 잘 하지 않았던 사람이라면 지난 회에 말했던 말하기의 방법을 계속 연습해보기 바란다. 

평소 자기표현을 잘 하지 않는 사람이 과연 ‘듣기’를 잘 할 수 있을까? ‘듣기’는 말을 안 한다고 해서 되는 것이 아니다. 하루 종일 어린 자녀를 돌보고 저녁에 만나게 되는 남편과 대화를 하고 싶었던 아내가 말을 걸고 이야기를 시작하지만, 남편은 TV를 보거나 책을 보거나 컴퓨터 혹은 휴대폰을 보고 있다면? 그런 남편을 보는 아내는 남편의 마음이 아내에게 향하지 않았다고 여기게 된다. 아직 서로 대화를 할 준비가 안 되어 있는 상태일 것이다. 

대화가 정보 교환만의 순간이 아니기 때문에 결론만 얘기하는 것이 중요한 것도 아니다. 그럼에도 갈등이 있을 때는 듣는 사람은 듣기가 얼마나 힘든 일인지 알 것이다. 

듣기를 하는 입장에 있는 배우자를 격려하고 싶다. 그는 자신이 말할 수 있는 권리를 우선 내려놓았기 때문이다. 그는 비어있는 그릇이 준비되어야 하기 때문이다. 그는 자신의 주장과 생각을 뒤로 두고 자신에게 말하는 상대방의 마음을 먼저 헤아릴 수 있기 때문에 그에게는 상대방을 사랑하고 기다리고 상대방의 입장을 이해하려 노력하기 때문이다. 혹시라도 상대방이 자신에 대해 부정적으로 말하는 것 같을 때도 우선은 자신이 방어하고 싶거나 변명하거나 공격하고 싶은 마음이 있더라도 그것을 잠깐 내려놓을 줄 알기 때문이다. 그야말로 자신의 마음 안에 상대방의 마음을 담아 넣을 공간을 둔다는 것은 그의 안에 하나님의 마음이 있어야 하는 한 것 아닐까 싶다. 

그래서 ‘듣기’를 하는 사람은 말하는 사람을 온화하게 바라볼 수 있다. 그의 말을 들으며 그 사람 입장을 고려해보게 되면 그의 시선을 상대방에게 향하고, 고개를 끄덕이게 되고, 공감하는 따뜻한 공감 어린 말 한마디라도 하게 된다. 그리고 상대방의 말을 들으며 자신이 더 잘 이해하기 위해서, 누가, 어디에서, 무엇이, 어떻게 등의 정보를 더 자세히 물어볼 수 있다. 

그리고 나서 상대방의 이야기를 듣고 나면 자신이 그 말을 잘 이해했는지 상대방에게 확인해보는 것이다. 그러니까 상대방이 한 말은 이러이러한 것으로 이해하면 되는지 물어보는 것이다. 그리고 듣는 이는 더 듣고 싶은 마음을 표현한다면, 말하는 사람 입장에서는 상대방이 진심으로 듣고 있으며 받아주고 있다는 마음이 생기기도 한다. 

방어하고 듣기 싫어하는 사람은 상대방에게 ‘거기까지만’이라고 하겠지만, 진정 들어주는 사람은 ‘더욱 더’ 이야기를 듣고 싶은 맘을 표현하게 될 것이다. 사람이 이해받고 있다는 마음이 들 때는 더 이상 말하지 않게 되고 마음이 평온해지며 듣는 이와 연결감을 느끼게 된다. 그래서 말하기와 듣기를 하는 두 사람은 함께 춤을 추며 스탭을 밟으며 교감하는 순간을 경험하는 것과 비슷한 경험을 하게 된다.

대한심리상담센터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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