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회기획:추석을 통해서 본 ‘전통유산과 목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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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회기획:추석을 통해서 본 ‘전통유산과 목회’
  • 승인 2004.09.26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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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나님 영광 향한 추석모델을 만들자

명절을 앞두고 목회자들은 괴롭다. 우리나라 전통제례 때문에 죄의식을 갖는 일부 교인들의 조바심을 알고도 모른 척 해야 하는 현실이 그런 이유다. 그렇다고 목회자만 그런 것은 아니다. 가족 전체가 교회에 다니는 경우를 제외한 대부분의 성도들 역시 괴로운 것은 매한가지다. 우상숭배라며 ‘제례’절대배척을 강조해온 담임목사의 설교를 누누이 들은 그들로서는 가족간의 명절만남이 부담스럽다. 이쯤되면, 목회자는 “성도신앙 관리의 한계를 느낀다”면서 고충을 토로하고, 성도는 “기독교교리 대로 살지 못하는 미성숙”을 한탄할 것이 분명하다.

민족 전통유산과 기독교신앙은 이렇게 우리들이 죄의식을 느낄 정도로 배척관계일까. 교회입장에서 바라보는 우리나라 민속전통은 불교와 유교, 도교 그리고 간간이 샤머니즘적 요소까지 배어있을 정도로 교회와는 상당히 이질적이다. 그래서 일부에서는 우상숭배적 요소가 많은 민속전통 배척을 주장한다. 하지만, 우리를 힘들게 하는 것은 기독교교리를 고수하지 못하는 자신의 한계 때문이 아니라 우상숭배 요소가 있다는 민속전통을 마냥 배척할 수만은 없는 우리의 현실이라는 것이 솔직한 심정이다.

그리스도 승천 후 사도시대를 거치면서 초대기독교는 많은 변화를 거쳤다. 현대의 기독교는 정확하게 말하면, 초대기독교가 수많은 난제를 풀어오면서 형태면에서 새롭게 형성됐다. 이것은 언제일지 모르지만 미래기독교 역시 지금과 달라질 것을 예고하는 대목이다. 성경은, ‘이스라엘 땅에 거주하는 유대기독교인의 신앙’→ ‘이방 땅에 거주하는 유대기독교인’ → ‘이방 땅의 이방기독교인’의 삶을 연쇄적으로 보여준다. 이것은 복음이 이스라엘을 넘어 전 세계로 확산되는 과정을 그린 줄거리다. 이 과정 속에서 기독교에는 무슨 일이 벌어졌을까.

영국 에딘버러대학교 은퇴교수인 앤드류 월즈박사는 그 변화를 이렇게 설명했다.

“고린도에 사는 유대기독교인은 고린도 사람인 친구의 저녁시사 초대에 응하곤 했다. 그 친구는 우상을 숭배했을 것이다. 식사 때 내온 음식은 제사음식도 있어서 이것을 먹어야 할지 고민스러웠을 것이다.” 당시 교회는 이스라엘에 사는 기독교인이 생각지 못한 걱정거리로 가득했다. 이스라엘에서는 이방인과 식사하는 것이 흔하지 않았다. 그래서 유대교전통이 강하게 지켜졌을 것이다. 하지만 고린도는 이방인과 식사하는 것은 물론 제사음식까지 ‘먹어줘야 할 상황’이 자주 발생했다.

에베소교회는 이와 달랐다. 아예 유대인기독교도로 구성됐던 관례를 깨고 이제는 이방인기독교도와 함께 교회를 구성해야 할 상황이었다. 에베소교회는 이방인기독교도들과 섞인 유대인기독교도들의 문화적 전통적 관습에 대한 고민들을 풀어 주어야 할 과제를 안고 있었다.

우리는 성경 속에서 나타난 유대인기독교와 이방인기독교의 문화적 충돌을 보면서 과연 사도들이 이같은 예민한 문제들을 어떻게 처리했는지 주목할 필요가 있다. 바울은 잘 알려진대로, 제사음식을 먹어도 된다고 허용하면서 하지만 일부 제한적인 조치(연약한 신앙인의 실족을 조심하라)를 추가했다.

바울의 이같은 조치는 무엇을 의미할까. 이방문화 수용을 의미하는지 적당한 선에서 타협했던 당시 상황을 용인했던 것인지 혼란을 가져다 줄만한 내용이다. 이점에 대한 앤드류박사의 말을 들어보자.

“출애굽을 생각해 보면 하나님의 복음을 어떻게 전 세계로 확산시켜야 하는지 뚜렷한 답을 얻게 된다. 우선 광야에 세워진 성막을 생각하면 그 많은 양의 천을 어디서 구했을까하는 의문을 갖게 된다. 성막 안의 용기와 그릇들, 금으로 만든 요기들, 만나를 담은 그릇, 지성소의 각종 성스런 도구들이 그것들이다. 분명 우상의 땅 애굽에서 갖고나온 물건들이 아닌가. 그것들이 지금은 하나님을 향해 거룩하게 사용되는 중이다.”

이런 맥락에서 앤드류박사는 ‘기독교인이 된다’는 것은 개종이 아니라 ‘회심’을 뜻한다고 강조했다. ‘개종’이 이전의 관습을 완전히 버리고 단절하는 것이라면, ‘회심’은 이미 존재하던 모든 것들을 하나님을 향하도록 방향을 완전히 바꾸는 것이라는 설명이다. 이른바 ‘회심자의 모델’은 복음이 열방 속으로 들어가 반역의 나라를 하나님나라로 바꾸도록 강력한 힘을 발휘하는 것으로 소개되고 있다. 기독교이전의 문화와 관습을 완전히 배척할 것이 아니라 하나님을 향하도록 체질을 개선하는 복음의 역동성을 살려야 한다는 지적이다.

그런 이유에서 바울사도는, 이스라엘에게 메시아로 소개됐던 그리스도를 이방나라에 가서는 ‘주님’으로 소개했던 것이다. ‘주’라는 단어가 헬라문화에 젖었던 당시, 그들의 신을 불렀던 대표적인 단어였던 점을 상기한다면, 메시아 대신에 주라는 단어를 사용한 바울의 시도는 “이방나라에 존재하던 모든 것을 하나님의 영광을 향하도록 대전환”을 일으킨 것으로 이해될 수 있을 것이다.

대구동부교회 김서택목사도 유대인으로 개종해야만 하나님의 백성이 되는 것으로 알던 전통의식을 배격했던 초대교회를 전제하며 “복음의 핵심은 변질되거나 양보하지 않으면서 가능하면 많은 사람에게 복음을 전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우리나라에는 기독교이전의 문화유산이 삶 곳곳에 묻어있다. 능력을 신봉하던 샤머니즘의 잔재로서 목회자를 능력의 종으로 주목하고 현세문제 해결에 관심을 보이는 것도 그 중 하나이다. 능력은 복음의 한 형태이지 그 자체는 아니기 때문이다. 또 교회 안에서 신분/직분의 혼동도 생각할 일이다. 신분은 상하질서를 나타내는 유교적인 관습의 단어이다. 반면 직분은 은사에 따라 나뉜 수평적 관계를 뜻한다. 그럼에도 목사→장로→안수집사(권사)→서리집사→성도라는 상하질서로 생각하는 것은 바로 교회 안에 존재하는 유교요소를 드러낸다.

추석이라는 명절을 통해 우리가 가져야 할 마음가짐은, 경직되기 쉬운 교리적용 보다 민속절인 추석이 하나님을 향하도록 무엇을 할 것인가에 집중돼야 할 것으로 보인다.

윤영호기자(yyho@uc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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