범기독교연대, “신성한 예배 침탈한 경찰을 규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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범기독교연대, “신성한 예배 침탈한 경찰을 규탄한다”
  • 이인창 기자
  • 승인 2023.03.29 18: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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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9일 서울 경찰청 앞 예배 중 강제연행 규탄기도회
대구 논공필리핀교회서 예배 중 9명 교인 수갑 채워 연행
<대구 논공필리핀교회 예배유린과 교회침탈에 저항하는 범기독교연대>가 지난 29일 서울 경찰청 본청 앞에서 규탄기도회 갖고 성명서를 발표했다.

주일예배를 드리고 있는 교회에 들어와 예배 중인 교인들을 수갑 채워 체포한 대구 달성경찰서 소속 경찰들의 행위에 대해 규탄의 목소리가 계속되고 있다. 매일 달성경찰서 앞에서 1인 시위가 벌어지고 있고, 수요일마다 지역 종교계와 시민단체가 함께 규탄집회를 열고 있다.

이제는 대구지역을 넘어 이주민 사역을 하고 있는 국내 주요 교단과 단체들과도 뜻을 같이해 '범기독교연대'를 구성하고, 서울에서도 적극적인 저항에 나섰다.

<대구 논공필리핀교회 예배유린과 교회침탈에 저항하는 범기독교연대>는 지난 29일 서울 서대문구 경찰청 본청 앞에서 규탄기도회 갖고 경찰을 비판하는 성명서를 발표했다.

경기북부이주민센터, 국경없는마을, 기독교윤리실천운동을 비롯해 한국기독교장로회 이주민선교협의회, 대한예수교장로회(통합) 총회이주민선교협의회, 지역NCC 전국협의회, 온누리M센터, 성공회 외국인복지센터, 한국복음주의교회연합, 한국이주민선교협의회 등 약 40여개 단체가 범기독교연대에 참여하고 있다.

기도회에서 설교를 전한 기장 이주민선교협의회장 박경서 목사는 “이주민 관련법이 없을 때에도 이주민 교인들을 무분별하게 단속해 항의하면 경찰들은 미안해하고 부끄러워 할 줄 알았다. 이주민 보호를 위한 법이 있는데도 여전히 만행이 일어나고 있다”며 “교회에 난입해 예배 중인 교인들을 잡아간 경찰들은 깊이 반성해야 한다”고 성토했다.

박 목사는 “통계를 보면 이주민 노동자들을 강제단속 할 때마다 한 명 이상은 꼭 희생되는 셈이다. 일자리 보호를 명목으로 단속한다고 하지만, 이 땅의 이주 노동자들이 하는 일은 한국인들이 힘들다고 더럽다고 하지 않는 일들을 한다. 이주민들의 약점을 이용하는 단속을 당장 중단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라바마스 목사는 규탄기도회에 참석해 예배 중 경찰이 난입했던 당시 상황을 증언하며 한국교회가 함께해달라고 요청했다. 
라바마스 목사는 규탄기도회에 참석해 예배 중 경찰이 난입했던 당시 상황을 증언하며 한국교회가 함께해달라고 요청했다. 

논공필리필교회를 담임하고 있는 라프 안젤로 루마바스 목사도 서울까지 올라와 규탄기도회에 동참했다.

루마바스 목사는 “경찰이 우리 교회에 와서 교인들을 붙잡아간 이후 경찰들을 볼 때마다 두려운 마음이 든다. 교회는 사랑과 평화의 공간인데 경찰이 침탈했고 우리는 존중받지 못했다”며 “다시는 예배를 드리는 중에 경찰이 난입하는 일이 일어나지 않도록 한국교회의 지지와 기도를 부탁드린다”고 요청했다.

대구기독교교회협의회 총무 박성민 목사는 “예배당 안에서 교인 9명이 수갑이 채워져 연행됐다는 소식을 듣고 그날 밤 많은 목사님들이 뜬 눈으로 밤을 지새야했다”며 “예배를 드리러 오는 사람들이 두려워하고 있다. 무엇보다 교인들이 두려움 없이 예배를 드리러 나올 수 있도록 경찰은 불신검문을 말아 달라”고 요구했다.

규탄기도회에는 한국예수교회연대 오현선 목사가 ‘필리핀 성도들을 위하여’, 성공회 외국인복지센터 이영 신부가 ‘예배와 교회의 회복을 위하여’, 민들레교회 김영준 목사가 ‘이주민을 위하여’ 기도했다.

또 예장 통합 이주민선교협의회 상임고문 박천응 목사, 아시아다문화공동체 존스 갈랑 선교사가 참석해 자유발언으로 경찰의 교회침탈을 규탄하고 이주민 교인들을 위로했다.

범기독교연대는 이날 발표한 성명서에서 “교회는 수고하고 무거운 짐을 진 자들이 쉴 수 있는 안식처요 피난처다. 예배는 가난하고 소외된 사람들이 하나님의 은혜와 사랑을 간구하는 평화의 행위”라며 “신성한 예배의 자리가 경찰의 무지하고 잔인한 침탈로 인해 불안과 공포의 현장이 되었고, 간절하게 기도드리던 손에 차디찬 수갑이 채워졌다”며 비판했다.

범기독교연대는 ‘예배 중 연행된 9명 성도들의 석방’과 ‘정부의 이주민 노동자들에 대한 차별적 정책의 전면재검토’, ‘경찰청장의 예배유린에 대한 사과와 재발방지 약속’, ‘대구경북경찰청장의 달성경찰서장 등 책임자 처벌’을 요구했다.

한편, 사건은 지난 3월 12일 대구 달성구 논공필리핀교회에서 발생했다. 주일 낮 예배를 드리는 시간 경찰 5~6명이 예배당에 들어와 뒤자리에 있는 교인들에게 신분증을 요구했고, 그 과정에서 미등록이 확인된 세 명을 따로 격리했다.

라바마스 목사는 교인들 사이 동요가 일어나자 설교를 중단하고 기도를 시작했고, 경찰들을 문밖으로 나갔다. 하지만 경찰들은 다시 내부를 지켜보겠다고 들어와 신분증을 요구하며 체류 자격이 없는 9명의 수갑을 채워 연행하는 일이 발생했다.

경찰은 위조 여권을 소지한 사람이 있다는 112신고를 받고 출동해 예배를 마칠 때까지 기다렸다가, 오후 1시 17분 목사의 허락을 받고 내부에 진입했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교인들은 시간을 확인할 수 있는 사진이 확보되어 있으며, 라바마스 목사 역시 진입을 승인한 적 없다고 반박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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