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기독교신문협회 중국연수기(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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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기독교신문협회 중국연수기(상)
  • 승인 2004.05.23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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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족 선교 현실을 진단한다

한국교회, 경쟁적 교파이식 선교로 순수성 상실 위기

한국기독교신문협회(회장:최규창 기독교신문 편집국장)는 지난 5일부터 12일까지 중국 현지의 해외연수를 실시했다. 연수단은 항주와 소주, 상해와 북경등 중국 경제발전과 성장의 현장을 지나 연변으로 이동, 4박5일간 조선족 사회와 선교상황을 점검했다. 연수단은 특히 연변지역을 둘러보며 현지 목회와 교역자, 종교당국자와 만나 선교적 상황과 과제를 점검했다. 일부 한국교회 선교사들의 옳지 않은 선교행태를 전해 들으며 향후의 협력선교의 방향과 지원시스템 구축에 대한 의견을 교환했다. 이에 한국기독교신문협회 중국연수단은 2회에 걸쳐 기사를 게재키로 하고, 그 첫 회로 ‘조선족 선교의 실정을 진단한다’를 소개한다. 다음 회에는 ‘조선족 선교 현장 르포’를 싣는다.

중국 길림성, 흑룡강성, 요녕성 등 동북3성에 산재한 조선족의 인구는 총 2백만명에 달하는 것으로 조사되고 있다. 구한말 선조들이 이 지역에 대거 이주, 황무지를 개간하기 시작한 이래 1백여년 동안 부침을 거듭하며 우리 민족의 전통과 정체성을 이어오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중국 공민이면서 한민족인 ‘조선족’은 고향인 한국 땅에도 마음대로 드나들지 못하며 ‘정체성의 혼란’을 겪고 있기도 하다.

중국 조선족자치주에는 총 222개의 교회가 있는 것으로 집계되고 있다. 이 교회는 조선족자치주 종교국의 공식 통계에 의한 것으로 1백여개로 추산되는 처소교회는 제외한 수치다. 또한 공식 교회와 처소교회 외에 수많은 종교활동장이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 종교활동장은 종교활동과 경제활동이 결합된 형태로, 한국의 선교사들과 밀접한 관련이 있다는 후문이다.

조선족자치주의 기독교인은 공식적으로 3만7천명인 것으로 알려져 있으나 현지 전문가들은 이보다 많은 5만명에 달하는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불교 인구 비율이 중국 전체 인구의 10%에 달하는 1억여명에 달한다는 전언이다. 하지만 기독교가 차지하는 비율은 이 보다 훨씬 적지만 그 성장세는 가히 놀랄만 하다는 것이 현지 관계자들의 한결같은 분석이다. 지난해 통계에 의하면 기독교의 인구는 1천2백만명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이 숫자를 액면 그대로 받아들이기는 쉽지 않다. 왜냐하면 이 지역의 기독교인들의 종교성향이 독특하기 때문이다. 조선족자치주 종교국의 한 관계자는 “기독교인들의 신앙 연륜이 깊지 못해 교회출석을 했다가 지도자가 떠나거나 상황이 변하면 교회를 등지는 경우가 비일비재하다”며 “심지어 경제적 이해관계에 따른 교인 이동이 심한 모습을 보이기도 한다”고 말했다.

2백여개의 교회를 담당하는 중국 조선족자치주의 목회자는 공식적으로 9명이다. 9명의 목회자가 2백여개의 교회를 관리, 감독하고 복음을 온전히 전파하기에는 근본적으로 불가능할 수밖에 없다. 그나마 이 숫자도 최근 몇 년 사이 몇 배 늘어난 수치이다. 지난해만 해도 중국 조선족자치주 교회의 목회자는 3명에 불과했다.

신학생 후보자를 배출하는 동북신학교의 역사가 깊지 않고 지망자의 수가 적어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는 교회를 감당하지 못한다는 현실을 감안한다 해도 이 숫자는 언뜻 이해를 할 수 없다는 것이 일반적인 지적이다. 적어도 1990년대 초반 이후부터 종교적 영역이 확대됐다는 점을 감안한다면 말이다. 이에 대해 일부에서는 기성 교회 조직의 ‘기득권’ 때문이라는 비판을 들이대고 있기도 하다.

훈련되고 교육된 목회자들이 적다는 사실은 역으로 일반 처소교회 및 종교활동장의 종교지도자들의 질 낮은 행태와 직결된다. 일부 교회에서는 신학교육도 받지 못한 이들이 설교 등 종교지도자 행세를 하며 잘못된 종교 교육을 시키거나 기독교와 거리가 먼 모습을 드러낸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대다수의 교회들이 정통기독교 교리와 직제를 갖추고 있지만 일부에서 나타나는 이러한 부정적 모습은 결국 ‘신학교육과 훈련의 부재’에 기인한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더 큰 문제는 조선족 선교에 대한 한국교회의 일부 잘못된 선교행태다. 조선족교회의 성장과 발전은 전적으로 한국교회에 힘입은 바 크다고 현지 관계자들은 이구동성으로 입을 모은다. 그러나 일부 한국 선교사들의 잘못된 선교 활동으로 인해 현지 동포들에게 좋지 않은 이미지를 심어주고 있다는 지적이다. 한 마디로 ‘좋은 일하고 뺨맞는 격’이다.

길림성 왕청현에서 목회하고 있는 K전도사의 말 속에 이러한 점이 함축돼 나타난다. “한국교회는 조선족자치주에 실로 많은 선교적 지원을 했고, 그 결과 많은 교회가 세워지고 불신자들이 예수그리스도를 믿는 놀라운 역사를 체험하고 있다. 이는 분명 한국교회의 업적이고 앞으로도 지속돼야 할 선교적 사명이라고 본다. 하지만 그에 못지 않게 한국교회의 부정적 선교 모습이 그대로 이식되는 결과도 초래했다. 극심한 교파주의, 경쟁적 선교로 인한 무자격 지도자의 난립, 경제이익을 앞세운 선교 등이 나타나고 있는 것이다. 이것의 극복이 앞으로의 조선족선교의 과제라고 생각한다”

한국의 대중국선교, 즉 조선족 선교는 한중수교가 이뤄진 1990년대 초반 이후 본격화 됐다. 1980년대 말경부터 간헐적으로 이루어지던 선교가 수교 이후 물밀 듯이 밀려든 것이다. 이로 인해 중국 조선족자치주에는 현재와 같은 대성장이 이루어졌지만, 무자격 선교사도 대거 중국땅에서 활동하면서 기독교의 이미지를 실추시키는 결과를 초래했다는 지적이다. ‘사업선교’라는 미명하에 선교는 뒷전이고 자신들의 실속 챙기기에 여념이 없는 선교사들이 있는가 하면, 조선족들을 대상으로 사기를 쳐 사회적 물의를 빚기도 했다.

또한 교파교회를 세울 수 없음에도 국내 교파를 이식하려는 태도를 보이고, 심지어 교회공동체를 파괴하면서까지 자파 확대를 꾀하는 모습을 드러내고 있다는 비판을 사고 있다. 이는 중국선교를 지원하는 국내 선교단체나 교단, 그리고 교회의 지원을 위한 ‘성과주의’에 따른 결과로 분석된다.

조선족교회의 한 교역자는 “급격한 발전을 구가하던 우리 교회가 시험에 들게 된 것은 한국에서 파송됐다는 선교사에 의해서이다”라고 운을 떼고 “교파적 관점에 따른 자신들의 교리가 진리라고 교인들을 선동, 교회의 내분이 생겼는데, 이는 중국 현지 실정에 맞지 않는 불합리한 선교 형태다”고 비난했다.

중국기독교 교회규정은 1984년 이후, 20여 개 성(자치구, 직할시 포함) 즉 기독교 양회에 자치적 교회규정제도를 시험 제정하고 1996년 12월 양회 상무위원회에서 통과됐다. 중국기독교 각지교회 시행규정제도를 통해 지역교회에 적합한 교회규정을 확립한 가운데 오늘날 중국교회의 실제상황에 비추어 특색을 갖췄다.

교회, 신도, 성직 및 예배당과 예배처소에 따른 조직관리를 구분하지만, 교회의 현실 및 교파와 배경상황과 실시세칙에 근거해 효율적인 운영추세를 보인다. 중국식 사고로 본 이념과 정치구조로 인해 교회는 성경의 가르침에 따르는 영적 단체지만 사회단체라는 전제아래, 국가의 헌법 및 법률과 규정에 속하는 이중성을 띠고 있다. 자치·자전·자양의 원칙에 의거해 교회기구의 지도 및 삼자애국조직의 지지아래 준수이행 과정을 면밀히 담당 공무원이 관리하고 있다.

대륙의 중국기독교를 단적으로 말하기는 어려운 게 사실이다. 비로소 중국선교의 현황에 대한 문제의식을 갖는 한국교회에서 알고 있는 중국교회와 현지 상황엔 큰 폭의 차이가 있다는 사실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첫째 중국현지에 목사가 턱없이 부족하다는 것인데 중국에서 목사가 되려면, 중국 국적을 가진 자로 정부승인 신학교 졸업자, 2년 이상 시무경력 확인서, 시무교회 호구확인, 지역 내 목사추천서 및 양회 추천과 종교국을 거쳐 성의 인준을 받아야 목사 인준서가 발급된다. 중국교회의 생명력은 신자들보다 지도자들에게 달려있다는 지적에서 문제의 심각성이 대두된다.

즉, 지도자 배출이 시급하지만, 실제 기득권을 쥐고 있는 담임자와 관련된 종교담당자 간의 틈새에 있다는 점이다. 대부분 검증된 지도자 양육의 근간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을 뿐만 아니라 세속화로 전락하거나 생업으로 바뀌는 현상이다.

초대교회의 맥락을 이어준다는 거창한 한국교회의 중국선교 진출은 무작위 물질공세로 이미 전시효과에 치우친 선교사들의 전략을 고스란히 전수 받아버린 일명 입맛 맞추기에 머물러 있다. 더욱이 위기감으로 인한 제 살에 흠집 내는 경우는 신학생이 졸업 후 돌아와도 사역을 주지 않거나 단순 심방과 행정만 지시하는 경우다.

둘째 수천이 넘는 중국교회 실정 보고는 수박 겉핥기라는 사실을 인정해야 한다. 광범위한 자료와 연구 미비에 따른 당연한 현상이며 중국교회의 성장의 수훈자인 선교사들이지만, 감동적인 보고를 위한 선교보고로 인한 격차 때문이다. 정작 사실을 보고하면 무능하거나 불성실하다고 보는 한국교회의 성급함이 부른 결과이기도 하다.

셋째 중국교회 스스로 시장경제 전환에 따른 전임 사역자들을 배출해야 하지만 평신도 사역자들로 메꾸거나 답보하는 정도다. 중국교회는 전임 사역자의 사례비 수급을 등한시하거나 불신앙으로 간주하는 경향이 있어서 사역자의 현실안주 현상과 해외 교회 및 후원 의지에 따른 지도력과 영성 약화를 불러옴으로 교회의 권위를 상실하고 있다.

넷째 일부 선교사들의 부정비리와 성직타락 사건으로 추방된 사례가 전도의 걸림돌이라며 Y시 종교담당자와 현지 전도원은 밝혔다. 부끄러운 모습으로 신뢰회복이 어렵다보니 계속적인 금품 및 향락제공까지 마다하지 않는 경우로 실망한 교인들이 떠나는 경우다. 유력한 정보에 의하면 가끔 한국교회 소식과 정보수집을 위해 중국 공안원이 방한하는데, 중국선교가 마치 첩보영화에 나오는 것처럼 감시·도청·미행하는 경우로 알려져 있어 무척 충격적이며 기독교인들을 핍박, 학살한다고 생각하는 것은 언어도단이며 대형집회보고를 정식절차에 따를 경우 조서를 받는 경우조차 없다고 주장했다.

결론적으로 다가오는 북경 올림픽 준비로 외국인들을 배려한 예배처소 확보가 불가피한 중국은 한국교회의 투자 기대치로 상당부분 집회까지 허용하는 분위기다. 중국에 적합한 목회모델의 대안책 강구는 비단 한국교회만의 문제가 아니라 세계 나라가 안고 있는 과제다.

기독교신문협회 중국연수단 공동취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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