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월절을 넘어 출애굽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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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월절을 넘어 출애굽으로
  • 조성돈 교수
  • 승인 2019.01.03 15: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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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성돈 교수/실천신학대학원대학교

2018년을 지나며 문득 떠오른 생각은 유월절이었다. 출애굽 직전 마지막 재앙이 닥치던 그날 밤, 문설주에 어린양의 피를 바른 집은 넘어갔다는 것이다. 하나님은 친히 그 날을 기억하라며 유월절을 정해 주셨다. 그리고 후손들이 물으면 이렇게 대답하라고 친절히 가르쳐 주셨다. ‘이는 유월절 제사라 여호와께서 애굽 사람에게 재앙을 내리실 때에 애굽에 있는 이스라엘 자손의 집을 넘으사 우리의 집을 구원하셨느니라 하라’(출12:27)

이 말씀에 의지해서 이스라엘 사람들은 그 밤을 두려움으로 보냈을 것이다. 하나님의 말씀을 의지하여 문설주에 어린양의 피를 발랐지만 정말 자신들은 구원 받을 수 있을지 두려웠을 것이다. 다른 이집트인들의 집에서 애통하는 소리가 울려 퍼질 때 자신들의 집은 무사할지 두려웠을 것이다. 이 심판의 밤에 자신들만 구원 받을 수 있을지 두려웠을 것이다. 그래서 그 밤이 지샐 때까지 그들은 두려움으로 기도했을 것이다.

2018년은 정말 두려움으로 보냈다. 사회는 잘 되는 듯, 안 되는 듯, 항상 위태로웠다. 경제가 이렇게까지 어려운 적이 없었던 것 같다는 이야기도 들었다. 자영업자들이 못 버티고 줄줄이 무너지는 것을 직접 목격하기도 했다. 정치는 청룡열차였다. 중간에 지방자치단체 선거도 있었지만 결국 정당들이 또 이합집산을 했다. 거기에 무엇이 진실인지 알 수 없었던 거짓뉴스들이 판을 쳤다. 심지어 정치판에서 온라인 브로커 노릇을 하던 드루킹이라는 인물은 하루하루 다른 이야기들로 정치판과 국민들을 가지고 놀았다. 거기에 놀아난 언론에 의해서 이야기들은 증폭 됐고, 끝내는 참신한 진보정치인은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또 학교는 쉼없이 폭력의 소식들을 전해 왔다. 많은 아이들이 학교 내의 폭력을 못 견디고 건물 옥상에서 뛰어 내렸다. 10대의 아직 어린 아이들이 서로를 죽기까지 괴롭혀서 죽음으로 내몰고, 심지어 죽이기까지 했다. 그런데 이 사회는 아직도 놀라기만 할 뿐 무엇을 고칠 생각을 안 한다.

한국교회는 어떤가. 이단이 넘치게 나타나고 있다. 교회마다 이 이단들의 활동에 주눅이 들었다. 교회의 지도자들이 보수정치집회에 교인들을 선동해서 나타난다. 증오와 분노를 뿜어내는 모습을 보면 이 세상이 교회를 어떻게 볼까 걱정이 앞선다. 그 자리에서 교회 지도자들은 사회가 인정할 수 없는 정치선동가들과 이단지도자들과 함께 선다. 심지어 그런 모습이 교회로 이어지니 젊은 성도들은 말없이 교회에서 사라지고 있다. 그 속도가 너무 빨라 깜짝깜짝 놀랄 때가 많다.

책상에 앉아서 생각나는 대로 적어 보았지만 너무나도 두려운 일들이 많았다. 그래도 한 해를 무사히 보냈다고 생각하니 ‘유월절’이 생각난 것이다. 그 재앙이 문설주에 어린양의 피를 바른 하나님의 백성들만 피해갔다는 것이다. 그들은 이방민족 가운데 있었지만 우리는 남이 아닌 같은 나라, 같은 사회 안에 있는데 이게 복인지는 모르겠다. 하지만 이렇게 지나고 나니 감사가 생각난다.

2019년은 어떨까. 역시 생존자의 모드로 살아야 하는 것일까. 우리가 저들과 같지 않음을 감사하면서 살아야 하는 것일까. 정말 기도하는 것은 유월절을 넘어서 이제 홍해 바다를 건너 출애굽의 역사가 일어나는 것이다.

새해에는 무엇보다 이 땅에 하나님의 평화가 임하기를 바란다. 북한의 핵이 무너지고 한반도와 세계에 평화가 임하기를 바란다. 하나님의 창조질서가 회복되고 증오와 분노가 사라져 우리가 서로를 향해 사랑과 평화를 빌 수 있기를 바란다. 남과 북만 아니라 대한민국 안에서 갈라지고 싸우며 서로를 향해 저주를 퍼부어 대는 이들이 평화를 되찾을 수 있기를 바란다. 더불어 살고 서로가 서로에게 은혜가 되고 축복이 되기를 바란다. 이 땅에 모든 이들이 인간답게 살 수 있는 경제적인 토대를 마련할 수 있고, 서로에게 은혜를 베풀 수 있는 희년의 축복이 임하기를 바란다. 우리 아이들이 더 이상 절망하지 않고, 분노를 서로에게 퍼부으며 공격을 퍼붓지 않기를 바란다. 학교가 짐승들의 정글이 아니라 형제와 자매의 아름다운 교제가 일어나는 낙원이 되기를 바란다.

나는 2019년 첫 날 두려움으로 이런 출애굽의 기적이 일어나기를 기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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