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시 내가 생각한 대로네. (Just as I exp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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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시 내가 생각한 대로네. (Just as I expected.)
  • 정석준 목사
  • 승인 2017.03.14 2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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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석준의 시사영어 21

“얼른 일어나라, 학교 늦겠다.” 하루는 어머니의 이런 잔소리들로부터 시작됐다. 소천하시기 전까지 오히려 이 같은 채근들 속에 나는 성장했고 세월이 지나는 줄 알았다. 그리고 아버지는 새벽같이 논에 나가시고 아랑곳없이 당신 농사일에만 매달리시다가 저녁에나 들어오셨다.

이 또한 어른이 되어서도 버릴 수 없는 내 생활 습관의 한 부분으로 자릴 잡았다. 달라질 것이, 달라진 것이 별로 없는 새해가 훌쩍 열흘이 지났다. 가슴이 저미도록 아프고 오늘이 달라진 것처럼 보이는 것은 유독 그분들이 이 세상에 계시지 않는다는 사실뿐이다. 

신년벽두에 쏟아지는 ‘사자성어’들을 종합해 보면 한결같이 ‘어려움을 극복하고 새로운 희망을 갖자’는데 모아진다. 그러면서 무엇인가 달라질 것을 소망해 본다. 그러나 어쩔 수 없는 미래의 답을 우리는 갖고 있다. 사람의 긍정적 변화는 철저한 부정적 자기 죽음을 통해 나오기 때문이다.

옛날의 내가 죽지 않은 상태에서 희망한 모든 변화는 결국 “내가 알고 있던 대로야. I knew it, 벌써 알고 있었어. I knew it already. 역시 그랬구나. (생각한 대로네.) Just as I expected.”라는 식으로 결론난다. 변화해 보려는 몸부림이 없이, 철저한 수고로움과 희생이 없이 갖는 모든 꿈은 그저 꿈일 뿐이다. (Without any sacrifice, dream is a just dream.)

자꾸 헛소리를 하고, ‘정신착란’ 증세가 나타나는 것을 영어로 ‘delirium’이라 한다. 우리말로는 듣기만 해도 굉장히 섬뜩한 말인데, 라틴어의 어원을 보면 희한하게도 ‘밭고랑 (furrow)’에서 유래가 됐다. 쟁기질을 하며 밭고랑을 이탈하지 않는 온전한 상태에서 그들은 사람의 일그러지지 않은 인격의 온전함을 표시하고 싶어 했다.(The word delirium is taken from the Latin root “delirare” which literally means to leave the furrow while plowing.)

듣기는 그럴 듯해도 온통 거짓말이고, 인정  받을 수 없는 헛소리가 계속된다면, 그는 이미 쟁기를 잡고 밭고랑을 이탈한 사람이다. 
육십 평생에 “땀을 흘리고 번 돈에서 행복이 온다”는 말은 우리 아버지로부터 물려받은 귀중한 자산이다. 다스려지지 않은 욕망의 끝에서 출발된 것은 그 어떤 명분으로도 변명할 수 없는 패망의 마침이 된다.

꿈을 갖는 것만큼, 내가 버려야 할 것들을 찾는 것이 중요하다. 기어이 들추어내 회개의 장으로 끌어와야 한다. “지금이야말로 내가 변화될 수 있는 가장 좋은 기회” 인줄 아는 것이 신년의 지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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