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전히 주목받는 일부 목회자의 '세속경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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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전히 주목받는 일부 목회자의 '세속경영'
  • 승인 2003.11.02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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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이 낳은 세계적인 사회학자 막스 베버(Max Weber)는 자본주의와 기독교윤리를 연결지어 그 불가분의 관계를 강조했었다. 막스 베버의 이같은 논점은 16세기 유럽에서 시작되어 영국과 미국 등지로 퍼져나가 마침내 기독교라는 이름으로 세상에 정착하게 된 배후에 ‘신흥소시민층’이 있음을 염두에 둔 지적이다.

중세말 유럽은 가내수공업을 넘어 크지는 않았지만 분업화된 작업장이 점차 늘어나 생필품은 이제 대량생산을 눈앞에 둘 정도로 풍족하게 됐는데 이같은 사회적인 변화를 일으킨 주인공들이 바로 신흥소시민(프띠 부르조아)이었다.

장원제도를 통해 봉건영주와 함께 한 시대를 풍미했던 가톨릭은, 중세 봉건시대의 부패를 가속시킨 온상으로 이제 역사의 뒤안길로 숨지 않을 수 없게 됐다.

즉, 기독교는 종교개혁 당시 부상했던 신흥 소시민층의 열렬한 지원을 받아 가톨릭의 재원이었던 장원제도의 붕괴를 가속, 새로운 체제인 자본주의를 태동시키는 이념적인 구심력을 제공했다고 사회학자들은 평하고 있다.

여기서 막스 베버의 이론을 재론하는 것은, 21세기를 사는 한국기독교의 갱신방향을 모색하는데 막스 베버의 관점이 또 한번 허용될 것 같은 예측 때문이다. 그의 관점을 적용하면 최근 드러나는 교회의 부도덕 비윤리 현장이 사회와 별개로 일어나는 ‘독립된 범죄’가 아니라그동안 숨겨진 자본주의의 숨겨진 모순들이 사회 각 분야에서 속속 드러나는 하나의 사례라는 것이 증명된다.

이 말은 갱신의 대상인 목회자와 신앙인 그리고 교회제도 등 일련의 기독교군(群)의 새로운 변화는 궁극적으로 사회인 영향을 동반할 수밖에 없음을 암시한다.

지난해 히딩크 신드롬이 낳은 ‘새로운 리더십’은 교회적으로는 단 한가지 ‘탁월한 경영’으로 미화되고 있어 우려를 자아내게 하고 있다. 교회의 목회자는 이제 교회를 성장시키고 성도들에게 무엇인지 모를 삶의 필요를 충족시켜야 하는 기능인으로서 새롭게 해석되고 있다.

유감스럽게도 성도들의 개인 삶을 돌아보기 위해 진행되는 소그룹목회 원리가 교회 지도자의 경영실적주의 때문에 성장을 위한 수단으로 전락하고 있다는 점을 또 다시 거론하지 않을 수 없다는 점이다.

양육과 비전을 원칙으로 이루어지는 소그룹(셀)목회는 사실 목회자 개인으로는 감당할 수 없을 정도로 성도수가 많을 경우 취해지는 목회프로그램 중 하나인데, 현실은 성공목회의 확실한 보증수표로 통용되고 있다.

경영인으로 인식되는 오늘날 성직자에 대한 이해는, 전적으로 교단배가성장을 운동이라는 명칭까지 부여해가며 교단산하 회원교회들에게 참여를 촉구해온 ‘교단의 경쟁주의 산물’이다. 정책적인 교단의 배가운동으로 목회자들은 교회성장에 매달리게 되고 결국 성장에 필요한 갖가지 투자를 고려하게 된다는 결론이다.

최근 부동산 투기열풍이 계속되는 가운데 일부 목회자들은 자금을 공동으로 모아 목돈을 만들어 부동산에 투자, 단기차액을 노리는 행태가 적지 않다는 전언이다. 성도 한사람 한사람을 양육하며 그들로 인해 성도수가 늘어나는 전통적인 전도법은 이제 고도화돼 가는 교회성장비법 앞에서는 골동품 외에 다름 아니다.

순진한 목회자는 단기차액이란 말에 솔깃해서 없는 돈까지 끌어다가 투자하는 바람에 가뜩이나 어렵던 생활이 더 어려워졌다고 한다.

교단이 정책적으로 실시하는 배가운동은, 비록 하나님나라 확장운동이라는 대의명분 아래 진행되는 것임에도 현실 목회현장은 성직자를 경영인으로 인식하게 만들만큼 적지않은 역기능을 표출하고 있는 것이다.

감리교단의 지도자면서 한국기독교를 이끌고 있는 김홍도목사가 공금횡령과 업무상배임 혐의로 최근 구속된 것은 여러 해석에도 불구하고 ‘경영인 김홍도’의 실상을 보여주었다는 점에서 시사하는 바가 크다.

기독교계는 “모든 목회자들이 자유롭지 못할 것”이란 말이 나돌 정도로 김목사 구속사건을 ‘내 문제’로 인식하며 촉각을 곤두세웠던 것으로 알려졌다.

김목사 구속은 사회적으로 ‘현행법을 어긴 성직자’로 비춰진 가슴아픈 사건일지라도 다른 측면으로 볼 때 교회경영인 김홍도목사 구속으로 해석할 수 있다.

대형화되는 교회규모를 전제할 때 전문경영인은 꼭 필요한 존재이며 경영상 부득불 현행법을 어겨야 한다면 어길 수도 있는 상황이 도래한 것이다.

교회규모는 단순히 사이즈가 늘어난 것에서 끝나지 않는다. 건축에서 발생하는 자재구입과 노동력 동원 그리고 하청업체 선정 등 일반기업의 그것과 똑같은 일들이 바로 교회라는 울타리 안에서 벌어지는 것이다.

세금을 내야하고 기하급수적인 숫자가 씌여진 장부가 결제되고 고액사례를 받는 고급인력부터 하루 필요한 돈만을 타야하는 잡부에 이르기까지 교회는 이제 기업운영 기법을 동원해야할 처지다.

이같은 시대변화를 예감해서인지 최근 목회분위기는 전문교역자 탐색이 그 어느 때보다 치열하다. 과거에는 1종 자동차면허 소지자 우대가 고작이었지만 이제는 컴퓨터기능 숙달자와 멀티미디어 전문가 및 전문기관에서 훈련받은 사람을 골라 선택하는 상황으로 크게 바뀌고 있다. 그러다 보니 성직자로서 갖춰야할 영성훈련은 상대적으로 약해질 수밖에 없다는 지적이다.

설교도 스피치훈련의 하나로 여기며 발성과 음의 높낮이라는 공식에 따라 입력시키는 한편 설교문 역시 전문적으로 작성해 주는 기관의 도움을 받아가며 변화하는 시대에 적응하느라 야단들이다. 영성이 깃든 신개념의 목회운영법은 과연 없는 것일까.

두레공동체 김진홍목사는 이런 맥락에서 “혼을 잃어버린 자본주의를 천민자본주의라고 했던 막스 베버의 주장에 동의한다”고 밝힌다.

투명한 자본주의 경영원리를 교회가 외면할 때 교회 역시 현재 우리사회가 그런 것처럼 부패를 피할 수 없을 것이란 말이다. 목회자가 경영인으로 머물 때는 부패하지만 성경적인 경영원리를 적용하는 경영인은 성직자로 기억될 수 있음을 시사한다고 하겠다.

윤영호차장(yyho@uc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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