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심적 병역거부’와 관련해 법원이 또 다시 무죄판결을 내렸다. 헌법재판소의 ‘위헌법률’ 판결을 앞두고 있는 가운데 1년 사이 9차례나 무죄선고가 내려지면서, 우려의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헌법재판소는 이미 2004년과 2011년 두 차례에 걸쳐 현행 병역법 제88조에 현역 입영 또는 소집통지서를 받고 정당한 사유없이 불응하면 3년 이하 징역형에 처하도록 한 규정에 대해 합헌 결정을 내린 바 있다.
그러나 지난 11일 청주지방법원 이형결 판사는 종교적 신념을 이유로 입영을 거부해 불구속 기소된 ‘여호와의 증인’ 신도 장 모 씨에 대해 무죄를 선고했다.
법원은 “사회봉사나 대체복무 등 기본권을 침해하지 않고도 국가에 기여할 방법이 있다. 정부가 대안을 마련하지 않고 형법적 처벌만 하는 것은 부당하다”고 판시했다.
또 “징병제를 채택하고 있는 해외국가들이 대체복무제를 통해 병역의무 이행 형평성 문제를 효과적으로 해결할 수 있고, 유엔 인권이사회도 대체복무제 도입을 권고하고 있다”면서 이를 통해 양심적 병역거부로 인한 갈등을 충분히 해소할 수 있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한국교회연합은 논평을 발표하고 “입영을 거부한 ‘여호와의 증인’ 신도에 대해 무죄판결을 내린 것은 국민의 신성한 의무인 국방의 의무에 대한 가치를 스스로 허물어버린 매우 위험한 판결”이라고 규정했다.
한교연은 “‘여호와의 증인 신도는 전쟁 준비를 위해 총을 들 수 없다는 종교적 양심에 따라 입영을 거부했으며 헌법상 양심의 자유에 근거한 병역거부권 행사라고 주장하고 있으나, 남북이 군사적으로 대치하는 상황에서 전쟁을 위해 총을 들 수 없다는 논리는 종교를 빙자한 명백한 병역회피”라고 비판했다.
특히 한교연은 “북한에서는 종교행위를 하다 발각될 경우 공개처형되는 사실을 모르냐”고 반문하서 “현실을 망각하고 종교적 양심을 운운하는 것은 국가의 존립을 위태롭게 하는 반종교적, 반양심적 행위에 불과하다”고 주장했다.
한편, 헌법재판소 판결에 근거해 상급심에서 판결이 유지되기는 쉽지 않지만 최근 잇따라 1심 법원에서 무죄판결이 나오면서 양심적 병역거부를 허용돼야 한다는 분위기가 과거보다 늘고 있다.
최근에는 지난 6월 인천지법 부천지원에서 ‘여호와의 증인’ 신자 2명에게 무죄가 선고됐으며, 지난해 5~6월 광주지법에서 4명, 8월 수원지법에서 2명이 무죄판결을 받았다. 2006년 이후 종교적 이유로 병역을 거부한 사람은 5천 7백명이 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