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의 멍든 가슴에는 언제쯤 진정한 해방이 찾아올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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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의 멍든 가슴에는 언제쯤 진정한 해방이 찾아올까요?”
  • 정하라 기자
  • 승인 2015.08.18 15:11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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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안부 피해 할머니들의 ‘아직 끝나지 않은 이야기’

꽃으로 치면, 망울만 맺히고 아직 피지 않은 꽃봉오리와 같은 나이. 가장 어여쁜 시기에 아직 다 피지도 않은 어린 소녀들이 일본군 위안부로 끌려가 처참히 짓밟히고 말았다. 마침내 기다리고 기다리던 해방을 맞이했지만, 돌아온 고향에는 이들을 받아줄 넉넉한 어머니의 품도 없었다. 평생 수치스러운 기억을 안고 눈물로 밤을 지새웠던, 위안부 피해 할머니들의 가슴에는 언제쯤 진정한 광복이 찾아올 수 있을까.

광복 70주년을 불과 6일 앞둔 지난 9일에는 위안부 피해자 박유년 할머니(93)의 별세 소식이 들렸다. 올해만 병환으로 8명의 할머니가 숨을 거뒀다. 현재 정부에 등록된 위안부 피해 할머니 238명 중 생존자는 이제 47명. 현재 생존 할머니들의 평균 연령은 89.1세로, 이 중 90세 이상 초고령자만 19명에 달한다. 일본정부의 진정성 있는 사과가 없이는 마음 편히 눈조차 감을 수 없는 위안부 할머니들. 본인들의 아픔보다 ‘다음세대’를 생각해서라도 절대 이러한 일이 다시 있어서는 안 된다는 이들의 간절한 외침은 오늘도 계속되고 있다.

▲ 광복 70주년을 기념해 위안부 피해 할머니들을 기리는 소녀상이 지역 곳곳에 세워지고 있다. 사진은 지난 15일 충북 청주시 북문로 차없는 거리 청소년광장 옆에 세워진 소녀상의 모습.

#‘우리에게 아직 해방은 오지 않았다’

국내에서 위안부 문제가 공론화 된 것은 1991년 8월 14일, 고 김학순 할머니가 최초로 공개 증언을 통해 위안부 문제가 수면 위에 드러났다. 김 할머니의 용기있는 행동을 통해 또 다른 위안부 피해자 할머니들이 하나 둘 그동안 가슴에 묻어두었던 아픔과 상처를 꺼내기 시작했다. 그렇게 지난해까지 정부에 등록된 수는 238명.

위안부 문제에 대한 일본의 사죄를 촉구하고 있는 일본대사관 앞 ‘수요 집회’가 처음 열린 것도 직후인 92년 1월 8일이었다. 눈이 오나 비가 오나 한주도 빠지지 않고, 이어간 ‘수요집회’는 매주 세계 최장기 정기집회 기록을 갱신하고 있다.

지난 12일 일본대사관 앞에서 열린 제1191차 수요집회에 참석한 길원옥 권사(88·부천제일교회)는 “매년 많은 위안부 할머니들이 죽어가고 있는데도 불구하고, 아직까지 일본정부가 사과하지 않는 것이 통탄스럽다”며 “산 증인들이 다 죽고나면 시위가 없어질 것이라고 보는 것 같아 가슴이 답답하다”며 눈시울을 붉혔다.

또 길 권사는 “일본정부는 위안부 문제를 사죄하고 조금이라도 배상해 진정한 사과를 행해야 할 것이다. 정확한 반성이 없는 한 역사적 과오는 되풀이되는 것이다. 우리 후세대에만큼은 절대 이런 일이 있어서는 안 된다”고 힘주어 말했다.

이날 집회에는 광복 70주년과 제3차 ‘세계 위안부 기림일(8월 14일)’을 맞아 1,500여명의 시민들이 참석한 가운데 국제사회의 관심을 촉구하는 시간으로 진행됐다. 집회가 끝나고 평화나비, 희망나비 소속 청년들은 주한일본대사관 앞부터 서울광장까지 나비 피켓 행진을 벌였다. 시민들의 작은 결의와 행동을 통해 20년이 넘게 답보 상태에 머물러 있는 위안부 문제가 조속히 해결되길 바라는 희망의 날개짓이었다.

또 이들은 일본군 위안부 문제에 대한 세계시민의 관심과 일본 정부의 공식적인 사과를 요구하는 성명서를 발표했다. 성명서에는 “일본군 ‘위안부’ 범죄에 대한 국가적 책임 인정과 이에 따른 공식 사죄, 법적 배상 등 문제해결을 약속해야만 한다. 나아가 피해자들의 뜻을 담아 아시아 및 각국의 시민사회가 위안부 문제해결을 위한 아시아연대회의에서 채택하여 일본정부에 전달한 제언을 받아들여 즉각 이행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 눈이 오나 비가 오나 한주도 빠지지 않고, 일본대사관 앞에서 이어간 ‘수요집회’는 매주 세계 최장기 정기집회 기록을 갱신하고 있다.

#마르지 않는 위안부 할머니들의 ‘눈물’

위안부 할머니들의 시름은 날로 더해가고 있지만, 일본정부는 역사를 부인한 채 위안부의 ‘강제 연행’의 책임을 회피하면서 일체의 사과와 배상을 거부하고 있다. 특히 올해는 종전 70년으로 중대한 역사의 기로에서 있지만, 일본의 역사 부정과 왜곡의 반역사적 행보는 아베 총리의 재집권 이후 더욱 본격화되고 있다.

상황이 이러한 가운데 지난 14일 발표된 일본 아베 총리의 종전 70주년 담화문은 반성과 사죄는 ‘과거형’으로 표현했으며 일본군 위안부 문제에 대해서도 명시적으로 언급하지 않아 국제사회의 비판을 받고 있다.

이에 한국정신대문제대책협의회(이하 정대협) 윤미향 대표는 “일본의 식민지 지배와 침략 전쟁 과정에서 자행된 일본군 ‘위안부’ 문제를 비롯한 반인도적 범죄 행위에 대한 사실인정과 국가적 책임 인정을 찾아볼 수 없는 아베담화는 무엇을 반성할지도 모르는 알맹이 없는 반성문에 불과하다”고 지적했다.

특히 윤 대표는 “해방 70년을 맞이했다고는 하지만, 일본정부는 위안부 피해자들의 절규를 외면한 채 단 한걸음도 미래로 나아가지 못하고 있다”며, “이들의 눈물이 마르지 않은 지금, 아니 그 눈물을 멈추게 할 의지조차 없는 일본정부가 더 이상 평화를 논할 자격은 없다”고 규탄했다.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인 김복동 할머니(90)도 아베 신조 일본 총리의 전후 70년 담화를 놓고 가슴 아픈 심정을 밝혔다.

▲ 아베 담화 발표 이후 위안부 피해자 김복동 할머니는 영상을 통해 자신의 심경을 밝혔다. 사진은 페이스북 영상 캡쳐본.

15일 정대협의 페이스북에 공개된 영상에서 김복동 할머니는 “우리들은 참으로 기다리고 기다렸다. 허나 아직까지도 이번 정부에서는 우리들에 대해 한마디도 없으니 너무나 가슴이 아프고 말이 안 나온다”며 “일본 왕이 일왕 역시 과거 2차 대전을 미안하다고 했지 어린 소녀들을 끌고 가서 희생시켜 미안하다는 말은 아직까지 입 밖에 내지 않았는데 사죄를 했다고 하니 너무 답답한 마음”이라고 전했다.

한국정부를 향해서도 “우리 정부도 일본과 화합하려면, 과거의 역사를 깨끗이 해야 서로가 화합이 되는 것이지 과거 역사를 그대로 묻어두는 것은 말이 안 된다. 일본이 잘못한 것을 인정할 때까지 우리 정부와 국민 여러분들이 힘을 모아달라”고 요청했다.

특히 지난 17일에는 중국 국가 당안국(기록보관소)이 1940년대 일본이 한국 여성 2천여 명을 위안부로 강제징용했다는 내용을 담은 문건을 공개해 큰 파장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여기에는 일본군의 식량 공급이 열악해지자 위안부 여성을 살해한 뒤 인육을 먹었다는 충격적인 내용까지 포함됐다.

일제강점기 일본의 끔찍한 만행은 곳곳에서 드러나고 있지만, 일본정부는 끝까지 침묵으로 일관하고 있다. 위안부 피해 할머니들의 눈물 앞에 교회가 “우는 자와 함께 울라(롬12:15)”는 말씀을 되새기며, 이들을 위로하고 진정한 광복과 통일을 위해 더욱 연대해야 할 시점에 놓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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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진태 2015-08-19 06:04:36
하나님의 일만 생각하고 기도하고 전도하라.. 사람의 일을 생각하는 너희는 마귀의 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