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독교문화재 소실 … ‘개발과 경제적 논리’ 반성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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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독교문화재 소실 … ‘개발과 경제적 논리’ 반성해야”
  • 정하라 기자
  • 승인 2015.07.13 11:3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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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독교 문화유산 보존 이대로 괜찮을까?

역사를 바르게 기록하고 유물을 보존하는 일은 매우 중요하다. 인간의 역사는 기록과 문화재로 남아서 계승하고 발전하게 되지만, 문화재를 남기지 않으면 역사적 사실은 망각되고 왜곡될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일본의 역사 왜곡 문제가 심화되는 상황에서 역사적 사료의 가치는 더욱 증대되고 있다. 지난 5일 열린 제39차 유네스코 세계유산위원회 회의에서는 일본이
근대산업화의 상징으로 이름을 올린 23개의 산업시설이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돼 큰 충격을 주었다.

이 중에는 나가사키 조선소, 하시마(일명 ‘군함도’) 탄광 등 조선인 수만 명이 강제 노동한 현장 7곳이 포함됐다. 수많은 조선인들이 하루 종일 깊은 탄광에서 석탄을 캐며 가혹한 노동 착취와 인권 유린에 시달린 지옥의 섬이 세계적으로 널리 알리고 보존해야 할 관광지가 된 것이다. 

아니나 다를까 등재 과정에서 조선인 강제징용을 인정했던 일본은 후에 입장을 바꿔 이를 부인하고 있는 상황이다. 그러나 일본의 명백한 역사 왜곡 앞에 분노할 수만은 없는 것은 과연 우리는 스스로 우리의 문화유산을 얼마나 잘 지켜내고 있는지에 대한 물음 때문이다.

#‘기독교 문화재’ 가치 평가절하 돼

박명수 교수(서울신대 현대기독교역사연구소장)는 “모든 역사에는 명암이 있는데, 이를 이용해 명백한 역사적 사실을 은폐하려 해서는 안 된다”며 “일본은 근대화 과정에서 발전뿐만이 아니라, 일제강점기 탄압의 역사도 낱낱이 공개해야 한다”며 일본의 역사 왜곡 문제를 지적했다.

또한 그는 우리나라의 역사 인식에 대해서도 “그동안 일본은 23개 산업시설을 근대화의 업적으로 인정받기 위해 치밀한 노력을 기울여왔다. 이 점에서 우리나라도 우리의 근대문화유산을 얼마나 보존하고 관심을 갖고 있는지에 대한 반성도 필요하다”고 역설했다.

특히 근대문화유산의 가치 평가절하를 주된 문제로 거론했다. 박 교수는 “우리나라는 전통문화재에 비해 근대문화유산의 가치에 대한 자부심이 없다. 그로인해 130여년의 역사를 가진 한국기독교의 문화재들이 제대로 보존되지 못하고 있다”고 밝혔다.

불교의 사찰이나 유교의 향교는 잘 보존되어오고 있지만, 전통문화재가 아닌 근대문화재에 속하는 ‘기독교문화재’는 상대적인 관심에서 멀어져 왔던 것이다. 대표적으로는 1920년대 조성된 ‘지리산 노고단 선교 유적’과 ‘왕시루봉’이 있다.

한국 근대화에 기여한 선교사들의 피난처로써 역사·문화·선교사적 가치가 높은 곳이지만, 환경을 훼손한다는 이유로 근대문화재 등록에 큰 어려움을 겪고 있다. 올해 초에도 문화재청 근대문화재심의위원회에 안건이 상정됐지만 문화재 지정은 보류됐다. 지난해에는 서울시의 성곽복원사업을 위해 120년 역사와 전통을 가진 ‘동대문교회’가 철거되기도 했다.

#한국교회 ‘개발과 경제적 논리’ 성찰 있어야

올해 문화재청에 등록된 한국의 문화재 1만2천319건 중에 국가가 지정한 기독교 등록문화재는 사적 2곳(정동교회, 대한성공회 강화성당)이고 등록문화재 23곳으로 총 25곳에 불과하다. 그러나 우리나라 근대문화유산으로도 손색이 없는 기독교문화유산이 1,500여 곳에 이른다는 진단이 나왔다.

(사)한국기독교문화유산보존협회(이하 한기문) 임영근 사무총장은 “현재 설립된 지 100년 이상 된 교회 예배당만 1300여개, 선교단체의 문화유산은 200여개”라며, “중앙정부에 등록이 가능한 한국기독교 근대문화유산이 1500여 곳이 넘지만 이를 제대로 홍보하지 못하고 있다”고 전했다. 기독교문화재를 보호를 위해 기독교 내부에서도 이에 대한 체계적인 접근을 하지 못해왔다는 것.

특히 옛날의 건물을 헐어버리고 새로운 건물을 짓는 교회의 건축 문화는 기독교문화재 보존의 치명적 약점으로 작용하고 있다. 이은선 교수(안양대 기독교문화학과)는 “기독교문화재는 기독교 신앙의 유산이면서 근대화 통로로 큰 역할을 했지만, 재건축 과정에서 기독교건축물이 멸실되거나 손실되는 경우가 많았다”고 지적했다.

임영근 사무총장도 “한국기독교는 130년의 역사의 고귀한 유산과 유물들을 가지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건축물에서부터 많은 성물들을 개발과 경제적 논리에 의해 허물거나 철거하는 일이 비번하게 발생해 왔다”고 말하고, “정부나 지자체에서 문화재로 지정해 관리하고자 해도 교회 당사자가 증·개축에 방해된다는 이유로 거부하는 사례도 있다”며 기독교인으로서 역사의식과 책임 부재를 문제로 지적했다.

#흩어진 기독교문화재 ‘데이터베이스’ 구축해야

장기적으로는 기독교문화유산을 국가 지정 등록문화재로 추진하기 위해 노력해야겠지만, 먼저는 자료를 수집하고 보존하는 데이터베이스를 구축하는 것이 중요하다. 교회 유산은 당국이나 일반 전문가의 접근이 쉽지 않아 교회 내에서 먼저 기본적인 목록 작성과 조사가 있어야 한다는 입장에서다.

이은선 교수는 “현재 기독교문화재와 각종 기록물들이 분산되어 있어 종합적인 ‘목록화’가 되어야 효율적인 이용이 가능할 것”이라며 “우리가 먼저 기독교문화재의 역사적, 문화사적, 교회사적 가치를 올바르게 인식해 문화재 보존에 힘써야 한다”고 말했다.

김정신 교수(단국대 건축학과)도 “기독교 문화유산의 합리적 보존과 관리를 위해서는 무엇보다 정확한 기록과 목록이 작성되어야 한다. 교계에서도 기독교역사박물관을 만들어 과거의 문화재들과 문화유산을 보존하면, 우리들의 과거와 실제를 확인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그 문화를 계승 발전시켜나갈 근거를 얻게 될 것”이라고 당부했다.

또한 그는 “우리 교회는 토착화 과정에서 신구교를 막론하고 '한옥교회'라는 독특한 건축양식을 창출한 바 있다”며 “천주교와 성공회 그리고 개신교 한옥교회당 건축을 함께 묶어 세계유산 잠정목록으로의 등재를 추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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