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한 학교 만들기에 관심 돌려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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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한 학교 만들기에 관심 돌려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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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15.04.08 13: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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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승연 박사(이화여자대학교)

학교폭력 해결이 기대한 만큼 이루어지지 않을 경우, 보통 우리는 불관용정책(zero tolerance policy)처럼 더 강력한 접근에 의존하게 된다. 이러한 불관용정책은 폭력이 용인되지 않는다는 강력한 메시지를 전달하긴 하지만 학생들에게는 그들의 이야기는 들을 필요가 없음을 전달하고, 교사들에게는 그들의 전문적 판단은 필요하지 않다는 메시지를 전달하면서 학교 구성원의 결속력을 약화시킨다. 또한 처벌과 강력한 제재를 사용하는 것은 학교 분위기를 부정적으로 만들고, 특히 불관용정책이 모두에게 일관되게 적용되지 않으면서 학생들의 반감과 공격성, 문제행동을 증가시키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가해학생에게 더 많은 제재를 가하고 다른 반사회적 또래와 함께 제한되고 고립된 환경에 배치하는 것도 오히려 반사회적 행동의 증가를 가져온다. 처벌적이고 사후반응적인 훈육방식은 다양한 문제행동을 심화시키고, 학교폭력에도 기여하는 위험요인이다.


한편, 학교 훈육문제와 관련된 800개 이상의 연구를 메타분석 했을 때 가장 효과적인 전략 중 하나는 학교 전체 시스템 차원의 행동적 개입인 것으로 나타났다. 미국 중학생들을 설문조사한 결과 괴롭힘 예방 전략으로 가장 선호된 방법은 피해자 중심의 개입이나 또래상담이 아니라 교사에 의한 철저한 학급관리로 나타났으며, 학교차원 긍정적 행동지원(schoolwide positive behavior support)이 학교심리학자들이 가장 효과적이라고 평가한 괴롭힘 예방 전략이었다. 학교차원 긍정적 행동지원은 객관적 자료 수집과 분석을 통해 학교 전체의 기대와 규칙을 개발하고 학생들에게 이러한 기대를 명확히 전달하며 바람직한 행동을 할 수 있는 기술들을 직접 가르치고 다양한 보상을 사용하여 강화하며, 규칙위반에 대한 논리적인 결과물을 마련하여 문제행동의 심각성에 맞게 위계적으로 적용하는 등 긍정적인 훈육방식을 사용하는 것으로 대표되는 포괄적인 시스템 차원의 전략이다. 학교차원 긍정적 행동지원은 문제행동이 매우 심각한 소수의 학생에게 집중하면서 모두가 소진되는 것 보다는 모든 학생들을 대상으로 문제행동을 사전에 예방하고 긍정적인 학교 환경을 만드는 것이 더 효율적이라는 사실을 강조하며, 학교환경의 변화를 위해 장기간에 걸쳐 상당한 노력을 기울인다. 학교차원 긍정적 행동지원은 실제로 반사회적 행동, 기물파괴, 공격성을 감소시키는 것으로 보고되고 있다. 학교차원 긍정적 행동지원의 효과성은 처벌이나 제재에 의존하지 않고 학생으로 하여금 바람직한 행동을 할 동기를 살려주는 긍정적 접근 방식이 학생과 교사의 긍정적 관계, 학교라는 사회기관에 대한 학생의 유대를 살려냄으로써 보다 친사회적인 가치관과 태도를 형성하고, 결과적으로 자신의 지위 향상을 위해 공격성을 도구로 사용해야 할 근본적 동기를 약화시키는 것과 관련이 있을 것이다.


학교폭력을 둘러싼 집단 역동과 환경적 맥락이 변화하지 않는다면 학교폭력 피해나 가해는 큰 변화 없이 유지될 가능성이 더욱 크다. 괴롭힘의 효과적 예방과 개입을 위해서는 피해자와 가해자의 개인적 속성을 변화시키는 지시적 접근(indicated programs)도 중요하지만, 이제는 주변인들의 행동을 변화시켜 가해자가 얻고자 했던 힘과 영향력을 얻지 못하게 하는 것이 훨씬 더 효과적일 수 있다는 사실에도 주의를 기울일 필요가 있다. 학교 내 구성원들 간의 힘의 균형을 살릴 수 있도록 학생들에게 권한을 부여하고, 처벌보다는 긍정적이고 예방적인 방식으로 학생들의 행동변화를 이끌어 낼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것이 장기적 측면에서 가장 효과적인 학교폭력 예방법이 될 것이다. 공격성에 의지하지 않아도 모든 개인이 자신이 원하는 것을 얻고 의미 있게 존재할 수 있는 환경, 그런 행복한 학교 사회를 만드는 것에 우리 모두의 관심을 돌려야 할 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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