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스도의 고난과 기독교
상태바
그리스도의 고난과 기독교
  • 승인 2003.04.06 00:0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우리는 예수의 고난을 묵상하고 우리의 신앙을 점검하는 사순절을 지나고 있다. 사순절은 사순(四旬), 즉 40일로 부활주일부터 주일을 제외한 40일 간의 기간을 말한다.

이 기간은 찬란한 부활의 아침을 준비하는 기간으로 신앙의 성장과 회개를 통한 영적 준비의 시기이다. 그래서 많은 기독교인들은 이 기간을 금식과 참회의 기간으로 보낸다.

성경에서 ‘4’라는 숫자는 고난과 시련, 혹은 훈련을 의미한다.

노아 시대에 인류의 죄악으로 인해 물로써 심판을 받을 때 40일 동안 비가 내렸으며(창 7:12), 모세는 시내산에서 40일 동안 머물며 먹지도 마시지도 않고 십계명을 돌판에 새겼고(출 34:28), 하나님의 약속을 믿지 못하는 이스라엘 백성들은 40년 동안 광야를 유리하는 가운데 악을 행한 그 세대가 모두 소멸되었으며(민 32:13), 엘리야도 하나님의 산 호렙에 이르기까지 40일 동안 광야를 여행하기도 하였다(왕상 19:8).

예수님의 40일 금식, 무덤 속에서의 40시간, 부활에서 승천에 이르는 40일 등도 ‘4’라는 숫자가 상징하는 바를 보여주고 있다. 그래서 주후 325년 니케아 공의회에서는 부활절 이전에 예수님께서 십자가를 지기 위해 걸어가신 고난의 길을 기념하며 사순절 40일을 지킬 것을 공식화하게 된 것이다.

그런데 올해 전 세계는 전쟁의 공포 속에서 사순절 기간을 보내고 있다. 기독교 국가로 자처하는 최강국 미국에 의해서 이라크 공격이 자행되고 있는 것이다.

더우기 전쟁을 이끌고 있는 미국의 대통령 조지 부시는 매일 아침마다 성경을 읽고 묵상하며 기도를 드리는 신실한 성도라고 알려져 있으니 정말 아이러니한 일이 아닐 수 없다. 이는 진정한 사순절의 의미를 훼손하는 일일 뿐만 아니라 인류 구원을 위해 몸소 십자가를 지신 예수님의 뜻과도 배치되는 것이라 아니할 수 없다.

사순절의 마지막 주는 고난주간으로 지키고 있다. 십자가를 지기 전에 예수께서는 인류 구원을 위해 겟세마네 동산에서 땀이 피가 되도록 간절히 기도하셨다.

그리고 함께 기도하기 위해 올라간 제자들, 곧 베드로와 야고보, 요한에게도 “내 마음이 심히 고민하여 죽게 되었으니 너희는 여기 머물러 깨어 있으라”(막 14:34)고 당부하셨다.

그때 가룟 유다를 앞세우고 원수들이 검과 몽치를 가지고 예수를 체포하러 왔을 때 베드로가 검을 빼서 대제사장의 종을 쳐 그 귀가 떨어지게 되었다. 그 때 예수께서는 “네 검을 집에 꽂으라.

검을 가지는 자는 다 검으로 망하느니라”(마 26:52)고 말씀하셨다. 예수께서는 하늘과 땅의 권세를 가지고 있는 분이시라 그들을 능히 물리치실 수 있으셨지만 결코 폭력으로 맞서지 않고 끝까지 사랑으로 십자가의 길을 가신 것이다.

예수님은 십자가 죽음을 통해 모든 인류를 구원하셨고, 세상 가운데 하늘의 평화를 이루어 주셨다. 그러므로 기독교인들은 언제 어디에서나 평화 공동체를 이루어 나가야 하는 사명을 부여받은 존재임을 망각해서는 안된다.

그런데도 미국은 9.11테러 이후 테러의 도전을 차단한다는 명분으로 전쟁을 자행하고 있다. 그러나 예수님은 “검을 가지는 자는 검으로 망하느니라”는 말씀을 통해 보복을 금지하셨다.

이러한 말씀에 비추어 볼 때, 기독교 신앙을 내세우면서 전쟁을 자행한다는 것은 그것이 어떤 상황에서 비롯되었는지, 또한 그 어떤 명분을 내세우든지 용납될 수 없는 일이라 하지 않을 수 없다.

한국교회는 이번 사순절 동안 기독교 국가인 미국에 의해서 자행되는 전쟁을 바라보면서 그 행위자가 다름아닌 나 자신이라는 생각으로 참회 기도를 드려야 할 것이다.

또한 북핵문제로 북미간의 긴장 관계가 계속되고 있는데 이 시기에, 어떤 일이 있어도 한반도에서 전쟁이 일어나지 않도록 애통하는 마음으로 기도해야 한다.

인류 구원을 위한 예수 그리스도의 고난을 묵상하고 부활을 준비하는 사순절 기간 동안 한국교회가 이 일에 어떤 모양으로든 나서기를 바란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