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술의 향기를 세상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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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13.08.20 20: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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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망의 그늘에 생명의 빛을, 카이퍼의 개혁주의 미학 (28) - 안용준 목사(목원대 겸임교수)

예술의 향기를 세상으로

역사적으로 교회가 건축과 회화의 수호자로 자처한 적이 여러 번 있었다. 그 중 단연 서구 중세 예술이 대표적이라 할만하다. 당시 거대한 규모의 성당은 마을 전체의 상징이었다. 성당이 물질세계를 초월한 하늘나라의 신비를 대변하는 경우도 있었다.

당시의 미술가는 초자연의 세계를 신비스럽게 표현하려고 애 썼다. 당시 성상, 즉 이콘(icon)으로 인정될 수 있는 것은 아름다운 그림이 아니라 오래된 전통에 의해서 신성시되는 틀에 박힌 유형이었다.

하지만 이런 종류의 예술은 여러 장점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대중을 향한 메시지를 전달에는 한계를 드러내기 마련이다. 예술은 거룩한 영역에 국한되었기 때문에 사회생활에서 그 모습을 드러내는 데는 인색하기 때문이다. 이쯤 되면 교회 역시 상징적인 형상에 치우친 외적인 광채를 벗어던지고 순수하고 영적인 종교를 갈급해야 하는 상황이 된다. 카이퍼에 의하면 인간 삶과 예술에서 우러나오는 심오한 통찰과 해석을 통하여 위와 같은 역할을 수행한 것은 칼빈주의이다. “칼빈주의는 인간 자유를 위한 여정에서 자신의 원리에 힘입어 지금까지 예술을 포로로 잡아 두었던 끈을 끊을 수 있었다.” 이것은 하나님이 그의 방법과 계시로 인간에게 부여한 완전한 역사적 삶을 인정하는 것이다.

동시대의 교회를 향한 칼빈주의의 이러한 역할은 성경적 원리의 토착화를 위한 예술 변혁의 원리를 실천한 것이었다. 왜냐하면 변화를 수용하지 않고 예술의 높은 향유를 중생에 국한시킨다면, 이 선물은 오직 신자에게만 돌아가며 교회의 일부 특성을 드러내는 범위로 한정되기 때문이다. 만일 이럴 경우 예술은 “특별은총의 산물”에 머무를 뿐이다. 카이퍼는 하나님께서 당신의 선한 뜻에 따라서 이러한 은사를 크리스천이거나 아닌 사람 모두에게 부여해 주신다는 사실을 철저히 인정한다.

▲ 야곱 반 루이스달, 담 스퀘어, (detail),c__1670,oil_on_canvas.

“자연스런 은사인 예술적 본능이 일반은총에 따라 인간 본성 안에서 계속 빛을 발했다는 사실을 인정하게 된다면, 예술이 믿는 자와 믿지 않는 자에게 동일하게 영감을 줄 수 있으며, 세상의 주인이신 하나님이 선하시고 기뻐하시는 대로 기독교 국가뿐만이 아니라 이교를 받아들인 국가에게도 그것들을 베푸신다는 결론이 분명하게 나온다.”

카이퍼는 이러한 예술의 재능을 칼빈주의가 더욱 장려하고 기독교문화 형성에 사용할 수 있다고 본다. 예술에 관한 칼빈주의의 공로는 끊임없이 자신의 작업 틀을 규정하는 가운데 새로운 형식적 가능성을 창조해 나가는 예술에서 발견할 수 있다. 이러한 사실은 예술이 문화 가운데 가장 본질적이고 가장 이상적인 특성을 객관화시켜왔던 과거의 전통에서 벗어날 수 있는 가능성을 보여준다.

카이퍼는 예술의 주관적 모티브에서 비롯되는 서로 다른 인간 활동의 형식들이야말로 역사를 통해 가톨릭교회가 측정하지 못한 인간 삶의 심오한 깊이를 드러낸다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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