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가을총회, ‘한교단 다체제’ 구성 위한 시험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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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 가을총회, ‘한교단 다체제’ 구성 위한 시험대
  • 표성중 기자
  • 승인 2013.04.16 13: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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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장로교, ‘한교단 다체제’ 과연 이룰 수 있을까

한국장로교총연합회(대표회장:권태진 목사)가 최근 한국장로교를 하나로 묶는 ‘한교단 다체제’의 구체적인 로드맵을 제시했다. 한마디로 하나의 장로교단 아래 각 교단의 독립성을 인정하는 ‘한지붕, 다가족 제도’를 만들겠다는 것.

지난 4일 육군회관에서 27개 회원교단 지도자들과 정책간담회를 가진 한장총은 각 회원교단의 정체성과 고유한 정치체제 및 제도 등을 유지하는 대신 ‘대한예수교장로회 연합총회’(이하 연합총회)라는 교단명칭과 통일된 장로교 헌법 사용 등 한교단 다체제로 가기 위한 실질적인 방향성을 제시했다.

지난해 한장총은 한교단 다체제를 위한 헌법시안을 공개한 후, 회원교단들의 의견을 수렴하는 공청회를 두 차례 정도 진행하면서 연합총회 헌법안을 최종적으로 확정했으며, 지난 주 회원교단들에게 연합총회 헌법과 가입신청서 등의 공문을 일제히 발송했다.

회원교단들이 연합총회 헌법 채택과 가입청원의 건을 본격적으로 논의한 후, 오는 가을총회에 헌의안으로 상정할 수 있도록 함으로써 연합총회 가입을 올 해 안에 이끌어내겠다는 계획이다.

이 일을 위해 한장총은 오는 7월 10일에 열리는 ‘2013년 장로교의 날’ 행사를 연합총회 구성을 위한 촉진대회로 진행하고, 8월 15일 광복절에는 회원교단들과 함께 한교단 다체제 구성을 위한 연합기도회를 여는 등 적극적인 지지와 참여를 호소할 예정이다.

또한 9월 가을총회에서 연합총회 가입을 허락한 교단 지도자들과 함께 11월에 연합총회 조직구성을 본격적으로 논의하고, 내년 회원교단의 가을총회 일정을 통일시켜 함께 개회예배를 드린 후 연합총회를 본격적으로 출범시킨다는 것이 한장총의 현재 로드맵이다.

한장총 한교단다체제위원장 이종윤 목사는 “한교단 다체제라는 ‘대의’를 위해 모든 회원교단들은 기득권을 내려놓고, 하나님의 뜻 아래 함께 모여야 한다”며 “한장총은 분열로 나뉘어진 한국장로교의 연합과 일치를 위해 지속적으로 노력할 것”이라고 피력했다.

현재 한장총에 의해 만들어진 연합총회 헌법은 대신, 합신, 통합, 고신총회 등에 소속된 신학자와 목회자들이 헌법초안위원으로 참여해 회원교단의 정체성과 개성을 무시하지 않는 차원에서 예배와 신앙고백, 정치, 권징 등의 분야로 구성됐다.

교회정치와 관련된 연합총회 헌법은 장로교단들이 ‘대한예수교장로회 연합총회’라는 이름을 사용하되, 연합총회가 구성됐을 경우에도 헌법, 예식서, 역사와 회의기록, 주보 등 회원교단들의 문서와 명칭은 그대로 유지하도록 했다.

특히 각 교단의 현 총회를 대회(大會)로 전환하고, 다음 단계에 ‘연합총회’를 둠으로써 각 총회에서 청원한 안건과 국내외 연합사업 등 대외적인 사업을 수행해 나가는 것을 골자로 하고 있다. 이는 각 총회의 자치권 보장과 함께 중앙집권적 교권정치를 예방하는 한편, 모든 장로교단들이 하나의 교단이 되는 것에 대한 우려와 부작용에 대한 염려를 없애주기 위해서다.

‘예배’의 경우 장로교회 예배의 신학적 의미와 종교개혁 당시의 예배순서를 모범으로 제시함으로써 각 교단 및 교회 들이 자율적으로 예배순서를 정하도록 제안하고 있다. 성례전의 경우 년 4회로 진행하고, 시편찬송가 도입도 권장하고 있다는 것이 특징이다.

‘신앙고백’의 경우 대부분의 장로교단들이 채택하고 있는 ‘웨스트민스터 신앙고백서’를 사용하도록 했다. ‘권징조례’의 경우에 있어서는 각 총회가 우선적인 권위를 갖는 대신, 연합총회는 총회와 총회 사이, 총회가 자체적으로 해결하지 못하는 사안에 대해 심의 및 판결, 헌법 해석기관으로서의 역할을 하는 것으로 했다.

하지만 한장총의 이와 같은 적극적인 의지와 노력에도 회원교단 내에서 연합총회에 대한 공감대가 형성되지 않고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도 나오고 있는 실정이다. 현재까지 대부분의 교단들은 한교단 다체제나 연합총회과 관련된 논의를 구체적으로 진행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또한 연합총회가 각 교단 총회를 총괄하는 구조로 돼 있지만 회원교단의 정체성을 유지하도록 해놓고 있기 때문에 실효성이 제대로 발휘되지 못할 것이라는 지적도 있다. 더군다나 연합총회가 구성된다면 의장과 부의장 등 교단 규모에 따라 선거권의 제한이 뒤따를 수 있기 때문에 회원교단 사이에 형평성의 문제가 야기될 수 있다는 의견도 조심스럽게 나오고 있다.

그렇다고 모든 교단들이 연합총회에 부정적인 시각을 갖고 있는 것은 아니다. 현재 한장총 내에서 적극적으로 활동하고 있는 교단 지도자들의 경우 긍정적인 입장을 갖고 있다. 예장대신 홍호수 총무는 “한장총이 제시한 연합총회 구성에 대해 지난해 가을총회에서 언급한 바 있다”며 “한교단 다체제는 각 교단들의 정체성을 훼손하지 않는다는 것을 기본으로 하고 있기 때문에 긍정적으로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한교단 다체제 로드맵은 이미 수년 전부터 논의돼 온 사안임에도 불구하고, 현재까지 대부분의 회원교단들과 연합총회 구성에 대해 이렇다 할 성과를 도출해내지 못했다는 것이 내년으로 예정된 연합총회 출범에 큰 걸림돌이 될 수 있는 상황이다.

회원교단 실무자들은 이제부터 교단 차원의 논의를 진행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합동중앙의 경우 연합총회 헌법과 가입신청서를 지금에서야 받은 만큼 총회 차원에서 검토하게 될 것이라며, 연합총회 구성이 필요하다고 판단되면 가을총회에 이 건을 상정하지 않겠냐고 말했다.

합동개혁 권남수 총무도 “교단 내에서 한교단 다체제라는 사안을 갖고 논의를 해 본 적이 한번도 없다”며 “따라서 한교단 다체제나 연합총회에 대한 교단의 여론과 분위기는 전혀 알 수 없는 상황”이라고 밝혔다.

기장도 지금까지 논의해본 적이 없다고 밝혔다. 배태진 총무는 “흩어진 여러 장로교 가족들이 하나의 가족이 된다는 것은 매우 가치 있고 기쁜 일”이라며 “하지만 다양한 장로교단들을 하나의 연합총회로 묶는 이유가 교회 안팎으로 보다 큰 영향력을 행사하는 것이라면 반대여론이 많을 것”이라고 말했다.

배 총무는 “한국장로교단이 하나가 돼 개혁과 갱신을 통해 한국사회의 빛과 소금이 된다면 반드시 하나가 되어야 하지만 연합총회를 구성하는 것이 결과적으로 장로교단의 세력을 좀 더 과시하겠다는 것으로 밖에 보이지 않는다”며 “장로교를 어떻게 개혁시킬지, 한국사회와 교회의 변화를 위해 어떤 일을 할 것인지 논의하지 않은 채 세력만 확장하려고 하는 것 같아 보기에 좋지 않다”고 말했다.

또한 일부 교단에서는 교단과 교단 사이의 신학적 논의 없이 연합총회를 구성하는 것은 무리가 있다는 비판도 제기했다.  한 교단 관계자는 “장로교가 왜 흩어졌고, 왜 다시 하나로 뭉쳐야 하는지에 대한 분명한 신학적 입장을 각 교단들이 수용할 수 있도록 공감대를 형성하는 것이 선과제”라며 “WCC에 대한 신학적 입장도 회원교단 내에서 차이를 보이고 있는데, 연합총회 구성이 무슨 의미가 있겠냐”고 비판했다.

이런 가운데 한장총은 이번 가을총회를 통해 회원교단들의 연합총회 가입을 성사시키겠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하지만 회원교단이 얼마나 연합총회 가입을 허락할 것인지, 정확하게 판단할 수 없는 상황 속에서 이번 가을총회는 연합총회에 대한 회원교단들의 관심과 참여를 엿볼 수 있는 시험대가 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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