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회는 하나님의 선교를 위해 ‘더불어 사는’ 공동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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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회는 하나님의 선교를 위해 ‘더불어 사는’ 공동체
  • 김동근 기자
  • 승인 2013.03.12 22:5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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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중기획 - ‘상생과 동반성장’ 교회에는 요원한 일인가 (하)

수평이동과 남의 양 빼앗는 경쟁에 대한 자성 시급
분립개척•작은 교회 살리는 지역 거점교회 대안으로

다함께 잘사는 사회를 만들기 위한 노력이 계속되고 있다. 정부가 ‘상생과 동반성장’을 화두로 내걸고 중소기업 적합업종에 대해서 대기업의 문어발식 확장 자제를 권고하고 나섰다. 이에 본지는 ‘상생과 동반성장 교회에는 요원한 일인가’라는 주제로 한국 교회의 대형화의 문제점과 기업식 교회 운영, 상생을 위한 교회의 인식 변화 등을 다뤘다. ‘큰 교회나 작은 교회 모두 하나님의 공동체’라는 관점에서 함께 살아가는 교회를 꿈꿔야 하지만 이론에 비해 현실은 초라할 뿐이다. 중요한 것은 인식의 변화지만 이것을 강제할 수 있는 힘은 교단적 결단과 제도의 확립이라는 결론에 도달했다. 하나님 나라를 향해 손잡고 나아가는 ‘교회 공동체’를 위해 상생의 대안을 찾아보았다. <편집자 주>

한국 교회의 대형화와 이기적 개교회주의가 상생과 동반성장을 저해한다는 사실은 곳곳에서 드러나고 있다. 지난 4일 열린 기윤실 총회에서 홍정길 목사는 “대형 교회에서 일어나는 사건을 보면서 한국의 거대한 공룡교회의 시대가 끝나고, 앞으로 그 시체 썩은 냄새가 계속 나겠다는 생각이 든다”며 한국 교회의 현실을 개탄했다.

그렇다면 실제 미자립 교회를 개척해 사역하고 있는 목회자들의 어려움은 무엇이며 또 그들이 생각하는 상생의 대안은 무엇일까.

인천 부평에서 교회를 개척한지 1년이 갓 지난 최종철 목사(예인교회)는 “개척 교회 목회자들이 가진 가장 큰 문제는 본인이 사역하는 교회가 ‘미자립 교회’라는 초라한 의식”이라며 “하나님께서 주신 사명을 감당하는 것이 중요한데, 교회의 크고 작음에 연연하는 목회자의 의식 자체가 먼저 변화돼야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또 “작은 교회에서 사역을 한다고 해서 목회 역량이 부족한 것은 아니다”라며 “성도가 많은 대형 교회에만 특별한 하나님의 은혜가 있는 것이 아니라 작은 교회에도 하나님은 분명히 역사하신다”고 덧붙였다.

그 뒤를 따르는 것이 바로 현실적인 문제. 그는 “자본주의 사회다보니 가장 어려운 것이 교회 운영”이다. “교회 운영을 위해서는 어느 정도의 재정이 필요하고, 재정 유지를 위해서는 성도들의 헌신이 있어야 한다. 예전에는 성도들이 교회를 선택할 때 목사님의 말씀을 첫 번째로 꼽았는데 요즘은 규모와 편의성, 프로그램을 살핀다”고 아쉬워했다.

일산에서 미자립 교회를 섬기는 전영빈 목사는 “지금까지 꾸준한 방법으로 꾀부리지 않고 목회에 나섰지만, 불신자를 전도하는 것 자체가 정말 어려운 일”이라며 “사회적으로 기독교 신뢰성이 무너진 상황에서 복음을 전하기가 쉽지 않다”고 말했다.

그는 또 “미국 교회가 쇠퇴할 때 원인을 살펴보면 기관 사역자의 증가와 직업을 가진 목회자가 늘어났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며 “자체적으로 교회 운영이 힘든 미자립 교회 목회자들이 다른 직업을 갖는 것은 어쩔 수 없는 선택이지만, 이 때문에 목회에 전적으로 집중할 수 없다는 것은 불편한 진실”이라고 강조했다.

미자립 상태가 계속될 때 오는 문제에 대한 지적도 이어졌다. 전 목사는 “교회가 계속해서 미자립 상태에 머물게 되면 목회자들이 정체성의 위기에 처하게 되는 경우도 있다”며 “‘이 목회를 언제까지 지속해야하는가’, ‘이게 정말 하나님이 주신 사명이 맞는가’ 등의 고민으로 정신적인 상처를 받을 가능성도 높다”고 설명했다.

결국 작은 교회 목회자들이 지치지 않고 하나님의 사명을 감당하기 위해서는 반드시 ‘함께 갈 동반자’가 필요하다는 뜻이다. 그것이 성도이건 다른 교회이건 상관없다. 그들이 맡은 바 책임을 잘 감당하고 현실적인 어려움을 이겨내도록 ‘손’을 내미는 누군가가 필요한 것이다. 바로 ‘상생’의 마음이다.

상생과 동반성장을 위해 크고 작은 교회 모두 하나님의 형제 자매라는 공동체적 인식이 시급하다. 그러나 이와 함께 제도적 변화도 하나씩 일어나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작은교회세우기연합 이창호 목사는 “지역마다 미자립교회를 지원할만한 초교파적 ‘거점교회’가 세워져야 한다”며 “단순히 금전 지원에서 끝나는 것이 아닌 종합적인 멘토링으로 자립을 돕는 체제가 마련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간헐적이지만 한국 교회 안에서 꾸준히 이어지는 분립 개척도 상생의 대안이 되고 있다. 향린교회는 벌써 3개의 교회를 분립해 개척시켰다. 강남향린교회, 들꽃향린교회, 섬돌향린교회가 모두 각자의 위치에서 ‘분가교회’라는 이름으로 살아가고 있다.

모교회가 향린교회긴 하지만 결코 분가교회들을 속박하지 않는다. 늘 평등한 위치에서 서로를 존중한다. 어려움이 있을 때는 연합체 ‘향린공동체협의회’를 운영해 분가교회들이 모여 서로 도울 방안을 제시한다. 하지만 이 연합체는 목회자 중심이 아닌 성도들 중심으로 이뤄진 연합체. 평신도들이 주체가 되어야 한다는 향린교회의 생각이 담겼다.

향린교회 부목사로 사역중인 한문덕 목사는 “향린교회는 한국 교회의 대형화를 지양해 왔다”며 대형 교회가 지난 가장 큰 문제점으로 ‘공동체성 파괴’를 꼽았다. 교회의 대형화 이면에는 ‘기업화’가 깔려 있고 자본주의가 성경적 가치에 우선한다는 것이다. 분립 개척의 장점에 대한 설명도 이어졌다. 한 목사는 “분립 개척된 교회들은 하나의 연합체로 서로에게 힘이 되어줄 수 있다”며 “우리가 지향해야 할 한국 교회 모습은 ‘작은 교회도 함께 살아갈 수 있는 공동체 의식’이라고 강조했다.

분당에 위치한 샘물교회도 분립개척으로 이목을 끌고 있다. 샘물교회는 샘빛교회, 판교샘물교회 그리고 다우리교회, 은혜샘물교회 등 모두 다섯 교회를 분립 개척했다. 하지만 이 샘물교회가 서울영동교회에서 분립 개척된 교회라는 사실을 아는 사람은 그리 많지 않다. 모교회인 샘물교회도 분립을 통해 개척된 교회다. 지금까지 서울영동교회에서 분립한 교회는 분립에 분립을 거듭해 약 12개 교회에 이른다.

샘물교회의 분립 개척을 맡았던 박은조 목사는 “초기 분립개척을 하려고 할 때 서울영동교회 성도들은 ‘박 목사가 자신들을 배신하고 떠나려 한다’며 원망이 보통이 아니었다”며 “당시 아무것도 없는 분당에 개척을 한다는 것은 사람의 생각으로 마냥 두려운 일”이었다고 회상했다.

하지만 하나님의 뜻에 순종하며 개척된 샘물교회는 1998년 10월 200여 명의 성도로 시작해, 1년 만에 1천여 명이 모였고, 3년 만에 2천여 명, 8년이 되었을 때는 약 4천여 명이 모이는 교회로 성장했다.

수평이동에 대한 결계와 과시적 성장주의에서 탈피해야만 상생이 가능하다는 주장도 제기됐다.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 김영주 총무는 “교회가 무한성장을 가치로 여기는 것은 옳지 않다”며 “지금 한국 교회들은 수평이동이나 남의 양 빼앗기를 당연하게 생각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김 총무는 “목회자는 잃어버린 한 마리의 양을 찾아나서야 한다”며 “몰려오는 99마리 양에 집중하는 것이 선교의 본질이 아니라 구원의 가치를 심는 것이 전도요 선교”라고 강조했다.

과시적 성장주의 행태를 벗지 못하는 교회의 악습도 빨리 벗어 버려야 할 과제로 삼았다.

김 총무는 “대표적인 것이 성도 수를 부풀리기 위해 한 번 등록한 교인이 교회에 나오지 않아도 명부에서 지우지 않는 행위”라며 “한국 교회 차원에서 교적부 정리 캠페인을 진행하고, 성도가 교회를 떠나거나 옮길 경우 상담을 통해 신앙을 점검한 후 다른 교회로 교적을 옮겨주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교회협은 이를 위해 ‘교회와 교회’, ‘교단과 교단’ 간 합의를 이끌어 내겠다는 구상도 밝혔다.

‘상생과 동반성장’. 쉽게 말해 ‘더불어 선교하는 교회’를 만들기 위해서 가장 중요한 것은 무엇일까. 정답은 ‘하나님의 나라는 우리가 함께 만들어 간다’는 의식이다. 내 교회만 홀로 성장하고 내 교회에만 성도가 가득하다고 해서 하나님 나라가 완성되는 것은 아니다. 기독교는 ‘공동체’라는 가장 본질적인 고민을 시작해야 할 때다.

교회협 김영주 총무는 “내 교회에만 구원이 있고, 다른 교회에는 구원이 없다는 등의 생각은 위험할 뿐 아니라 성도를 구원의 대상이 아닌 성장의 수단으로 보는 왜곡된 시각도 하루빨리 떨쳐 버려야 한다”고 강조했다.

상생과 동반성장을 위해 교회가 속한 지역에서 그 곳 주민들과 함께 ‘천국’을 만들어야 한다고 말한 김 총무는 “교회가 가진 다양성과 자율성의 구조를 존중해 크고 작은 교회가 사역을 나누고 지역사회를 함께 섬기는 교회로 거듭나야 한다”며 “1천명의 성도가 있는 교회에서 10명의 성도가 있는 교회의 사역과 선교를 위해 100명의 성도를 헌신자로 보낼 수 있어야 한다”고 예를 들어 설명했다.

한국 교회를 살리는 길은 ‘더불어’ 사는데 있다. 샛강이 마르면 큰 강을 이룰 수 없다. 크고 작은 교회가 함께 사는 길, 이것이 한국 교회의 미래를 담보한다. 지금 한국 교회는 ‘교회의 선교가 과연 누구를 위한 것인지’ 첫 마음으로 돌아가 ‘상생’을 고민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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