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애인복지모델에 부는 ‘고용·교육복지’ 트렌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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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애인복지모델에 부는 ‘고용·교육복지’ 트렌드
  • 이덕형 기자
  • 승인 2013.02.06 12: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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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화하는 기독교사회복지 현장을 가다 <상>

▲ 카페 올’에서 정직원으로 근무하는 배형진 씨는 최근 그룹홈과 데이케어센터를 통해 독립을 위한 첫 발걸음을 내 디뎠다. 사진은 배형진 씨(왼쪽)와 말아톤복지재단 상임이사 이헌주 목사(오른쪽). <사진제공:말아톤복지재단>

창출된 수익 장애인 고용으로 연계한 ‘말아톤복지재단’
카페 올·데이케어센터·그룹홈 3박자로 만든 ‘홀로서기’

복지에 대한 관심이 우리 사회 주요 화두로 등장한지도 오래, 최근 사회복지모델은 점차 진화하고 있다. 과거 한정된 ‘힐링’의 개념을 넘어 적극적인 사회적모델이 속속 등장하기 시작한 것. 이런 시류에 맞춰 최근 한국기독교사회복지에도 변화의 봄바람이 불고 있다. 기존의 복지모델에 전문성과 현실성을 가미한 기독교복지모델이 등장하기 시작한 것이다. 이에 본지는 3회에 걸쳐 변화를 보이고 있는 기독교복지의 모습을 조명한다. <편집자 주>

# 형진 씨의 하루
2005년 배우 조승우ㆍ김미숙 씨가 주연한 영화 ‘말아톤’. 영화는 어머니 역을 맡은 김미숙 씨가 자폐증 진단을 받은 초원이에게 희망을 주기 위해 마라톤을 함께하는 것으로 시작된다. 당시 영화 ‘말아톤’은 ‘초원이 다리는 백만 불짜리 다리’라는 명대사를 남기며 많은 사람들에게 감동을 안겨줬다.

그런 영화의 실제 모델인 배형진 씨의 근황은 어떨까. 배 씨는 최근 새로운 마라톤을 시작했다. 긴 인생의 여정에 ‘홀로서기’라는 과감한 변화를 주기 시작한 것. 변화의 시작은 2008년 말아톤복지재단(상임이사:이헌주 목사)을 만나며 시작됐다. 어머니와 함께 말아톤복지재단에 참여한 배형진 씨는 3년 전부터 말아톤복지재단의 카페 ‘올’에서 카페 직원으로 일하기 시작했다.

변화는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 지난해 12월부터는 어머니의 품에서 벗어나 독립을 위한 첫 발걸음을 내딛기 시작했다. 1주일에 5일 주당 20시간 이상 카페 ‘올’에서 정직원으로 근무하며 남는 시간은 데이케어센터에서 지내고, 밤에는 구룹홈에서 생활하고 있다.

배형진 씨는 “첫 월급으로 어머니가 제일 좋아하는 치킨버거세트를 사드릴 수 있어 기뻤다”며 “지금 카페에서 일하고 생활하는 것 자체가 행복하다”고 말했다. 이어 “엄마를 말하면 기분이 좋고, 행복해진다”는 그는 “카페에서 어머니가 즐겨 드시는 대추차를 언젠가 자신이 꼭 만들어 드리겠다”는 의지를 보였다.

류성현 점장은 “참여한 친구들의 개인 능력은 다르지만, 반복적인 교육과 훈련을 통해 한 명의 ‘바리스타’로서 성장할 가능성은 종종 볼 수 있다”고 말했다. 배 씨가 번 돈은 어머니가 관리하며 데이케어센터와 그룹홈에서의 생활비를 지원한다. 데이케어센터는 낮 동안 장애우들이 머무는 곳이며, 그룹홈은 이후 숙식까지 해결하는 기숙사 형태의 장소다.

샘물교회 사랑부를 모태로 한 말아톤복지재단은 독립된 사회복지재단으로서 장애인이 ‘머물 곳’과 ‘나아갈 곳’을 제공하는 것을 비전으로 삼고 있다. ‘장애인 일자리 창출’에 대한 실질적 대안 사업을 만들며 ‘장애인의 독립을 돕는 생활공간’을 함께 창출하고 있는 것이다.

이미 우리사회에 장애인에 대한 시각이 ‘의료적 모델’에서 한 걸음 더 나간 ‘사회적 모델’로 변화한 만큼 이에 발맞추어 중증장애인을 위한 직업재활ㆍ고용촉진 등의 모델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2008년 창업한 카페 ‘올’은 나아감을 위한 장애인고용 모델 중 그 첫 작품이다.

# 카페 ‘올’(All)
말아톤복지재단에서 지원하는 카페 ‘올’의 명칭에는 장애인과 비장애인, 성도와 지역주민 모두가 ‘함께 한다’는 의미가 담겨 있다.

류성현 점장은 설립 취지에 대해 “‘장애인 고용확대’를 사업목적으로 하는 카페 ‘올’은 창출된 ‘수익’을 그대로 ‘장애인 고용’으로 연계하는 것이 목표다”고 설명했다.

말아톤복지재단은 진화하는 기독교복지모델로 ‘장애인일자리’ 창출을 추구하는 ‘고용복지모델’을 선택한 것이다. 이는 오늘날 사회복지전문가들이 말하는 ‘시혜적복지’에서 ‘고용ㆍ교육복지’로의 변화를 추구하는 사회적 흐름과도 일치한다.

현재 경기도 정자동 샘물교회 1층에 본점을 두고, 인천대교에 2호점을 운영하는 카페 ‘올’은 메니저 4명과 장애우 직원 10명으로 구성돼 있다. 4대 보험 및 시급 4,860원을 적용하는 카페 ‘올’이 갖는 남다른 점이 있다면 인근 유명 체인점 카페처럼 정식 사업체로 등록돼 있다는 점.

말아톤복지재단 신빛나 사무국장은 “이를 위해 카페 올의 점장과 매니저는 가계매출증대와 직원교육에 힘쓰고 있다”고 말했다.

정식 사업체로 등록된 만큼 어려운 점은 없을까. 류성현 점장은 “인근 10여 개의 동종업체와 경쟁하는 입장에서 매니저의 역할과 노력은 증가할 수밖에 없다”고 말한다. 경쟁부문에서 인근 카페와 동일 선상에서 달리고 있다는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카페 ‘올’은 지난 3년간의 매출이 20~30% 가량 증가했다.

경쟁력이 있다면 매니저 모두 수준급 ‘바리스타’ 능력을 갖추고 있고 제품경쟁력 확보를 위해 일리원두를 사용하고 있다는 점. 이탈리아 슈퍼바이어들이 현지에서 생산 가공하는 일리원두는 지난해부터 롯데호텔에서 내부적 결의를 통해 선택한 원두로도 알려져 있다.

이와 함께 샘물교회와 주식회자 인천대교의 도움으로 가게 임대료가 무상이라는 점도 경쟁력에 포함된다. 카페 관계자는 경쟁력이 높아질수록 ‘장애인고용복지모델’이 안정권에 들어갈 확률이 그 만큼 높아진다고 해석했다.

류성현 점장은 “다음 매장은 번화가인 시내가 될 확률이 높다”며 “테헤란로가 다음 후보지가 되길 기도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어 “바리스타로서의 실력과 능력, 꾸준한 사이드메뉴 개발로 나아갈 준비를 마치고 기회가 찾아오기를 기다리고 있다”고 말했다.

▲ 배형진 씨는 1주일에 5일 주당 20시간 이상 카페 ‘올’에서 정직원으로 근무하고 있다. <사진제공:말아톤복지재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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