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선교와 통일, 영성으로 바라보면 답이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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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선교와 통일, 영성으로 바라보면 답이 있습니다”
  • 이덕형 기자
  • 승인 2012.09.26 17:0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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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년 전 기독교 영성으로 통일을 조명한 TNF 안부섭 대표

▲ 도서출판 진리와자유 안부섭 대표
흙만 알고 살았다.

아버지의 아버지 대로부터 이어져 내려온 가업. 그래서 어릴 때부터 손에 쥐던 농기구는 아직도 손마디마다 남아있는 굳은살에 달라붙듯 익숙하다.

초여름 아지랑이가 피어오르는 논과 밭을 오가며 김매던 그의 손길에 성경책이 쥐어진 건 1979년 10대 후반의 일. 유서 깊은 유교마을 안 씨 집성촌에서 신앙을 키워간 그는 당시 제대로 된 예배당이나 함께 할 성도 한 명조차 없어 말 못할 어려움과 고난 속에 있었다.

그곳에서 피어난 신앙. 진리와자유(Truth and Freedom 이하 TNF) 안부섭 대표(높은뜻광성교회)는 하나님께서 주신 비전이 문서선교로 이어지기까지의 과정을 오로지 주님의 인도하심이라고 회고했다. 30여 년이 훌쩍 넘은 그의 북한선교에 대한 사역과 비전의 길을 따라가 보았다.

# 문서선교를 향한 비전
안부섭 대표는 1959년 전라남도 순천시 승주군 안 씨 양반 집성촌에서 태어났다. 당시 유가 집성촌에서 그가 신앙을 알게 된 것은 극동라디오를 통해서였다. 라디오 전파가 잘 잡히지 않던 당시 다른 채널과는 달리 비교적 잘 들렸던 극동방송을 들으며 복음에 눈을 떠갔다. 하지만 직접 교회를 가게 된 것은 이웃 동네 천막 교회를 짓는 일을 돕기 위해 동네 선배와 농촌운동 중 하나인 ‘4H 운동’에 참여하면서부터였다.

“이웃동네를 돕기 위해 시멘트와 모래를 나르며 천막 교회 짓 던 일. 교회 덮을 천막을 사러 동네 5일 장에 갔던 기억. 3km 교회 길을 오가며 성경말씀을 들을 때 느낄 수 있었던 깨달음과 기쁨까지 그 모든 것이 하나님의 강권적인 부르심 중에 있었음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하지만 신앙의 기쁨도 잠시, 얼마 안 있어 유가 풍습이 강했던 지역에서 신앙생활에 대한 고난과 어려움이 뒤따랐다. 그로부터 3년간 같은 어려움 속에 묵묵히 지내야 했다. 그러던 어느 날 초봄 김을 매며 자신에게 찾아온 고난에 대해 자문하던 안 대표는 농사 중에 북한 사역에 대한 응답과 비전을 받았다.

“많은 고난과 핍박 속에 왜 제게 이런 고난을 주시는지 의문이 생겼고 그에 대한 기도를 매일 같이 했습니다. 하지만 제가 받은 응답은 의외였습니다. 제 불만과 의문과 아무 관련 없고 한 번도 생각한 적 없던 일, 관심밖에 있었던 북한선교 비전을 답으로 주셨습니다. 농사짓던 제가 관심 갖거나 생각할 주제는 아니었죠.”

그러나 받은 비전은 성경을 읽을 때마다 한 구절 한 구절 북한과 연관되어 읽혔고 해석됐다. 분단된 이유에서부터 현재 상황, 그리고 앞으로의 비전까지. 성경 말씀을 성경 말씀으로 재해석하며 풀어나가는 논리로 구절 하나하나마다 북한선교와 관련해 연결됐고 주신 달란트는 책 출판으로까지 이어졌다.

“3년 반 동안 성경을 읽고 묵상하는 동안 알게 된 사실이었지만 책으로까지 낼 수 있을 거라고는 생각하지 않았습니다. 단순히 성경을 읽고 영감을 얻은 사실과 우리 민족이 해야 할 일, 그리고 나아가야 할 길 등을 적고 싶어 펜을 들었습니다.”

처음 원고지 100매 정도의 간증으로 기획했던 기록은 최종원고 2천2백 매 분량을 기록하며 마감됐다. 10월 추수를 마친 뒤 농한기부터 시작된 집필 과정은 농사가 다시 시작되는 다음 해 2월 초 구정 직전까지 계속됐다. 결국 기록을 위해 안 대표는 붙든 펜을 놓지 않았고 전체 분량의 90퍼센트를 수록한 뒤 탈진해 쓰러졌다.

요즘과는 달리 당시에는 책 내는 일이 무척 어렵던 시절 고난 속에 받은 비전은 여러 우여곡절 끝에 한 권의 책으로 엮어졌다. 지금은 사라진 생명의샘터 출판사에서 발간 된 ‘성서적 통일론, 통일로 가는 길’. 당시에는 성서적 통일론에 관한 서적이 전혀 없던 상황. 통일에 관한 첫 번째 신앙 서적은 그렇게 비전을 받은 지 7년 만인 1988년 처음 탈고됐다. 이미 1986년 집필은 끝났지만 출판이 미뤄지다 그나마 1988년 7.7선언이 있고 난 후 한 달 뒤인 8월 1일 출간될 수 있었다.

“7.7선언이 없었으면 출간될 수 없었죠. 그 과정도 주님의 예비하심으로 믿고 있습니다. 준비는 다 됐지만 통일을 논하기 어려웠던 시절, 기독교 측에서 통일론에 대해 쓴 책으로는 첫 번째 출판물 이었습니다. 첫 번째 책이어서 그런지 많이 읽혔고 그만큼 많은 도전도 받았습니다.”

하나의 비전을 이룬 뒤 그 앞에 열린 것은 또다시 한 번도 가본 적 없는 길이었다.

“1986년 책을 다 쓴 뒤 부르심과 소명에 대한 기도를 올렸습니다. 신학을해서 목회자가 돼야 하는지 어떤 또 다른 길로 가야 하는지. 그런데 그때 제가 받은 사명은 문서선교에 관한 것 이었습니다.”

한참을 기도했지만 안 대표는 88올림픽을 앞두고 1986년 서머타임제를 시행하던 시절, 문서선교 사역을 비전으로 받아 ‘진리와 자유’를 출간하게 됐다. 출판에 대한 지식도 경험도 전무하던 시절 매달 1만 권 분량을 출간한 문서사역이 시작됐고 출간이 어렵던 시절 전 재산이 다 들어갔지만 그는 주어진 소명과 사역을 앞에 두고 멈추지 않았다.

그렇게 26년간 이어진 문서사역은 오늘날 청소년과 함께하는 통일선교학교인 TNF 비전스쿨과 조ㆍ압록강과 두만강 중접경지역을 따라가는 비전트립, 도서출판 진리와자유 등의 사역으로 이어졌다.

# 무너진 제단을 앞두고
“무너진 동방의 예루살렘 제단이 회복되는 데 70년이 걸린다고 믿습니다. 이스라엘을 바벨론 느브갓네살 왕의 손에 맡기신 하나님. 사랑하셨기 때문에 징계했고 또 70년 뒤 다시 회복시키신 것처럼 북한 제단도 전후 그만큼의 기간이 지난 다음 다시 회복하시리라 믿습니다.”

그는 동방의 예루살렘이 무너진 원인을 일제 강점기 신사참배에 얽힌 아픈 역사에 있다고 주장했다. 사랑 받는 자녀가 더 매를 많이 맞는 것처럼 죄지은 이스라엘 백성을 향해 보여 주신 하나님의 뜻과 사랑이 우리 민족에게 마찬가지로 있을 것이라고 전했다.

1990년 북한선교에 대한 두 번째 책 ‘통일과 북한선교 전략’을 통해 구체적 통일의 모습을 그리기도 한 그는 저서에서 앞으로 북한이 선교 가운데 어떻게 변화될지 예측하고 있다.

“무너진 제단에 하나님께서 은혜를 허락하신다면 동방의 예루살렘이 이전보다 더욱 회복돼 세계복음의 중심지가 되리라 믿습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하나님께서 주신 2만 3천 명의 새터민을 잘 도와야하는 데 그런 면에서 아쉬운 점이 있습니다.”

안 대표는 현재 변화기를 맞이할 북한에 대비하기 위해 ‘자연농업’도 준비하고 있다. 통일 시 북한의 땅을 살리는 사업으로 자연농업을 북한 땅에 시행하기 위해 그는 아는 사람의 허락을 얻어 2천4백 평 땅에 자연농법으로 토마토와 고추, 감자를 심고 있다.

자연농업은 비료와 농약을 주지 않고 수확량을 유지하는 농법이다. 자연농업연구소에서 기본교육과 전문교육을 받은 그는 황폐해진 북한 땅을 살리기 위한 프로젝트를 위해 박차를 가하고 있다. 북한 땅을 건강한 땅으로 만들기 위한 계획을 수립 중이라고 말하는 그는 하나님의 은혜로 변화될 북한 땅을 위해 매 주 5일 정도 지방에서 4명의 동역자와 함께 자연농법으로 시범 농사를 짓고 있다. 

▲ 안부섭 대표는 2004년 11월 한민족복지재단을 통해 북한 청소년에게 6만권의 공책을 보낸것을 시작으로 총 15번 공책을 보낸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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