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끄럽지만, 자랑스러운 우리 총회
상태바
부끄럽지만, 자랑스러운 우리 총회
  • 운영자
  • 승인 2012.09.26 16:2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조성돈 교수 (실천신학대학원대학교)

정말 다사다난했던 총회기간이 끝났다. 금년도처럼 총회가 이렇게 우리의 관심을 끌었던 때가 있었나 싶다. 무엇보다도 ‘예장합동’의 행태는 여타 어느 총회보다도 충격적이었다. 총회가 시작되기 전부터 총회장 되실 분의 노래방 도우미 사건이 있었고, 교단 총무의 유령교회 건이나, 총회 똥물사건 등이 있었다.

합동 총회는 그 첫 날부터 충격이었다. 요즘 문제가 많이 되고 있는 경비용역 150여 명이 동원된 것이다. 직접 보지는 않았지만 그 용역들이 보도진들을 가로막고, 총대들의 신분을 확인하는 모습이 눈에 선하다. 아파트 재건축 총회도 아니고 이렇게 검은 양복을 입은 건장한 청년들이 입구를 가로막고 서서 벌였을 그 살풍경은 정말 한국교회에 길이 남을 장면이다.

그런데 충격은 거기서 끝나지 않았다. 그 문제의 총무가 총회석상에서 마이크를 잡고 총대들을 향해서 총을 휘두른 것이다. 그것이 나중에 가스총이라고 밝혀졌지만 당시는 권총으로 인식되는 것을 꺼내어 내가 총이 있다고, 총대들을 향해서까지 휘둘러 댔다. 도대체 총회석상에서 자주 이야기하는 성(聖) 총회는 어디 갔는지 개탄스러울 뿐이다.

이뿐 만이 아니다. 합동은 총회세계선교회의 재정문제로 힘들었다. 선교사들의 노후자금이 엉뚱한 곳에 쓰인 것이다. 통합 역시 마찬가지였다. 목회자 연금이 천억 이상 사라진 것이다. 총회를 믿고 자신들의 노후를 의탁한 것인데 그 돈이 사라진 것이다. 연금은 미래를 담보한 것이다. 그것은 믿음이 그 자산이다. 그런데 총회임원들이, 아니면 그 재단의 임원들이 목회자들과 선교사들의 미래를 까먹고, 있는 돈을 나누어 먹은 것이다.

이렇게 문제가 많은 총회였지만 다르게 보면 상당히 발전했다고 본다. 먼저는 임원선거에 대한 것이다. 통합교단은 부총회장 선거에서 선거운동의 방식을 상당히 까다롭게 만들었다.

예를 들어서 선거관리위원회가 제공하는 것 외에는 접대나 금품을 나눌 수 없도록 했다. 상대 후보를 비방하거나, 그런 내용을 담은 유인물 배포 행위도 금지이다. 그 외에도 선거 관련하여 행사에서 연설을 하거나, 신문에 관련하여 광고를 낼 수도 없도록 했다. 그리고 그간 관행적으로 이루어졌던 설교를 통한 간접 선거운동 등도 구체적으로 금지되었다. 비록 이러한 것을 어겼을 때 이루어지는 처벌조항이 통과되지 않아 반쪽자리 개혁이 되었지만 상당한 진일보라고 할 수 있다.

또 합동교단 역시 이번에 선거법의 개정이 있었다. 그간 금권선거를 방지하기 위해서 제비뽑기를 실행했었던 이 교단은 역맛디아법이라는 방식, 즉 제비로 두 명의 후보를 뽑고, 이후 투표를 하는 방식을 통과시켰다. 그 동안 제비뽑기가 금권선거는 막았지만 리더를 양성하는데 어려움이 있었다는 주장들이 있었는데 적절한 방법으로 개혁과 발전, 두 마리의 토끼를 잡은 것 같다.

이외에도 발전적으로 보는 것은 이미 언급한 재정비리가 터진 것이다. 재정비리가 있었던 것이 물론 개혁은 아니다. 그러나 그러한 문제가 총회라고 하는 공식석상에서 밝혀지고 논의되었다는 것 자체가 큰 발전이라고 본다.

그 동안 이러한 문제는 수면 아래 있었을 뿐이지 많은 사람들이 알고 있는 비공개 사실이었다. 그런데 금번 총회에서는 그러한 문제들을 그냥 넘어가지 않고 총회석상으로 끌어왔고, 그것을 밝혀서 일부나마 치리하는 일이 있었다. 바로 이것이 총회들이 개혁이라고 하는 방향으로 한 발자국 옮겨가고 있는 증거라고 본다.

교회는 세상의 흐름을 거슬러야한다. 그런데 그 거스른다는 것은 그냥 세상이 가는 방향과는 정반대로만 한다고 되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이것은 세상이 쉽게 가자고 하는 것에 대해서 우리는 세상의 법만이 아니라 복음의 양심으로 더 철저히 도덕적이어야 함을 의미한다. 특히 세상이 추구하고 있는 돈과 권력이라는 일반적 가치에 거슬러서 정직과 바름을 추구해야하는 것이다.

그런데 우리는 그간 세상의 도덕에도 못 미치는 행태를 만들어 왔다. 이번 총회에서 보여준 모습들은 부끄럽기 한이 없는 것들이었다. 물론 한, 두 교단의 이러한 일들이 한국교회를 대표할 수는 없다. 그런데 다른 교단들이라고 그렇게 먼 곳에 있을 것 같지 않아서 걱정인 것이다. 기왕 교회가 개혁하고 발전하는 방향으로 자리를 옮겼다면 좀 더 거룩하게, 그래서 하나님 나라의 실체로서 이 땅에 존재할 수 있기를 기대한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