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화해는 정치와 군사로는 성취될 수 없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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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북화해는 정치와 군사로는 성취될 수 없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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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12.08.22 14: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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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회권 교수 (숭실대 인문대)

최근 통일에 대한 논의와 관심이 사회를 비롯해 교계에서도 최근 점차 높아지고 있다. 이러한 가운데 통일의 주역인 다음 세대의 역할과 비전제시의 중요성을 제시하는 포럼과 세미나 행사도 교계에서 많이 열리고 있다. 그 중 지난 14일에는 인천 송도 연세대 국제캠퍼스에서 기독 젊은이를 대상으로 한국교회평화통일대회가 열렸다. 이날 소개된 강연을 요약해 싣는다. <편집자 주>

기독교신앙은 원수되었던 쌍방을 화해시키는 예수 그리스도의 십자가 죽음의 구원사적 가치에 바탕하고 있다. 적대적 담벼락을 사이에 두고 갈등하고 대립하던 이방인과 유대인이 예수 그리스도가 열어 놓은 화해의 광장에서 한 몸 공동체를 이루는 사건이 기독교 신앙 사건이라는 것이다.

성서는 이런 예수 그리스도가 성취한 보편적 화해사건을 전 인류에게 전할 기쁜 소식이라고 선포한다. 구약성경도 그리스도 예수가 전하는 평화와 화해의 복음을 얘기하는 화해 사건을 다채롭게 증언 한다. 또 이스라엘 민족내부의 평화와 화해를 이루는 시적 본문과 민족화해 신학을 담고 있다. 그 중 역대기는 과거와 현재 페르시아제국 말기의 예후다의 관심을 담아 역사를 비판적으로 재구성했다.

전체적으로 남북지파들의 화해와 통일 지향적 움직임은 아하스와 히스기야 치세 동안 본격적으로 이뤄진 남북민 중 화해운동에 뿌리를 두고 있는 점이 부각된다. 히스기야의 종교개혁을 다루는 역대기 29장과 30장은 이스라엘 사상, 회개신학, 그리고 남북화해 사상이 집약되어 있어 역대기의 민족화해 신학을 압축적으로 보여준다.

또한 역대기는 열왕기서의 정통성 기준의지와 심판의 정당성을 넘어 포로기 이후의 귀환 포로공동체로 남아있던 비유배파 백성에게 어떻게 과거를 계승하면서 어떻게 미래 역사를 구축해 가도록 할 것인가 문제와 씨름했다. 역사는 과거와 현재의 부단한 대화라 할 수 있다. 이런 점에서 역대기는 한반도의 남북화해 운동사를 적극적으로 회고해 역사를 재구성해 보도록 격려하고 있다. 남북 간에 일어났던 모든 화해 역사에 대한 기억과 역사적 이상화 경전화를 통해 적대적 역사는 종식되어야 한다.

7ㆍ4선언, 1984년 북한 쌀 구호 역사, 1990년 남북합의서, 6.15남북화해 선언, 시드니 올림픽 남북단일팀 출전, 10.4 정상회담 등 역사를 기억하자는 것이다. 이를 위해 남북 간의 헤게모니, 정통성 갈등을 넘어 하나님 나라의 대의에 귀의하고 회개함으로써 남북한이 서로 화해와 일치도 필요하다. 또 동족 전쟁의 살육사를 기억해 적개심을 고취하는 역사인식을 극복하자는 것이다. 남북분단의 역사는 성경 속 사마리아라는 단어에서도 찾을 수 있다.

예수님은 자신의 몸을 번제와 화목제로 바쳐 살롬을 구현한 하나님의 아들이다. 그의 사역은 역대하 28:8-15의 미담을 구현하는데 바쳐진 사역이었다. 사마리아에 대한 예수님의 화해적, 포용적 태도는 여러 곳에서 나타난다. 유대에서 갈릴리로 가실 때 예수님은 보통 갈릴리 사람들과는 달리 자신을 적대하는 사마리아 마을을 기꺼이 통과했다. 예수님에게는 사마리아도 하나님 구원의 대상이었던 것이다.

예수님의 사마리아 포용과 사랑, 화해는 제자들에게 계승됐다. 빌립집사, 베드로와 요한이 예수님의 사마리아 포용과 사랑을 계승해 사마리아에서 큰 구원의 역사를 일으켰고 사마리아에 교회가 마침내 세워져갔다. 그런면에서 오늘날 북한 혹은 북한 사람은 남한 기독교인들이나 사람들에게 어떤 점에서 사마리아 사람이라 불릴만큼 경멸당하고 무시당하고 있다.

북왕국과 남왕국 사이에 시리아ㆍ에브라임 전쟁이라는 동족상잔의 상처가 있었듯이 남북한 사람들 사이에는 한국 전쟁이라는 무섭고도 치열한 상처와 적의의 기억이 살아있다. 따라서 누군가 먼저 원수 버전으로 역사를 재해석해주는 용기를 발하지 않는다면 분단은 지속될 것이다. 예수님은 원수 사랑이라는 극한의 한계를 넘기 위해 자신의 몸과 살이 찢기고 영혼이 버림받는 십자가 죽음에 자신을 맡기셨다. 남북화해는 정치와 군사로는 성취할 수 없는 것이다. 그것은 살과 몸을 찢는 화해의 제물이 흘리는 피 안에서 가능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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